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여성에 '메갈리아·워마드·보슬아치' 표현은 모욕..표현의 자유 아냐"

박광연 기자 2018. 7. 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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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수백명이 참여한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보슬아치’ ‘메갈리아’ ‘워마드’ 등의 단어를 사용해 상대 여성을 모욕한 혐의를 받는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법원은 해당 단어들이 여성에게 수치심을 주는 표현이라고 인정하면서, 여성을 상대로 그러한 단어를 쓰는 것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기자 김모씨(61)에게 지난 13일 1심과 같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6년 8~9월 동호회 회원 700여명이 참여한 단톡방에서 말다툼하던 한 여성을 상대로 “돼지 콧구녕이 하는 짓을 보면 잘 봐줘야 ‘보슬아치’, 좀 심하면 ‘메갈리아’ 좀 더 나가면 ‘워마드’에 속한다는 게 내 생각임”이라는 메시지를 올리는 등 총 14회에 걸쳐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사용한 ‘보슬아치’ ‘메갈리아’ ‘워마드’라는 단어의 의미를 봤을 때 모욕을 한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보슬아치’에 대해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비속어와 ‘벼슬아치’를 합성한 단어로 여성을 폄하할 때 쓰는 신조어”라고,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주로 남성 혐오 내용이 게시되는 인터넷 사이트”라고 단어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맥락과 취지를 고려했을 때 피해자를 상대로 경멸감과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말을 게시한 것”이라며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이 있는 모욕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1심은 “단순히 피해자에게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을 쓴 정도에 그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톡방의 성격상 모욕죄를 구성하는 공연성 및 전파가능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보슬아치’라는 단어가 비속어에 해당하지 않으며, 해당 문구들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 있다”는 등의 이유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슬아치’는 여성임을 앞세워 온갖 권력과 특혜를 누리려 하는 여성이라는 뜻이고,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과격하고 혐오적인 표현을 하는 여성들을 지칭할 때 주로 등장하는 말”이라며 “각 단어가 여성인 피해자를 폄하하거나 경멸적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씨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도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한 표현에 해당한다”며 “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이 김씨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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