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성기를 못잊어".. 日, 1980년대 복고 열풍

도쿄/최은경 특파원 2018. 7. 2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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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플레이어·닌텐도 게임기·1회용 카메라·옛날 찻집 인기
최근 경기 좋아졌어도 세계정상에 가까웠던 그시절 향수 여전

도쿄 신주쿠구(區) 한 대형 가전제품 판매장 5층의 '오디오용품' 전시 코너. 블루투스 스피커, 인공지능(AI) 스피커, 최신 이어폰의 격전지인 매장 한쪽에 최근 '라디오·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신제품이 등장했다. 소니·도시바 등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 회사들이 올 초 잇따라 출시한 제품으로, 말 그대로 1980년대 듣던 그 카세트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기기다. 저마다 "카세트·CD 재생 가능, 노래방 연습 기능까지" "그 시절 그 노래를 최고의 음질로" 등의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첨단을 좇는 도쿄의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신주쿠에 '최신형(?) 라디오·카세트 플레이어'라는 어색한 기기가 등장한 건 카세트테이프가 근래 2~3년간 일본에서 소소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시대를 되감은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의 새로운 인기'라는 기사에서 "그리운 옛날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가 조용한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카세트테이프로 추억의 노래를 들으려는 중·장년층, 1980년대 복고풍 문물을 신선하게 여기는 젊은이들이 주 고객층이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나는 '딸깍' 소리와 테이프가 돌아가는 잡음 등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이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이 흐름을 타고 마쓰다 세이코와 같은 80년대 인기 아이돌부터 요즘 젊은 아티스트까지 카세트테이프로 앨범을 발매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서 1980년대 복고풍은 최근 2~3년째 계속 인기다. '레트로 열풍' '아날로그 열풍' '쇼와(昭和·1926~1989년) 붐' 등 명칭도 다양하다. 지난해 1980년대 히트곡 '잇유업(Eat you up)'에 맞춰 복고풍 댄스를 춘 오사카 도미오카 고등학교 학생들의 성공은 대표적인 사례다. 사자 같은 머리 스타일로 뽕이 잔뜩 들어간 반짝이 재킷을 입고 춤추는 학생들의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50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NHK 연말 특집 음악방송 홍백가합전에도 출연했다.

1980년대를 추억하는 물건이나 장소에 대한 수요도 높다. 닌텐도는 1983년에 내놓았던 가정용 게임기 '패밀리 컴퓨터(패미콘)' 소형 복각판을 지난달 28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닌텐도가 2016년 11월 복각판을 처음 내놓았을 때, 품귀 현상으로 사지 못했던 팬들의 재발매 요구가 계속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임 회사 세가도 올해 안에 1988년 작 가정용 게임기 '메가드라이브'를 복원해 출시하기로 했다. 매출 감소를 이유로 가정용 게임기 사업에서 철수한 지 17년 만이다.

10~20대 사이에선 1986년 처음 선보였던 후지필름의 일회용 카메라가 인기다. 카메라 구입과 인화에 2만원 가까운 돈이 들지만, 일회용 카메라 특유의 아날로그 분위기를 즐기려 찾는 사람이 많다.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에 밀려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가, 출시 30년 만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일본 소셜미디어에는 1980년대 찻집 '깃사텐(喫茶店)'을 탐방하는 사람도 많다. 우리식으로 치면 옛날 다방에 가까운 곳이다.

1980년대를 주제로 한 각종 전시회나 음악 행사도 잇따른다. 오는 8월에는 도쿄 미쓰코시백화점 본점에서 '뜨겁고 활기 넘치던 그때, 1980년대전'이라는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1980년대를 추억하는 복고 열풍은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1980년대는 일본인들에게 조금 더 특별하다. 일본이 세계 1위를 넘보던 버블 경제의 절정기가 그때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도 일본의 1980년대 복고 열풍을 분석하면서 "최근 일본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1980년대의 좋았던 날과 멀어졌고 최고의 시절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자국이 세계 정상에 가까웠던, 희망이 있던 1980년대를 끊임없이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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