사회

[편의점대란上]시간당 6222원 벌었다.. 기자가 편의점 운영해보니

박성우 기자 2018. 7. 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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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편의점 하루 운영해보니
알바는 시간당 7530원, 점주는 6222원
“정부는 온 국민이 알바하는 ‘평등한 알바천국’ 꿈꾸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폐업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제발 하루라도 제 편의점에 와서 현실을 봐주세요. 영세 자영업자가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서울 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가 이렇게 부탁해왔다. 2019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인상률 10.9%)으로 인상되자 그는 폐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기자는 A씨가 부탁한대로, 지난 17일 그의 편의점을 맡아 ‘일일 점주(店主)’로 일했다.
기자는 이날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총 9시간 일했다. 이 편의점은 매출이 적어 점주가 ‘주인’노릇하고 앉아있을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알바처럼 뛰었다. 기자로 회사에서 당직을 서는 것보다 몇배는 힘들었다.

지난 17일 기자가 서울 지역 한 편의점에서 일일 점주로 9시간을 근무해봤다. 사진은 컵라면 진열대에 제품을 채우고 있는 모습. /박성우 기자

◇폐업 직전 편의점, 기자가 하루 운영해보니
기자가 일한 매장은 하루 네번 제품을 실은 차량이 온다. 오전 8시(도시락, 냉동제품,얼음), 오후4시(공산품), 오후 9시(삼각김밥, 유제품), 새벽 5시(잡화, 담배) 순이다. 오전 8시 첫 트럭이 매장 앞에 도착하면서 업무가 시작됐다. 폭염이 계속되는 터라, ‘컵얼음’ 물량이 특히 많았다.

트럭이 제품을 놓고 가면, 물건이 제대로 왔는지 확인하는 차례다. 제품 개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검수가 끝나면 이제 진열 차례다. 먼저 들어온 제품을 바깥으로 밀어내야 하는 ‘선입선출(先入先出)’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진열대 앞에 한참을 서 있어야 했다.

가장 힘든 점은 이렇게 매장정리를 하면서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을 동시에 맞이해야 하는 것이었다. 창고에서 박스를 정리하는 도중 “땡땡”소리가 울렸다.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신호다. 삼각김밥, 담배, 라면, 볼펜 등을 하나씩 팔면서 계산대와 창고를 수십 번 오갔다. 창고정리는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매장청소가 남았다. 우선 빗자루로 66㎡(약 20평) 매장 구석구석을 쓸었다. 속이 그득한 음식물쓰레기통(라면국물통)도 비웠다. 걸레로 전자렌지, 식탁을 훔쳤다. 청소가 끝나도 일은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다. 제품 판매 외에도 간간히 손님들의 버스카드를 충전했다. 빈병 매입도 했다. 50가지가 넘는 담배이름을 외우는 것은 덤이었다.

편의점 한 켠에 붙은 ‘2016년 최저임금 시간급(給) 6030원 준수’라는 옛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기자가 점주 체험을 했던 부근에서 또 다른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5)씨 얘기다. “2016년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아서 차렸어요. 2년 동안 매출은 25%가량 줄었습니다. 그 사이 최저임금은 24% 올랐어요. 더는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씨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박모(47)씨는 “일단 월급 더 받게 돼서 좋기는 한데, 이것(최저임금 인상)때문에 편의점이 폐업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 일자리가 사라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알바 시급 7530원인데, 점주는 시간당 6222원 벌었다
기자가 일일점주로 일한 편의점의 하루 매출은 141만원. 최근 3개월 해당 편의점의 평균 마진율이 28%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벌어들인 매출이익은 39만7800원 안팎이다. 여기에서 다시 30%(11만9300원)를 본사가 가져간다. 점주 몫은 나머지 70%(27만8500원)와 본사장려금 2만3000원을 포함한 30만1500원이다. 하루치 전기·수도세, 상품폐기 손실비, 신용카드 수수료 같은 영업비 6만5500원을 빼야 한다. 여기까지 23만6000원.

문제는 인건비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평일 4명, 주말 2명씩 모두 6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돌려야 한다. 최저임금 기준으로 하루 인건비는 20만원 꼴(세금 포함)이다. 이제 점주 몫은 하루 3만6000원으로 확 쪼그라든다.

그래픽=정다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임대료가 남았다. 이 매장 월 임대료는 180만원으로, 하루치는 6만원인 셈이다. 임대료를 제하면 이제부턴 2만4000원 적자에 돌입한다. 한달로 놓고 보면 72만원 손해 보는 장사다.

손해를 막으려면 결국 아르바이트생을 자르고 점주가 몸으로 떼워야 한다. 기자처럼 점주가 하루 9시간(주 63시간) 일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드디어 하루에 5만6000원을 벌어갈 수 있다. 시간당 6222원을 버는 셈이다. 이는 아르바이트생 시급 7530원보다 더 낮다.

편의점주 A씨는 “편의점 점주 하느니, 편의점 알바하면서 사는 게 돈이 더 벌린다”면서 “정부가 온 국민이 알바하면서 사는 ‘평등한 알바천국’을 한반도에 세우려는 것 같다”고 했다.

점주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점주가 24시간 내내 일하는 것이다. 이렇게하면 인건비가 ‘혁신적’으로 줄어들면서, 한 달 528만원을 번다. 실제 이렇게 운영하는 편의점도 있다.

“편의점해서 돈 번다는 사람들은 ‘점주 부부’가 낮과 밤으로 24시간 교대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이렇게 365일 돌리다가 몸이 망가지거나, 부부 사이가 틀어지거나, 결국 폐업하거나 셋 중 하나죠.” 서울 지역 편의점 점장 최모(32)씨 얘기다.

내년에는 인건비가 10.9% 더 오른다. 시간당 8350원이다. 이렇게 되면 점주 입장에선 ‘재앙’이나 다름없다. 기자가 운영했던 편의점 기준으로 점주가 하루 9시간(주 63시간)일하면 월 138만원 수준으로 수익이 떨어진다.토·일 빠짐없이 일주일내내 일한 노동의 대가로는 너무 적다. 같은 조건으로 일한 아르바이생의 경우 한달 월급은 225만원을 받게 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년부터는 점주가 아르바이트비를 주기 위해서 일하는 상황에 돌입한다”며 “정부가 자영업은 이제 그만 접고, 알바나 하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곤두박질…민노총은 “1만원까지 올리라”
편의점 매출은 곤두박질하고 있다. 지난해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등 편의점 5개사의 영업이익률은 1~4%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이후 1분기 영업이익률은 0~1%대로 바닥을 긴다.

그래픽=정다운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19년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편의점 점주는 아르바이트생 1.5명 고용 시 올해 대비 대략 6~10% 가량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르바이트생 2명을 고용할 경우 이익 감소율은 10~18%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경영악화를 ‘최저임금 인상’ 하나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도한 출점경쟁 △과도한 가맹수수료도 편의점 점주들을 힘겹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현재 ‘5대 편의점’ 가맹점은 4만845개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국내 편의점 수는 1268명당 1개다. ‘편의점 왕국’이라는 일본(2336명당 1개)보다 2배 가까이 많다.

기자가 일한 편의점 주변에도 5개의 경쟁업체가 자리하고 있었다. 편의점 실제 점주 A씨는 개점 당시 월 400만~500만원의 수익을 거뒀지만, 경쟁업체가 늘어나면서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과도한 가맹수수료도 문제다. 기자가 일한 매장은 하루동안 점주가 5만8900원을 벌 때, 본사가 12만1500원을 챙겼다. 최저임금 인상은 A씨가 폐업을 결심한 ‘결정타’ 역할을 했다. 민주노총은 현재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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