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이불 씌우고 올라타..11개월 영아, 어린이집서 또

김정연.김호 2018. 7. 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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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숨지게 한 혐의 교사 긴급체포
'찜통 버스' 사건 이어 학부모 불안
"이런 일 계속돼 아이 맡겨도 될지"
18일 생후 11개월 원생이 사망한 서울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 [뉴스1]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원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남자아이를 재우는 과정에서 몸을 누르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보육교사 김모(59·여)씨를 19일 긴급체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일(18일) 어린이집 내부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한 결과, 김씨가 낮 12시쯤 아이에게 이불을 씌운 상태에서 온몸으로 올라타 누르는 장면 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가 잠을 자지 않아 그랬다”고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아동을 부검한 결과 “비구폐색성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냈다.

이튿날인 19일에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으로 출근했지만 사실상 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원생 6명이 정상 등원했지만 오전에 사건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모두 집으로 데리고 가면서 오후에는 원생들이 한 명도 남지 않았다. 4살 아들과 어린이집을 찾은 한 남성은 “당분간은 아내와 일정을 조율해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딸을 데리고 나간 한 여성은 “(어린이집이) 폐쇄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중에 또 연락준다고는하는데 불안해서…”라며 말을 흐렸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자녀도 학대를 당한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오전 11시20분쯤 어린이집을 찾은 한 학부모는 두 자녀와 함께 커다란 플라스틱 가방 2개를 챙겨 나왔다. 그는 “둘째는 아직 어려 사망한 아이와 같은 씨앗반에 다녔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이 어린이집 원생의 삼촌인 사모(19)씨는 “아침에 데려다줄 때 보면 선생님이 늘 애를 받으면서 한숨을 쉬거나 표정이 안 좋았다. 일찍 등원시키면 짜증이 표정에 드러났다”고도 했다. 어린이집 앞을 지나던 한 원생의 할머니는 “한 달 전에 아이 우는 소리가 나서 와보니 애 셋을 바깥 계단에 내놔서 빽빽 울고 있더라”며 불만을 표했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지난 2009년 문을 연 이 어린이집에는 보육교사 11명(원장 포함)에 원생 25명이 등록돼 있다.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은 종합평가서에서 “법적 사항을 대체로 준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장실과 세면장 청결, 실내외 위험한 물건의 보관 외에는 별도 지적사항도 없었다. 보육과정 점수는 평균(97.62)보다 높은 99점을 받았다. 지성애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평가 자체의 신뢰도는 좋은 편이지만 1년 365일 지켜볼 수는 없으니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 유치원 통학버스 안에 설치된 어린이 안전벨과 확인버튼. 광주광역시는 2016년 유치원 통학버스에 아동이 갇히는 사고를 겪은 뒤 통학버스에 이같은 안전 장비 설치를 의무화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경기 동두천의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 네살배기 아이가 갇혀 숨진지 하루 만에 영아 사망 사건이 또 일어나면서 어린이집 원생을 둔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맘카페 등에서는 ‘당분간 직접 통학시키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생후 20개월 된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긴 백모(32)씨는 “사건이 계속 일어나니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도 괜찮은지 불안하다. 아이에게 죄짓는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어린이집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각종 대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광주교육청은 2016년 10월 유치원 통학버스에 아동이 8시간가량 갇히는 사고를 겪은 뒤 통학버스안전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통학버스에 안전벨을 달아 아동이 쉽게 누를 수 있게 하고, 버스 시동을 끄면 남겨진 아이가 없는지 점검하라는 경고음도 울리도록 돼 있다. 유치원 통학버스 운전기사 양석승(61)씨는 “안전 장치는 일부 기사나 인솔 교사의 무관심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안전하게 등·하원 시키려는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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