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인상 추진-르포] ③ "부담스럽다" vs "최소 생계비" 서울에선 매일 밤 '택시대란'

류은혁 기자 2018. 7. 2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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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운송사업 노사·민간전문가·시민사회·담당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는 올 하반기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을 15~25%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이는 2001년(25.3%)에 이은 최대 인상폭으로,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또 최근에는 승차공유(카풀)업체인 '풀러스'가 정부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카풀 요금은 택시비의 70~80% 수준으로 알려졌다. 머니S가 택시비 인상에 따른 시민 반응과 4차산업혁명 시대에 나아가야 할 관련 산업의 방향을 점검해봤다.<편집자주> 

/사진=뉴시스

지난 18일 밤 11시 강남 선정릉역 일대는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뻗는 이가 많았다. 이날 도로를 달리던 한 택시가 승객 앞에 멈췄다. 택시기사는 조수석 창문을 연 채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었고 승객은 "광명으로 갑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차량 반납하러 가는 길인데 그쪽 방향이 아니네요. 다른 거 타세요"라고 말했다.

서울 중심지는 밤만 되면 '택시대란'이 벌어진다. 승객들은 한손에는 택시 호출앱을, 다른 한손은 도로 위 택시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을 흔든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개인택시 4만9260대, 법인택시 2만2714대 등 총 7만1974대의 택시가 등록돼 있다. 하지만 출퇴근·심야시간만 되면 택시 타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가 된다.

이날 연달아 택시 2대를 놓친 직장인 김용진씨(28·남)는 "서울 중심지에서는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렵다. 안 그래도 더워서 힘든데 택시 잡는데 진이 다 빠진다"며 "(자신이) 사는 지역은 택시기사들이 가기를 꺼려한다. 나올 때 빈 택시로 나올 확률이 높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택시요금 인상… 승객들은 "부담스러워"

지난 18일 강남 선정릉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이날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거나 길거리에서 무작정 택시를 기다리는 대부분의 승객들은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앞서 택시운송사업 노사·민간전문가·시민사회·담당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15~25% 인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3년 10월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 인상한 뒤 5년만이다.

컨퍼런스 참석차 강남을 찾은 박현준씨(30·남)는 "택시요금이 오른다면 그만큼 서비스가 개선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지금도 택시비가 부담스러운데 요금이 오를 경우 앞으로 택시 타는 횟수를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택시요금 인상과 함께 서비스 개선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승차거부 등 택시 민원이 단 한번만 발생해도 운행자격을 10일 이상 정지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쓰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승객들은 서비스 개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김희진씨(29·여)는 "매일 밤마다 택시운전사와 줄다리기를 한다"면서 "서비스 개선에 따른 요금 인상은 찬성이지만 서비스가 과연 개선될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택시 승차거부 신고는 매년 평균 7000건씩 나오지만 지난 3년간 자격이 취소된 택시기사는 단 6명뿐이다. 90% 이상은 증거 부족으로 행정처분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18일 강남 선정릉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택시요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승객도 적지 않았다.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이상엽씨(43·남)는 "업무상 술자리가 많아 택시를 자주 이용한다"면서 "택시요금이 인상되면 택시를 탈 때마다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밝혔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기본요금과 거리, 시간요금을 변수로 크게 두가지 인상안을 내놨다. 첫번째는 기본요금을 4500원 수준으로 올려 인상 폭을 최대한 높인 뒤 택시요금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방안이다. 두번째는 기본요금을 3900원 수준으로 올려 인상 폭을 가능한 낮추는 방안이다.

◆최저임금·LPG 가격 오르는데… 택시요금 '그대로'

지난 18일 강남 선정릉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택시요금 인상과 할증시간 확대는 택시기사의 월 소득이 4인 가족 기준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563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법인택시의 하루 평균 운송수입금은 약 16만원이며 여기에 사납금과 각종 세금을 제외하면 택시기사의 월평균 수입은 약 21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에서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김준호씨(가명·53)는 "매년 최저임금과 연료비는 오르는데 소득은 그대로다"며 "택시요금 인상은 물가 상승에 따른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또 다른 법인택시 운전사 박준현씨(가명·55)는 "승객들이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 있으나 이번 인상안 추진은 택시운전사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면서 "다만 그만큼 (택시요금 인상만큼) 사납금이 올라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택시 기본요금 인상 요구가 불거지는 배경에는 열악한 법인택시 기사들의 처우가 한축을 이룬다. 지난 2013년 10월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600원 오른 뒤 지난해 월 평균 수입은 30만원가량 올랐지만 택시운전사 숫자는 16% 감소했다.

◆여전히 '택시 대란'… 향후 대책은?

지난 18일 강남 선정릉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서울시가 택시임금 인상 추진과 더불어 서비스 개선에서도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택시비 인상에 따른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승차·차량공유 규제를 풀어서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공급자간 경쟁이 없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승객들은 택시요금 인상에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택시서비스가 개선된다면 '이해한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택시 배차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승객이 비용을 지불하고 택시를 타는 것인데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가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사업운영 매니저는 "운수업시장에서 카풀이나 차량공유의 니즈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택시를 기다리던 한 승객은 "카풀업체나 차량공유로 인해 생계를 잃을까 걱정하는 택시운전자들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소비자들은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경쟁이 없는 시장은 발전이 더디거나 퇴보할 수밖에 없다. 택시요금 인상과 더불어 서비스 개선에 대한 고민을 4차산업시대에 걸맞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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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은혁 기자 ehry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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