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침대를 처리하는 법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2018. 7. 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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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방법 시행 이래 최대 사고, 신중한 조치 필요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불과 한 달 사이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처분으로 시민들이 방사능 안전관리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대진침대에 포함된 모나자이트 성분에 의한 방사능 피폭선량이 기준치 이하로 발표되었다가 번복되어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증폭되면서 이들 문제와 관련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국무총리의 사과가 있었고 그 후속 처리 과정에서 천안, 당진 등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모든 일들이 인과관계가 있듯이,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처분 사건과 라돈침대 사건은 일련의 공통점이 보인다.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처분 사건은 1년 전부터 대전 시민사회에서 원인규명과 혁신적인 조치를 요구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은 원자력연구원의 안이한 문제의식으로 불과 1년만에 다시금 문제가 불어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처럼, 11년 전 제기되었던 모나자이트가 함유된 온열매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초기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나름 신속한 수거 등 대처 노력을 보이는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고려해야할 지역 주민과의 소통과 준비했어야 할 후속 대책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공감대 없이 발표했다가 더 큰 불안과 주민의 반발을 가져왔다. 또한 대상 물질의 위험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이 국민들의 우려와 큰 차이가 있지만 국민들의 우려를 납득시켜야 할 정부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즉 신고리 5, 6호기 건설 찬반, 원전에서의 사고 등에서 표출된 국민의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는 반면, 모자나이트와 같이 위험도는 매우 낮지만 생활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천연 방사성물질은 원자력발전소 위주의 원자력안전규제체계에서 상대적은 소외되어 적절한 대응을 준비하지 않았고 관리체계와 소관부서의 책임 구분이 소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8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몇 년 전 발표한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무단 반출건에 대한 대책 이후 두 번째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맞추어 원자력연구원이 자정결의를 하는 등의 일련의 행위가 있었으나, 이러한 무질서를 반복된 불법행위와 관리소홀을 불러온 이유것에 대한 원자력연구원의 진실성 있는 원인규명과 책임자 문책, 관리체계의 혁신, 허점투성이 규제체계에 대한 정비를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자력연구원의 반복되는 방사성폐기물 관련 사고는 규제기관의 의지만 있다면 확실한 관리 감독을 통해 개선될 수도 있는 문제인 반면, 라돈침대 사태는 실내 라돈, 천연방사성핵종이 포함된 원료물질이나 가공제품, 건축자재 등을 두고 환경부, 원자력안전위원회, 국토해양부 등 다수 부처로 소관이 나누어져 있어 규제의 비효율성이 전면적으로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특히 라돈침대의 처리와 관련된 사항은 일부 기관의 대응으로는 해결책을 결정하기 힘든 상태로 번지고 있어 원자력공학자로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2012년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생방법')이 시행된 이래로 라돈침대 사태는 가장 많은 양의 방사능 오염 가공제품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고, 더군다나 침대 매트리스라는 대형제품들이 4만개씩 한꺼번에 몰려서 이에 대한 처리를 단순히 제조업체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만 맡기기에는 인력이나 역량 측면에서 볼 때 국민들의 불안과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기가 한계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당진과 천안 주민들의 라돈침대 반입에 대한 반발과 거부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고, 정부로서는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라돈침대의 처리는 아직 모나자이트 같은 천연방사성 물질의 처리/처분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생방법에 의한 처리를 해야 하는데 관련 제도나 규정이 미비한 상황이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 라돈침대를 경주방폐장으로 직접 처분 또는 소각 후 처분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관심을 끌었으나 관련법상 라돈침대에 포함된 우라늄이나 토륨 등 모나자이트 관련 방사성물질은 경주방폐장에서 처분할 수 있는 방사성핵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모나자이트는 경주방폐장에 반입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련법상 허용될 수 없는 조치를 정부가 하지 않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근거 없는 무책임한 공격이 될 수 있다.

라돈침대의 소각이 방사선학적 위험도 측면에서나 기술적으로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 소각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도 있겠지만, 2000년대 이후 원자력발전소와 원자력연구소에서는 자연방사능 수준 미만의 방사능이 있는 가연성 폐기물에 대한 소각과 매립이 주민들의 거부감으로 중지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또한 매트리스의 직접 처분 또는 소각재의 방사성폐기물 처분 역시 경주지역의 거부감은 물론이고 제한된 처분장 부지에 향후 막대한 유사 천연방사능 물질의 처분이 불가능함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부 주장처럼 라돈침대의 무조건적 방폐장 수용이 필요하다면 우라늄물질이 지각에 함유된 국토를 가로지르는 옥천계 단층 지역의 토양은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

라돈침대의 소각이나 경주방폐장으로 반입시키는 것 등의 조치들은 현실적이지 않거나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현 상황에서 우선 생방법에 제시된 처리/처분 규정을 명확하게 정비하고 그 사이 침대의 부피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소각 이외의 저온열분해와 같은 기술적인 방법들도 검토하여 불안에 떠는 국민을 가능한 안심시킬 수 있는 조치들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몫이라고 할 것이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mendram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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