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편의점주 울리나.. "과당 출점, 불합리한 수수료에 인건비마저 증가"
서울 서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51)씨는 19일 편의점 매출 장부를 공개하며 이렇게 안타까워했다.
지난 5월 기준 1600여만원의 총매출을 올린 최씨의 편의점은 매출액의 60%(970만원)가 상품 원가로 나간다. 매출이익에서 본사에 내는 35%의 수수료로 떼면 400만원 가량의 점포매출이 나온다. 여기에 한달에 80만원대의 임차료와 250만원 수준의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상품폐기손실, 공과금 등 영업비를 떼고나면 남는 수익이 별로 없다. 편의점 본사 지원금 180만원 가량을 받으면 200만원이 안되는 최씨의 수익이 남는다.
지난 14일 내년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0.9% 상승한 시간당 8350원으로 오른다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발표가 나오자 편의점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했지만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편의점주들은 본사에 무분별한 점포 확장과 20~50% 상당의 수수료에 문제를 제기하며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다.
최씨는 인건비가 더 많이 나가는 주말·야간시간에 울며겨자먹기로 자신이 직접 일한다고 한다. 평일 오전 4시간 반을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4대 보험금을 포함한 인건비만 한달 98만원 정도가 나가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의 인건비는 108만원이 넘게 된다.
편의점 계약기간은 최소 5년. 5년 내 편의점을 접게 되면 그동안 본사에 받은 지원금을 돌려줘야해 마음대로 접지도 못한다. 결국 최씨는 “‘생존’하려면 직접 나와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주변에선 깎을 게 없어서 인건비로 돈을 아끼려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주변 점주 중에는 어쩔 수없이 다른 알바를 뛰며 편의점을 운영하는 분도 있다”고 설움을 토로했다. 본사 수수료, 임대료 등이 정해진 상황에서 줄일 수 있는 건 인건비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가맹 수수료 체계는 편의점주를 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본사는 점주에게 20~50% 상당의 매출이익을 가져간다. 이른바 ‘가맹 수수료’라고 하는데, 이는 점주의 초기 투자비용과 영업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한 유명 편의점 본사의 창업 기준에 따르면 가장 적은 수준인 매출이익 20%의 가맹 수수료를 떼려면 점포임차비, 인테리어비, 집기 임대료 등을 점주가 부담해야한다. 반대로 가맹본부와 임차비용을 분담하고, 인테리어, 집기 등을 지원받으면 가맹수수료가 매출이익의 50~60%수준으로 높아진다. 초기 자본이 적을수록 높은 수수료 족쇄를 쓰게 되는 셈이다.
‘24시간 영업’도 가맹수수료에 영향을 미친다. 편의점 본사는 경쟁사보다 많은 영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를 내걸고 점포의 24시간 영업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야영업을 포함한 24시간 영업과 19시간 영업은 같은 조건에서 가맹수수료가 5~10%까지 차이가 벌어진다.
24시간 편의점의 증가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편의점 계약은 기본 5년 이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점주는 심야영업을 포기할 수도 없게 된다.
업계에서는 유통사인 편의점 본부가 유통사업을 통해 매출을 챙기면서도 점주에게 또다시 과도한 수수료를 떼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은 “편의점 본사는 많은 거래처를 확보해 물품을 싸게 받을 텐데 가맹점은 본사가 얼마나 이익을 취하는지 모르고 있다”며 “거기에 가맹점은 따로 상당한 가맹수수료까지 내고 있어 이중수탈”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치킨 가맹점은 물품 마진을 받고 로열티를 받지 않고 있다”며 “피자집 등은 가맹점 로열티를 받고 있지만 원가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4)씨도 가맹 수수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는 “가맹 수수료에 비해 본사의 지원은 형편없다”며 “그나마 지원해주는 집기도 불량 제품이 오는가하면 컴퓨터도 구형을 보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수수료와 함께 편의점 업계가 과도하게 많은 편의점수를 세운 게 수익구조를 근원적으로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많다. 즉 본사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편의점주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과당경쟁으로 내몰았다는 거다.
실제 편의점 수는 해마다 증가해 점포 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중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년 2만4559곳이었던 편의점 수는 지난해 말 3만6823개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는 이미 4만개 돌파했다는 분석이다. 2007년 1만개 수준에서 10년새 4배나 늘어난 셈이다. 본사가 초기비용을 일부 부담하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너도나도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결과다.
출점기준이 따로 없다는 점도 무분별한 편의점 창업을 부추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거리 250m 이내에 다른 편의점이 있다면 출점을 제한하는 기준을 만들었지만 편의점 본사 간 담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2014년 폐지되며 사실상 편의점은 어디든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대형 편의점 본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해 부산의 한 건물에서는 1층과 2층에 각각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입점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편의점 수가 증가하면 본사의 가맹 수수료 수익은 증가하지만 각 점포의 수입은 줄어든다. 인근 점포와 파이를 나눠야하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통산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점포당 매출액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2월 이후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편의점 본사 ‘죽는 소리’ “우리도 어려워”
편의점 본사도 영업이익률이 1%대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임원들은 18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간담회 자리에서 “편의점 본사도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발맞춰 상생 안을 내고 점주들을 지원하며 영업이익률이 1%로 떨어졌고 올해도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평균 35%의 가맹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으로 보도가 되고 있는데 가맹점주들에 대한 물밑 지원금 등을 감안하면 실상 그의 절반 정도만 본사가 가져가는 것”이라며 “회사의 본사 인력이 1만2000명인데 최저임금이 오르면 본사의 부담이 커지는 고충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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