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영화관서 피서하는 한국, 집에서 꼼짝않는 일본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입력 2018. 7. 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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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와 오누키의 friday talk]

삼복더위가 시작됐습니다. 아스팔트는 프라이팬, 대기는 한증막.

김미리(이하 김): 요즘 참 회사 가고 싶어요. 며칠째 한낮 기온이 34~35도. 에어컨 시원한 사무실만 한 데가 없네요.

오누키(이하 오): 도쿄도 펄펄 끓는답니다. 매일 35도 언저리. 아침부터 30도가 훌쩍 넘어요. 지난 18일엔 기후현 다지미시에서 낮기온이 40.7도까지 올랐어요. 2년 뒤 도쿄올림픽이 7월 말~8월 초에 열린다는데 벌써 더위 때문에 걱정이라는 뉴스도 많아요.

김: 집도 푹푹 찌니 한낮엔 다들 집을 탈출하려 해요. 오늘 아침엔 친구가 메시지 보냈는데, 애 등교시키고 바로 동네 카페로 피신한대요. 또 다른 친구는 영화관으로. 에어컨 빵빵한 카페, 영화관, 마트만 한 피서지가 없다고들 해요.

오: 한국 살 때 참 다르다고 생각한 풍경이었어요. 일본인들이 꼽는 최고의 피서지는 집이에요. 인터넷에서 '더울 때 어떻게 지내느냐'라고 검색해보니 연관 검색어 1위가 '집'이에요. 꼼짝 않고 집에 있는 거죠. 지난주 연휴 끝난 날 아침 뉴스에서 앵커가 마무리 멘트를 이렇게 했어요. "연휴 동안 집에서 꼼짝 않고 더위 피하셨을 텐데 오늘부터 다시 출근해야 해서 힘드시겠어요."

김: 한국하고 반대네요. 너무 더울 땐 집에 있는 것도 힘들지 않아요?

오: 영화관은 비싸요. 성인이 1800엔(1만8000원) 정도고, 한국처럼 대형몰 형태가 아니라 몇 시간 때우기가 쉽지 않죠. 그리고 한국은 대형마트나 멀티플렉스가 도심 곳곳에 있어 가기 편한데 일본은 도심에서 꽤 떨어져 있어요. 뭣보다 피서법 차이는 자동차 문화에서 오는 것 같아요.

김: 자동차 문화요?

오: 도쿄엔 자가용 없는 가정이 많아요. 주차장도 많지 않고 주차비도 비싸서요.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더위 피해 나가려면 일단 집에서 역까지는 가야 하잖아요.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역까지 걸어가기. 아, 생각만 해도 더위 먹겠어요(웃음).

김: 별별 더위 대처법도 등장해요. 한 선배는 1.5L 생수병을 꽁꽁 얼려 타월 둘둘 말아 안고 자보라고 하더군요. 열대야에 끄떡없다고. 현대판 죽부인이라나 뭐라나(웃음).

오: 일본에선 해수욕하는 사람이 급감하고 있대요. 최근 요미우리신문에서 보도했는데, 2001년 전국 해수욕장 이용객 수가 2550만명이었는데 2016년엔 730만명으로 줄었대요. 애들은 바닷물이 끈적거려 싫다 하고 어른들은 피부 상할까 봐 바다에서 일광욕하는 사람이 확 줄어서 그렇다네요. 동일본 대지진 때의 쓰나미 트라우마로 바다를 꺼리기도 하고요. 일례로 만화 '슬램덩크'에 배경으로 나오는 에노시마 해변이 있는데 요즘은 일본 사람은 거의 없고 한국·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 관광객들만 바글바글하다네요.

김: 한국에선 오히려 바다 찾는 이들이 느는 듯해요.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해수욕장 이용객(중복 방문 포함)은 9900만명으로 2014년보다 43.5% 늘어났다 해요. 주변을 봐도 제주도 해수욕장과 부산 해운대·광안리 찾는 이들이 요 몇 해 사이 부쩍 는 느낌이에요.

오: 일본에선 고령화로 생긴 폭염 풍경도 있어요. 전기료 아끼고 귀찮아서 에어컨 안 틀었다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고령자가 많대요. 그래서 온 매스컴에서 고령자들에게 물 많이 마시라고 신신당부한답니다. 고령자들은 수분이 부족하다는 걸 잘 인지하지 못해서 갑자기 탈수현상 겪고 위험해진다 해요. 최근 서일본 폭우 이재민 중엔 화장실이 변변치 않아서 물을 안 마시려는 고령자가 많아서 문제라네요.

김: 그나저나 여행 업체들이 올 7~8월 항공권 예약 현황을 분석해 보니 올여름 한국인들 최고 인기 휴가지가 오사카라던데.

오: 안 그래도 갸우뚱했어요. 이 더위에 굳이 왜…. 그래도 이왕 오시는 거 물 많이 드시고 더위 먹지 마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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