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먹방 이후 씨 마른 곱창.. 대박커녕 대란

박상은 기자 입력 2018. 7. 20.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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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없어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

연예인 '먹방'(먹는 방송)으로 시작된 '곱창 대란'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년 넘게 곱창구이 식당을 운영한 A씨는 마장시장을 나서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곱창구이 식당을 개업하는 박모(48)씨도 처음 거래처를 알아보던 두 달 전과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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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동, 물량 확보 전쟁
곱창 물량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은 서울 성북구의 한 곱창구이 식당. 박상은 기자
지난달 8일 MBC ‘나 혼자 산다’에 등장한 걸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의 ‘곱창 먹방’ 장면. MBC 캡처

여름, 도축 물량 적어 비수기
지난달 걸그룹 멤버 먹방 뒤 전국서 열풍… 한 달 넘게 품귀
“주말엔 식당 문 아예 못 열어” 재료 못 구해 ‘강제 휴가’ 속출

“곱창 없어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해.”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 상점 앞에서 대야에 담긴 소 부산물을 정리하던 상인은 ‘곱창’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손사래를 쳤다. 이 상인은 “요새 TV에 나왔다고 (곱창 시장이) 난리”라며 “원래 거래하던 식당 물량도 못 챙겨준다”고 고개를 저었다. 부산물 도·소매 간판이 내걸린 몇몇 점포를 찾아가봤지만 어디든 사정은 비슷했다.

연예인 ‘먹방’(먹는 방송)으로 시작된 ‘곱창 대란’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8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걸그룹 멤버가 대낮에 곱창구이를 즐기는 장면이 방송된 뒤 나타난 현상이다. 매일 수많은 먹방이 쏟아지지만 곱창처럼 한 달 넘게 품귀 현상이 계속되는 건 이례적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축산물 장터인 마장시장은 방송 이후 한 차례 ‘전쟁’을 겪었다. 한정된 곱창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식당 주인들의 쟁탈전이 벌어졌다. 수요가 늘면 상인들은 ‘대박’을 꿈꾸기 마련이지만 곱창 업계의 현실은 달랐다. 곱창 대란이 길어질수록 부산물 상인과 거래처 식당 주인들은 오히려 시름이 깊어졌다.

본래 여름은 축산 업계 비수기다. 날이 더워지면 불을 피워 먹는 고기 수요가 줄고 도축 물량도 적어진다. 도축 없이는 부산물이 나오지 않으니 곱창 물량을 갑자기 늘리기 어렵다. 2대째 마장동에서 부산물 도·소매업을 하는 오모(49)씨는 “수십 년간 장사하셨던 분들도 이런 대란은 처음이라고 한다”며 “택배로 물건을 받던 식당 사장님들이 답답한 마음에 시장으로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곱창 물량은 월∼수요일에 몰린다. 주말을 앞둔 목·금요일에는 도축이 거의 없다. 20년 넘게 곱창구이 식당을 운영한 A씨는 마장시장을 나서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금·토·일요일에는 가게를 아예 못 열고 주중에도 1, 2시간 만에 문을 닫았다”며 “시간으로 따지면 한 달에 5일도 장사를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주일에 물량 하나도 못 가져가는 사람들은 아예 거래 점포 앞을 지키고 서 있기도 했다”며 “장사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곱창구이 식당을 개업하는 박모(48)씨도 처음 거래처를 알아보던 두 달 전과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주에도 시장이 전쟁터였다”며 “큰 식당 작은 식당 상관없이 다들 물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곱창 대란으로 과열된 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진정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열풍이 완전히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 16일에도 서울 종로와 신촌 등 번화가의 곱창구이 식당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40년 넘게 마장동에서 장사한 안모(64)씨는 “8월이 되면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2, 3주 정도는 여파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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