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아이 위해 해외서 혈당기 사왔다고 고발, 규제 반성한다"

위문희 2018. 7. 2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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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헬스케어혁신파크 방문
피 안뽑는 혈당측정기 구매로 곤욕
소아당뇨 환자 엄마 사연 직접 들어
"생명 지키는 의료산업 규제 혁파
최대 390일 걸리던 인허가 80일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혁신성장과 관련한 첫 현장 행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보건복지부·식품의약처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열린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방안’ 발표 현장에 참석했다. 지난달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당일에 연기하면서 과감한 규제개혁을 강조한 지 22일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정책발표 행사장에서 정소명 학생(가운데)을 격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의 벽을 대폭 낮춰 ’첨단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된 의료기기들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활용되지 못한다면, 무엇보다 절실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이라며 “그럴 때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지원하겠다. 의료기기 산업의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의료기기 분야의 인허가 규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안전성이 확보된 체외진단 기기에 대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단계적으론 사후평가로 전환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시장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필요 시 사후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는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혁신의 핵심 정책이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안정성이 입증된 의료기기는 최대 390일이었던 인허가 기간이 80일 이내로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또 문 대통령은 “현재 의료기기의 허가, 신기술 평가,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식약처·보건의료연구원·건강보호심사평가원에서 따로따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세 가지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규제절차의 전 과정에 대한 통합 상담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방암 수술 후 상태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도 국내에 임상문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출시를 허가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며 “첨단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절차를 만들어 혁신성이 인정되면 즉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첫 혁신성장 현장 행보로 의료기기 분야를 택한 것과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다른 제조업에 비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의료기기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여러분의 열정에 정부는 날개를 달아드려야 한다”며 “규제혁신이 쉽지 않은 분야지만 의료기기 산업에서 규제혁신을 이뤄내면 다른 분야의 규제혁신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발표에 앞서 이날 소아당뇨를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해외에서 의료기기를 구입했다가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김미영씨 사례를 청취했다. 김씨는 혈당 측정차 하루 열 번 이상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야 하는 아들을 위해 피를 뽑지 않아도 되는 혈당 측정기를 해외에서 구입했다. 소프트웨어 기술자인 김씨는 이 기기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원격으로 혈당을 체크하고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했다. 김씨는 다른 소아당뇨 가족들에게도 기기와 앱을 제공해 주다 식약처로부터 고발당했지만 검찰은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목적이 아닌 점 등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문 대통령은 김씨의 발표를 듣고 “아픈 아이를 둔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애가 타고 속상했을까 싶다”며 “소명이(김씨 아들) 어머니의 이야기는 의료기기의 규제에 대해 우리에게 깊은 반성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씨 모자를 격려하고 아들 소명군이 좋아하는 야구 선수의 사인이 있는 야구 글러브와 배트를 선물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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