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임금·수수료 더 높은 일본 편의점이 쉽게 망하지 않는 까닭

최성록 2018. 7.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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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편의점②] 상생으로 유지하는 '편의점 왕국'.. 한국도 출점제한-최저수입 보장 고민해야

[오마이뉴스 글:최성록, 편집:박소희]

 일본의 한 편의점.
ⓒ pixabay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고 나서 각종 경제신문과 보수언론들은 하루가 멀다 않고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에 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아르바이트 급료보다 월 수익이 적은 편의점주의 목소리들을 언급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의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는데, 과연 이런 지적은 타당한 것일까?

한국에서 편의점이 첫선을 보인 것은 80년대 후반이다. 세븐일레븐을 필두로 일본계 편의점이 속속 한국에 진입한지 벌써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국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CU가 점포 수 대비 1등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뿌리는 일본계 편의점이거나 일본계 편의점의 벤치마킹을 한 업체들이 대다수여서 일본 편의점과 한국 편의점의 창업 계약방식은 유사한 부분이 매우 많다.

[수수료율] 한국 30% 전후 vs 일본 50~60%

편의점주들의 최저임금과 더불어 주로 지적하는 본사의 높은 수수료 부분은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

편의점의 계약 형태는 거의 모든 회사가 임대료 부담 여부, 초기인테리어비용 부담 여부에 따라 4가지 패턴으로 나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가맹점주가 토지를 갖고 있거나 혹은 월세 계약을 통해 임대료를 부담하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부담(이하 A타입)하면 본사가 가져가는 수수료율은 낮아진다.

그 반대의 경우인 본사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가맹점주는 운영만 하는 경우(이하 B타입)에는 본사에 납입하는 수수료율이 가장 높다. 임대료 혹은 인테리어 중에 하나만 점주가 부담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A타입과 B타입의 중간 정도의 수수료율로 계약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기업인 본사가 높은 수수료율로 편의점주를 착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의 경우와 비교하면 오히려 한국 편의점 개점조건은 좋은 편이다. 한국에서 점포 수가 가장 많은 CU의 경우 A타입의 수수료율은 매출이익의 20%, B타입은 32%며 세븐일레븐의 경우는 A타입은 20%로 같지만, B타입의 경우는 60%까지 차이가 크다.

 한국 편의점 CU 홈페이지에 나오는 창업 조건
ⓒ CU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반해 일본은 업계 1위 세븐일레븐은 A타입이 43%, B타입의 경우 매출대에 따라 변동률에 따르지만 50~60%가 넘어가는 수준이다. 패밀리마트의 경우도 최저 36%에서~69%까지로,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해야만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형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약 10~20% 정도 한국의 편의점주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편의점 운영이 가능한 셈이다.
 일본 편의점 패밀리마트 홈페이지에 나오는 창업 조건.
ⓒ 일본 패밀리마트 홈페이지 갈무리
편의점 운영에서 임대료 이외에 기타 잡비에서 큰 비용을 차지하는 전기요금의 경우도 한국이 일본보다 50% 이상 저렴하다.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 상업용 전력을 사용하는 한국 편의점과 달리, 일본의 편의점은 한국 가정용과 같은 누진제가 적용되는 요금을 내야만 한다. 계절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1kW당 최하 65원~112원 정도의 요금이 적용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편의점들은 약 190원~300원(19엔~30엔)의 요금을 내야 한다. 한국의 편의점들은 절반 이하의 전기요금만으로도 유지가 가능한 셈이다.

[임금] 최저임금도 맞추기 힘들어요 vs 웃돈 안 주면 사람 못 구해요

한국에선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료를 받는다.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줄 수 없다고 편의점 점주들이 단체행동을 불사하는 것을 보면 특별한 몇몇 점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급료가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다는 것을 유추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최저임금의 급료를 지급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있을까? 도쿄도의 현재 최저임금은 한화로 약 9300원(932엔)이다. 오는 10월 1일부터 이 금액도 26엔 인상되어 9600원 수준이 되지만 현재까지는 9300원으로 한국보다 약 2000원 정도 높은 수준이다.

최저임금만 지급해도 한국보다 인건비가 비싼 일본이지만 실제로 편의점에서 최저임금을 주고는 직원을 구할 수가 없다. 일본의 아르바이트 전문 알선 사이트인 'Townwork'(타운워크)에서 도쿄지역 편의점 직원 공고를 찾아보면 시급 1000엔 이하의 구인광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보통 시급 1000~1500엔 사이의 급료를 받는다. 결국 실제로 한국의 편의점 업주들은 일본의 점주들에 비해 절반 가까이 싼 급여만 지불하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보다 낮은 수수료율, 저렴한 전기요금, 절반 수준의 임금 등 한국 편의점 영업환경을 보면 도대체 한국 편의점들이 왜 이렇게 영업난에 봉착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일본 절반 수준의 실제 지급 급여를 생각하면 편의점주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장사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단순히 편의점 업주들이 엄살을 부리고 있다고 보기에도 힘들고 실제로 많은 점포들이 경영난에 처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 편의점주들은 왜 힘들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협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업종별 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편의점 운영은 힘든 것일까? 위에서 서술했지만 한국의 편의점 본사는 일본보다도 낮은 수수료율로 편의점 점주들을 우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가장 간단한 대답은 '편의점이 많아도 너무 많다'라는 것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국내 5대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는 CU 1만 2653개, GS25 1만 2564개, 세븐일레븐 9326개, 이마트24 2846개, 미니스톱 2501개로 총 3만 9890개라고 집계되고 있다. 월 300여 개 정도 5대 프랜차이즈 편의점 수가 늘어난다고 하니 이미 대한민국에는 4만여 개 이상의 편의점이 존재하는 셈이다.

편의점의 나라라고 불리는 일본이 총 5만 6000개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인구 수 기준으로 생각하면 한국의 편의점 수는 일본의 1.5배 수준을 넘어 2배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점포 1개당 수용인원 수 : 한국 1250명, 일본 2200명). 이쯤 되면 편의점 왕국의 타이틀을 일본이 한국에 넘겨줘야 할 지경이다. 일본에서도 포화 상태인 편의점 업종의 매출 증진을 위해 온갖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2배 가까운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 편의점들이 영업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런 포화 상태임에도 편의점 본사들은 상생을 위한 대책보다는 점포 수를 늘리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점주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도 거의 신규업체에 중점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기존 점주들은 혜택을 받지도 못한다. 일본보다 낮은 수수료율도 결국 편의점주들을 무모한 창업으로 몰아내는 미끼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한국 편의점 본사가 일본의 편의점 본사와 다르게 상생 의지 없이 점포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최저수입에 대한 보장이다.

극명한 차이, 최저수입 보장

한국과 달리 일본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 본사는 편의점 연간 총수입이 최소한 2000만 엔은 되도록 보장해준다. 매월 167만 엔(약 1650만 원)가량이기 때문에 여기서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점주들은 안정적인 운영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본사도 이 점을 감안해 일정 매출 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곳에는 점포를 출점시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본사와 가맹점주가 공동 책임의식을 갖고 편의점을 운영하게 된다.

이에 반해 한국의 편의점 업계는 신규 점포에만 기간 한정으로 최저수입보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신규 점포 확대를 위한 당근으로만 사용되고 점주의 수익 안정화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열악한 상황에 대한 고려보다 몸집 불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 세븐일레븐 홈페이지에 나오는 편의점 창업조건. '60세 이하의 장사를 좋아하는 건강한 부부'가 기본이며 부모와 자식 또는 형제자매 등 가족 단위로 전업이 가능한 경우를 요구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15년이다.
ⓒ 일본 세븐일레븐 홈페이지 갈무리
이뿐만 아니라 편의점 창업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차이가 난다. <한국일보> 올해 3월 26일자에는 '편의점 매출 뚝뚝... 부부가 하루 18시간 일해도 적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부가 합쳐서 18시간을 일해도 영업이 힘들다는 얘기인데, 바꿔 말하면 창업하면서 부부가 18시간도 일할 고려도 없이 섣불리 창업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일본 편의점 계약에서 본사가 토지를 임대를 하는 경우에는 가맹자 자격조건이 붙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필수로 들어간다. "同居夫婦、または同居する三親等以?の親族2名で?業できる方" 해석하면 동거부부 혹은 동거하는 3촌이내의 가족 2명이 전업 가능한 경우에만 계약이 가능하다라는 내용이다.

쉽게 말하면 가족 중 두 사람이 편의점 운영에만 전념하지 않으면 일본에선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편의점 계약을 본사와 계약 맺는 일종의 고용관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편의점 창업주들은 너무 무모하게 창업에 발을 내딛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의 경영난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 안된다고 편의점주들은 단체행동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최저임금을 억제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편의점 점주들의 경영난이 해결될 수는 없다.

마구잡이 출점 제한... 상생의 안전장치 마련해야

우선 무분별한 출점 제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수단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본사가 각 점포의 최저수익을 보장해 주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문화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편의점 본사는 일단 출점 이후에는 각 점포가 적자가 나더라도 그 어떤 손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이다. 그렇다 보니 '나몰라라'식의 편의점 출점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점포 규모에 따라서 본사가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한다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 뻔한 곳에 마구잡이로 새 점포를 내주는 운영을 지속하긴 힘들 것이다. 계약서에 점포주의 최저수익부분을 강제화함으로써 점포주의 노동과 투자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비단 편의점뿐만 아니라 모든 프랜차이즈에 가맹점주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계약을 의무화하면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프랜차이즈 점포 수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들이 창업을 많이 하는 소규모 사업 아이템에 대해 동일 브랜드 이외에 유사업종을 포함하여 특정 지역에 기준 숫자 이상의 점포를 허가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도 생각해 볼 만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편의점뿐만 아니라 과거의 노래방, PC방, 치킨 체인점까지 과당경쟁으로 모두가 공멸하는 경우를 질리도록 봐 왔다. 이러한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종업종에 한해 인근 지역 출점을 제한하는 법률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의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나 한국에선 거대 기업을 상대로, 건물주 상대로, 고용주 상대로 철저히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오늘도 갑의 입장을 열심히 대변하고 있는 거대 언론사들은 한쪽 지면에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기사를 올리면서 또 한쪽 지면에선 자영업자들의 편을 드는 척하며 을들의 분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방패 삼아 문제의 핵심인 무차별적인 점포확대, 비합리적인 높은 임대료 등의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말이다. 편의점주들은 누구를 향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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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인 일본 블로그에도 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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