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헬기 추락 원인은..이륙 3초 만에 부러져나간 회전날개

김경택 기자 입력 2018. 7. 18. 17:28 수정 2018. 7. 18. 18: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병대 "헬기 사고 시점, 오후 4시41분으로 정정"
전날 시험비행 중 떨어져 나간 마린온 헬기의 회전 날개(메인 로터). 해병대 제공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에 대한 조사가 18일 시작됐다. 기체 결함과 정비 문제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륙 3~4초 만에 헬기의 회전 날개(메인 로터)가 부러져나가는 등 기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마린온 헬기는 1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사고 시점은 전날 오후 4시46분쯤으로 공지했으나, CCTV 영상 확인 결과 오후 4시41분쯤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헬기 이륙에 앞서 17일 오전 마린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들이 이 헬기를 정비했다. 해병대 정비팀이 갖춰지기 전까지 제작사 측은 정비를 주관한다. 군 소식통은 “사고 헬기는 정비 전 특별한 이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정기 점검 차원에서 정비가 이뤄진 것”이라며 “정비가 잘 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시험 비행을 진행하다가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기체 결함으로 보는 분석은 사고 당시를 포착한 영상 등을 근거로 한다. 이날 공개된 CCTV 영상에는 헬기의 회전 날개 한 쪽이 이륙 3~4초 만에 부러져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다. 그 직후 날개 전체가 기체에서 이탈하며 연기가 났다. 헬기는 곧바로 추락했다. 인수한 지 6개월 된 헬기가 떨어진 만큼 기체 노후화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떨어진다. 조종 미숙으로 보기에는 실제 조종이 이뤄진 시간이 짧다. 헬기가 이륙해서 땅에 떨어지기까지 10초도 안 걸렸다. 헬기는 기체 높이의 두 배 정도인 10m 상공에서 추락했다. 정조종사인 김모(45) 중령은 미국 비행시험학교 과정을 수료했으며 3300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다.

군 당국은 해·공군, 국방기술품질원,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항공사고 전문가 등 5개 기관의 25명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사위원장은 조영수 해병대 전력기획실장(준장)이 맡았다. 조사 결과는 블랙박스와 활주로 주변 CCTV 정밀분석 등을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해병대는 현재 헬기 운항을 전면 금지했다.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운항 재개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1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전날 추락한 마린온 헬기의 잔해가 있다. 활주로 주변엔 가림막이 쳐져 있다. 뉴시스


이번 사고로 5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정조종사 김 중령과 부조종사 노모(36) 소령, 정비사 김모(26) 중사, 승무원 김모(21) 하사, 승무원 박모(20) 상병이 사망했다. 청와대는 “영결식 절차가 정해지면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고 국방개혁비서관이 영결식에 참석해 조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례는 해병대사령관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해병대 관계자는 “임무수행 중 유명을 달리한 순직 장병에 대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영결식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사고로 숨진 5명에 대해선 1계급 특별진급을 추서했다”고 말했다. 중상을 입은 정비사 김모(42) 상사는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의식을 회복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2023년까지 마린온 28대를 단계적으로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마린온은 올해 상반기 4대가 해병대에 인수됐으며 이번에 추락한 헬기는 마린온 2호기다. 해병대는 마린온 도입 전까지 미군 헬기에 의존해왔다. 군 관계자는 “만약 기체 결함이 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마린온의 전력화 일정은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방산비리 문제를 거론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육·해·공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로 군 장병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군 당국은 안전대책 수립에 나서야 하고 또 방산비리와 연계돼 있는지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락 사고로 숨진 해병대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6년 1월 개발 완료된 마린온의 최대 탑승 인원은 9명이다. 최대 순항속도는 시속 265㎞로 2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7.62㎜ 기관총 2정을 장착할 수 있다. 마린온(MARINEON)은 해병대를 의미하는 마린(marine)과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SURION)을 합성한 이름이다. 마린온은 수리온을 개조해 만든 것이다.

수리온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기체 결함 문제가 제기되는 등 안전성 논란을 빚었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전투용은커녕 헬기로서 비행 안전성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력화됐다고 수리온을 평가했다. 수리온은 기체의 진동 흡수 과정에서 프레임(뼈대)에 금이 가는 현상을 보였었다. 수리온 16호기는 2014년 8월 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의 충돌로 파손돼 엔진이 멈추기도 했다. 2015년엔 엔진과속 후 정지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1월 경북 포항의 해병대 1사단 항공대로 인수된 마린온 헬기. 해병대 제공


다만 수리온의 결함은 그 이후 개선 과정을 거쳤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수리온이 결함이 있었던 헬기라고 해서 마치 수리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의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