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바로 나갈 손님 주문에도 '과태료'..막무가내 일회용컵 단속에 뿔났다(종합)

이선애 2018. 7. 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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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무조건 사용금지…과태료 부과에 현장 혼란
단속 면제 자발적협약 맺은 곳도…바로 나갈 손님 주문에도
'뒷짐 진' 환경부, 커피전문점 불만 폭발 "간담회 열어"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의 한 엔제리너스 매장에 비치된 포스터.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손님이 한 5분만 앉아 있다 나갈 예정이니, 일회용컵에 음료를 달라고 해서 줬습니다. 괜찮다고 들었는데, 마침 단속을 나온 지자체 관계자들이 그것을 보고 8월부터는 과태료를 부과하니 주의해달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황을 설명해도 '사용 금지'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A 커피전문점의 가맹점주

"자발적 협약을 맺은 곳은 일회용품 '사용 억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자체 관계자는 '자발적 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사용을 하면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아 당혹스러웠습니다." -B 커피전문점의 가맹점주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컵 사용은 금지가 아니라 억제입니다. 사용이 불법은 아닌 것이죠. 자발적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의 경우 일회용컵을 사용해도 됩니다. 그런데 지자체는 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법 해석도 잘못하고 있고, 점검 기준도 무조건 '사용 금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환경부의 기준도 모호해 현장은 혼란스럽습니다."- C 커피전문점 가맹본부

투썸플레이스 을지로사옥점에 비치된 일회용컵 사용금지 포스터.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8월부터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곳에 대한 집중 단속에 들어가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곳의 경우 일회용컵을 사용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 지자체가 사용금지로 해석해 과태료를 받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업계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D 커피전문점 내부에는 여전히 일회용컵으로 음료를 즐기는 손님들이 대다수였다. 이 곳 관계자는 "매장에서 무조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고 머그컵을 줘야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장 8월부터 일회용컵을 쓰면 안된다고 하는데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자발적 협약 업체인데 손님이 원할 때 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매장 내에서 음료를 먹다가 들고 나가기 위해 일회용컵을 사용한 경우도 단속한다고 하니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E 커피전문점 가맹점주는 "환경부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업체들은 일회용품 사용 억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들었는데 정작 지자체에서 나온 사람들은 무조건 '사용 금지'라고 해 혼란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원재활용법 제10조에 따르면 일회용품 사용은 금지가 아니라 '사용 억제'다. 특히 시행령 제8조에 따르면 사업자가 일회용품을 스스로 줄이기 위한 협약을 환경부장관과 체결해 이행할 경우 일회용품을 사용거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소공점에서 한 고객이 머그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다.

한 가맹본부 관계자는 "애초에 자발적 협약을 맺을 때 환경부는 협약을 맺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 억제와 단속에서 제외된다는 혜택을 주기로 했는데 관리감독인 지자체에서는 자발적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 위주로 단속을 나와 무조건 '사용 금지'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자발적 협약을 맺지 않은 곳 중심으로 단속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협약 브랜드들 단속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맹본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단속 근거가 되는 자원재활용법에 대해 제대로 해석조차 못하고 있다"며 "사용을 할 수 있는 곳인데도 무조건 '사용 금지'를 주장하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수 확보 차원에 막무가내식으로 '사용 금지'라고 밀어 붙이며 과태료를 부과하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환경부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한 가맹본부 관계자는 "처음부터 환경부가 막무가내식으로 자발적 협약을 맺었고, 협약서에 사인도 하기전에 보여주기식으로 협약 체결 발표를 하는 등 업계를 밀어붙였다"며 "과태료를 부과하는 기준이 모호함에도 뒷짐만 진 채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투썸플레이스 머그컵.

앞서 환경부는 보여주기식 정책 추진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환경부는 지난 5월10일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에서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 등을 사용하면 음료가격의 10%를 할인해주는 내용에 대해 20여곳의 업계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업계는 공문만 전달받았다. 이에 대한 논의나 합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정부가 공식 발표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당초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면 가격의 10%를 할인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협의 되지 않았던 내용. 결국 10% 이하의 금액을 할인하는 것으로 합의됐지만 환경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이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어 하소연했지만 돌아오는 소리는 자발적 협약에 빠지라는 '압박' 뿐이었다"면서 "자발적 협약에서 빠지게 되면 매장에서 아예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 없어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협박에 협약서에 사인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몇몇 업체가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거론하자 그럼 협약에서 빠지라는 압박을 받는 모습을 보니 어떤 불만 사항도 목소리를 높여 말할 수가 없었다"며 "이제는 협약을 맺은 업체들 위주로만 단속을 나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커피전문점들의 불만이 치솟자 환경부는 오는 20일 자발적 협약 업체와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KFC,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21개 브랜드가 대상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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