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 금괴가 가득? 보물선이 나오면 누가 이득을 볼까

최미랑 기자 입력 2018. 7. 19. 15:43 수정 2018. 7. 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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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신일그룹이 지난 17일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공개한 사진

1905년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 가라앉은 러시아 배 돈스코이호를 바닷속에서 찾아냈다는 주장이 지난 17일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일부 코스닥 기업 주가가 요동을 치자 금융감독원은 18일 투자자 유의사항까지 배포했습니다.

돈스코이호는 금괴를 가득 실은 채 가라앉았다는 소문 때문에 ‘보물선’으로 불려 왔습니다. 신일그룹은 이번에 발견한 선체에서 ‘DONSKOII’(돈스코이) 글자까지 확인했다고 밝히고 이 배에 “약 150조원 어치의 금화와 금괴가 실려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곧 인양 작업이 시작될 것처럼 얘기했지만, 해양수산부는 지난 18일 “이 회사가 발굴 승인신청을 낸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 관련기사 : ‘금괴 150조 보물선 발견설’에 주식시장 들썩···금감원, 투자 주의보 발령

실제 인양이 가능할지 아닐지도 알 수 없지만, 이 배를 처음 발견한 것은 신일그룹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15년 전인 2003년에 이미 한국해양과학기술원(당시 한국해양연구원)이 가라앉은 배를 발견해 촬영한 영상까지 공개했다는 겁니다. 이 내용은 해양과학기술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사진DB에서 사진 보기

만약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처음 발견했고 이 배와 함께 가라앉은 ‘보물’을 건져 낼 수 있다손 치더라도 소유권을 이 회사가 가지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세계 곳곳서 바닷속에서 보물이 건져 올려질 때마다 해묵은 논쟁이 반복됩니다. 돈을 들이고 탐사를 벌여 가라앉은 배를 찾아낸 사람이 주인일까, 아니면 배가 가라앉은 곳이 속한 나라가 가지게 될까, 그것도 아니면 옛날 옛적 이 배를 만들어 띄워 보낸 바로 그 나라 것이 되어야 할까.

이전에 고고학적 지식으로 보물을 찾아 나서던 ‘보물 사냥꾼’들은 최근에는 발달한 선박 제조 기술과 잠수장비로 해저 탐사에 힘을 쏟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지역 탐사권과 해저 생태계 훼손 문제도 도마에 오르게 되는데요. 2001년 유네스코는 해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며 수중문화유산 관할권에 대한 국제협약인 ‘수중문화유산보호협약’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분쟁’은 끊이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보물을 발견하는 사람 몫으로 쳐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국가에 귀속시키는 추세라고 합니다.

■ 투자 받아 보물 찾고 잠적한 ‘보물 사냥꾼’

센트럴 아메리카호의 침몰 장면을 묘사한 그림 |위키피디아

미국 증기선 센트럴아메리카호는 유명한 보물선입니다. 이 배는 캘리포니아 금광에서 캐낸 21t 상당의 금을 싣고 가다가 침몰했는데, 이 사고로 금 14t 정도가 유실돼 그해 경제 공황을 부채질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보물 사냥꾼인 토미 톰슨이 이 배와 함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 가라앉은 보물을 찾아낸 것은 1988년, 이 배가 침몰한 것은 1957년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20km 떨어진 바다에서 허리케인을 만나 사고가 일어나면서 425명이 희생됐습니다.

톰슨은 이 배를 찾겠다며 회사를 세우고 투자자를 끌어모아 결국 인양까지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하지만 투자대금 1270만달러를 한 푼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보물은 몰래 빼돌렸습니다. 2005년부터 법정 싸움이 시작 되자 2012년 잠적해 수 년 간 도피생활을 하던 그는 결국 2015년 1월 플로리다주의 한 고급 호텔에서 붙잡혔습니다. 그러나 보물을 어디에 숨겼는지 그는 끝까지 털어놓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12월 미국 법원은 법정 모독 등 혐의로 톰슨에게 징역 2년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빼돌린 보물이 어디 있는지 말할 때 까지 형을 집행하는 대신에 매일 1000달러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지만, 톰슨은 단기 기억상실 등의 핑계만 댔다고 합니다.

▶ 관련기사 : 트레저 헌터와 정부의 ‘소유권 쟁탈전’… 발견한 자와 발견된 나라, 보물선은 누구의 몫인가

■ ‘19조원 짜리’ 산호세호 누구 것?

산호세호가 침몰된 카르타헤나 근처 해저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도기. 카르타헤나 | EPA연합뉴스

보물선 ‘산호세호’도 사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307년 전 금은보화를 싣고 스페인으로 가다가 남미 콜롬비아 북부 해안가에서 침몰한 이 배가 2015년 12월 발견되자 소유권 논쟁이 치열했습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콜롬비아 북부 항구 카르타헤나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스페인 범선 ‘산호세호’가 카르타헤나 해안가에서 발견됐다”면서 “역사상 최고 발견 중 하나”라고 자랑했습니다. 콜롬비아 문화국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구리 대포, 도기 등을 찍은 사진도 공개했고, 대통령은 유물 전시를 위해 박물관도 세우겠다고 했습니다.

산호세호는 스페인 국왕 필리페 5세 함대 소속으로 1708년 영국 함대와 싸우다가 침몰했습니다. 배에는 전쟁 자금을 조달하려고 식민지에서 빼앗은 금과 은 등이 실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CNN과 AFP통신 등은 전문가를 인용해 “최대 170억달러(약 19조7370억원)의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배 소유권을 놓고 이미 콜롬비아 정부와 미국 인양 기업 ‘시서치아르마다(SSA)’는 30년 이상 법정 싸움을 벌인 바 있습니다. SSA는 1981년 산호세호 침몰 지점을 발견해 콜롬비아 정부와 보물은 반반씩 나누기로 했지만, 이후 콜롬비아 정부는 보물이 모두 국가 소유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미국 법원은 2011년 콜롬비아 정부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었습니다. 이 배는 스페인 문화유산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배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스페인의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마르가요 외교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는 항해 당시 게양한 국기를 가진 국가에 속한다”며 “그 보물선은 스페인 소유”라고 주장했습니다. 콜롬비아 정부는 2017년에 배를 인양할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관련기사 : ‘스페인 보물선’ 소유권 논쟁

■ 신안 앞바다서 건져 올린 원나라 배

복원된 신안선 모습(왼쪽)과 발굴된 유물들(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국 최초의 수중발굴 보물선은 ‘신안선’입니다. 발견된 곳 이름을 따서 신안선이라고 지었는데 배를 만든 것은 원나라 사람들입니다. 이 배는 1323년 중국에서 일본으로 항해하던 중 고려의 신안 앞바다에서 가라앉았습니다. 무역선인 이 배에는 보물이 가득 실려 있었습니다.

650년 후인 1975년, 신안군 섬마을 어부의 고기잡이 그물에 중국 도자기가 걸려 올라옵니다. 이를 계기로 탐사 작업이 시작됐고 바닷속에서 길이 34m의 신안선과 무역품, 화물표, 공예품, 생활용품, 향신료, 한약재 등이 건져져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1967년부터 1987년까지 정부 주관으로 정식 발굴되는 동안에도 도굴꾼들은 신안앞바다를 누볐다고 합니다. 도자기 인양으로 떼부자가 된 어민이 다른 도굴범을 따라 ‘수중 작업’에 나섰다가 익사하는 비극도 벌어졌습니다. 감시선이 나타나자 도굴범들은 물 속에 있는 어민을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고 합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도굴범이 발굴대원으로 동원되기도 했답니다.

이렇게 건져올린 것들은 역사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유물입니다. 신안선은 해상 실크로드라고 불리는 길을 따라 다녔기 때문에 중세 해상 무역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제공하게 됐고, 당시 아시아의 조선기술을 밝혀주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 관련기사 :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신안선 800만개 동전의 수수께끼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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