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과천 흉물' 우정병원, 21년 만에 사라진다

2018. 7.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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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건물이 없어진다니 제 속이 다 후련하군요."

18일 경제부처 국장급 간부인 A 씨는 '경기 과천시의 우정병원이 오늘 철거식을 연다'는 말에 웃으며 이같이 대꾸했다.

그는 "1990년 공직에 입문한 뒤 신참 사무관 때부터 정부과천청사 근처에 방치된 우정병원을 보면서 직장을 다녔다"며 "저런 초대형 건물을 20년 넘게 짓지도, 허물지도 않고 방치한 게 사실 잘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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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방치건물 철거 첫 사례
세모 부도로 60% 공정뒤 스톱.. 주변 폐허로 변해 민원 줄이어
市-LH 보상후 공동주택 짓기로
공사중단 건물 전국 386곳 달해

[동아일보]

1997년 공사 중단 이후 21년간 방치됐다가 철거되는 경기 과천시의 우정병원 전경. 동아일보DB
“그 건물이 없어진다니 제 속이 다 후련하군요.”

18일 경제부처 국장급 간부인 A 씨는 ‘경기 과천시의 우정병원이 오늘 철거식을 연다’는 말에 웃으며 이같이 대꾸했다. 그는 “1990년 공직에 입문한 뒤 신참 사무관 때부터 정부과천청사 근처에 방치된 우정병원을 보면서 직장을 다녔다”며 “저런 초대형 건물을 20년 넘게 짓지도, 허물지도 않고 방치한 게 사실 잘 이해되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과천시 숙원사업으로 꼽혀 온 우정병원 철거식이 이날 열렸다. 건물을 짓기 시작한 1991년부터 따지면 27년, 건설이 완전히 중단된 1997년부터는 21년 만에 철거가 시작된 것이다.

○ 21년 만에 사라지는 과천의 ‘흉물’

우정병원은 국내의 대표적인 ‘방치 건축물’로 꼽힌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2014년 사망)이 1991년 3월 750억 원을 들여 과천시 갈현동 641번지(9118m²)에 지하 5층∼지상 12층 규모의 종합병원인 우정병원 건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1997년 8월 세모그룹의 사실상 모기업인 ㈜세모가 부도나면서 건물 외관이 완성된 상태(공정 60%)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건물을 업무시설, 장례식장, 봉안당 등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업무시설은 용도변경 허가가 나지 않았고 장례시설과 봉안당으로의 전환은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그 상태가 21년 동안 지속되면서 건물 주위는 폐허가 됐다. 을씨년스러운 외관이 인적 뜸한 주변 경관과 합쳐지면서 인근 지역은 낮에도 찾아가기 꺼리는 지역이 됐다.

결국 해결책은 공공개발이었다. 2015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우정병원을 장기방치 건축물정비 선도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과천시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토지 소유자 등 이해 관계자들에게 공동 보상을 하기로 했다. 우정병원 철거 후 해당 땅에는 2021년 2월까지 전용 85m² 이하 아파트 170채가 들어설 예정이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우정병원 철거는 국내 장기방치 건축물정비사업의 첫 사례”라며 “앞으로 다른 장기방치 건축물들도 속속 정비할 것”이라고 했다.

○ 제2, 3의 우정병원 386곳, “사업성이 문제”

우정병원은 사라지지만 전국에 남은 제2, 제3의 우정병원은 386곳에 달한다. 그나마 우정병원은 공사 터가 9118m² 규모지만 2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국내 사업장 중 사업면적이 1만 m² 초과인 곳도 143곳에 달한다. 이 중 26곳은 5만 m² 이상의 거대 사업장으로 가장 큰 곳은 경기 파주시의 한 숙박시설(29만8424m²)이다.

방치 기간이 긴 건축물이 많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2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곳을 공사중단 건축물로 집계하는데 방치 기간 5년 이하 건축물은 386곳 중 31곳에 불과하다. 15년 넘게 방치된 건축물은 137곳이나 된다. 특히 대전의 한 단독주택은 1989년 착공한 이후 지금까지 26년 8개월(320개월) 동안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공공사업으로 공사중단 건축물을 다시 개발하려고 해도 ‘사업성 부족’이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우정병원은 주택 수요가 많은 과천시에 있다. 하지만 공사중단 건축물 상당수가 수도권이 아닌 강원(63곳) 충남(56곳) 등에 밀집해 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짓다 만 건물을 장기간 방치하면 집에 창문이 깨진 것처럼 도시의 미관을 해치게 된다”며 “사업성이 낮은 건축계획을 허가한 지방자치단체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지자체가 용도변경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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