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비율 10%에도 고위직은 고작 2.5%.."유리천장 여전"

김건호 2018. 7. 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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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여경 현주소①] 이유 및 대안 놓고 의견 분문

“여자 경찰의 비율이 90%가 돼야 합니다.”

지난 7일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제3회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시위 주최 측은 지금까지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피의자들인 여성들에 대해 강경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시위대는 이에 대한 근본원인을 남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경찰 조직의 문제로 주장하며 “여성 경찰을 90%로 늘려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까지 내놨다.

미국와 한국의 여경을 비교하는 글. 일간베스트 저장소
이들은 “여성 경찰관 90% 요구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며 “경찰이 여성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경찰 집단이 남초·남성중심적 조직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범죄 피해자들이 제대로 조치를 받기 위해서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 내부의 성 평등부터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에서 경찰의 성별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와 별개로 경찰 내부의 여경논란이 또다시 점화할 조짐이다. 여경을 바라보는 일부 남성들의 불편한 시각과 정부 주도의 여성 공무원 증감 정책에 대해 살펴봤다.

◆여경 비율 10%이지만 고위직은 고작 2.5%...“유리천장은 존재”

“10명 중 1명이에요, 하지만 진급하는 걸 보면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어요.”

17일 서울 시내의 한 경찰서 생활안전과에 근무하는 여경인 김모경사는 “여경 비율이 증가하곤 있지만 승진인사를 보면 여전히 여경이 가야할 길은 멀다”며 이처럼 말했다.

김 경사의 말처럼 지난해 기준 여경은 2013년 7814명에서 지난해 1만2348명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경찰에서 여경이 차지하는 비율도 7.6%에서 10.6%로 증가했다. 전체 경찰 10명 중 1명은 여경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경에게도 ‘유리천장’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기준 총경 이상 고위직의 여경은 16명(경무관 2, 총경 14)에 불과하다. 총경 이상 고위직이 총 629명인 것을 감안하면 여경의 총경 이상 고위직 비중은 약 2.5%에 불과하다. 역대로 살펴봐도 치안정감까지 승진한 경우도 단 1명(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 뿐이다.

◆낮은 여경 고위직 놓고 설명 분문...“수사기관 특성” VS “경찰대 비율 제한 탓”

하지만 여경 비율이 전체의 10%가 넘지만 고위직 여경 비율이 턱없이 낮은 이유와 배경을 놓고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수사기관의 특성에서 찾는 시각도 적지 않다. 수사와 경비, 보안 등을 주 업무로하는 수사기관의 특성상 여성 공무원 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여경이 고위직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경찰대 입학, 경찰간부후보생 시험 등에서 비율을 제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찰대와 경찰간부후보생 공채 등에서는 여성 선발을 10% 수준으로 정해놓고 있다. 과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여성의 비율을 높일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이와 관련, 조직 내 성평등 제고 권고안을 발표했다. 개혁위는 2020년부터 성별구분 없는 통합모집을 권고하며 경찰대학 신입생 모집 및 경찰간부후보생 채용 시 성별 제한비율 폐지를 제안했다.

지방경찰청의 한 총경은 “실제 내부적으로 승진에 있어서 여자라는 이유로 (승진)누락이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각 부서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한 승진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경 15%까지 확대? 체력검정 하향도 고려

“아무리 공무원이라고 해도 조직 특성도 무시한 채 여경을 뽑으라면 뽑아야 합니까.”

서울 시내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김모경감은 정부가 2022년까지 여성경찰의 비율을 현 10.8%에서 15% 수준으로 높이기로 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범인을 제압하거나 물리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여경의 비율을 늘리면 남경이 지원해야 하는 등 인력 비효율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당수 남성들이 여경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여경이 형사나 경비 등 체력을 요하는 부서에 근무하기 부적절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경찰청 주 부서 내부의 여경 비율을 살펴보면 좀더 이해가 쉽다. 각 부서에 근무하는 전체 경찰에서 여경의 비율은 감사가 23.4%였고 홍보를 포함한 경무가 19.1%로 20%를 넘거나 비슷했다. 하지만 수사의 경우 11.7%, 여성청소년 수사 업무를 맡고 있는 생활안전과가 11.2%, 경비는 4%에 불과했다. 즉 여경이 각 분야에서 두루 근무하곤 있지만 감사와 경무 등 행정부서에 여경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한 일선서 경찰 간부는 “여경들은 수사·형사과를 기피하고 지능 등 내근 부서를 선호하는데 경찰 내 내근 보직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여성 인원을 늘리면 기형적인 조직 구조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여경이 수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남성들이 여경의 체력을 문제삼기도 한다. 현재 경찰은 여경 비율을 1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여러 정책을 검토 중인데, 체력 시험 기준 완화도 그중 하나다. 물론 경찰 업무에서 체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체력이 채용의 절대 기준이 될 순 없지만 순환보직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경찰에서 여경만을 행정부서 등에 오랜시간 배치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방청의 한 경정은 “남성 경찰들도 지구대나 기동대 등에 배치되는 걸 꺼려하는데 여경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발령을 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남녀의 구분 없이 공정하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적인 면이나 능력적인 면에서 구분없는 채용절차를 거쳐 경찰을 선발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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