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광주 '찜통버스' 의식불명 유치원생 엄마 "제 자식처럼 살폈다면.."

김호 2018. 7. 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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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동두천 사고 전 광주광역시에서도 판박이 사고
3년째 큰아들 병원에..트라우마로 막내는 걸어서 어린이집
교욱부, '인솔교사'도 안전교육 의무화 약속했지만 그대로
지난해 7월 말 찜통 통학버스에 갇히는 사고로 의식불명인 최모(5)군을 광주시교육청 채미숙 장학관(왼쪽)과 광주사립유치원연합회 백희숙 회장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광주시교육청]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여겼다면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지난 17일 경기 동두천시에서 무더위 속 통원차량에 네 살배기 여자아이가 갇혔다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광주광역시에서 두 아들을 키우는 이모(39ㆍ여)씨는 18일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꼭 2년 전인 2016년 7월 역시 네 살이던 큰아들(현재 6세)이 유치원 통학 버스를 타고 등원했다가 8시간가량 버스에 방치되는 사고를 당했다. 아이는 사고 이후 3년째 의식 불명 상태다.

이씨는 해마다 끊이지 않는 폭염 속 유치원ㆍ어린이집 통학버스갇힘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관계자들의 무관심과 부주의’라고 했다. 통학버스 운전자, 인솔 교사, 원장 등이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볼 뿐 제 자식처럼 여기지 않아 안전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성인도 무더위 속에 에어컨을 끈 차량 내에 5분만 있어도 고통스러운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괴롭겠느냐”며 “유치원ㆍ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조금만 세심하게 살핀다면 얼마든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폭염 속 ‘찜통 통학버스’에 유치원생을 방치해 혼수상태에 빠뜨린 사립유치원에 대한 교육청의 폐쇄명령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중앙포토]
이씨는 2년 전 사고 이후 트라우마가 생겼다. 해마다 더위가 시작되면 비슷한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괴롭다. 통학버스갇힘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막내아들(4)은 걸어서 왕복 20분 거리인 어린이집에 걸어서 데려다준다. 중국 동포인이씨 가족의 삶도 무너졌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병원에 입원 중인 큰아들을 돌보고 있다.

이씨는 유치원ㆍ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세심한 관심과 함께 통학버스갇힘 사고를 막을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통학버스 외부 상황을 볼 수 있는 블랙박스와 함께 내부에 방치된 아이들은 없는지, 학대행위는 없는지 유치원ㆍ어린이집에서는 물론 부모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동두천시 어린이집 통원 차량 사고 원인도 이씨의 주장처럼 관계자들의 부주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어린이집 교사(24ㆍ여)와 운전기사(64)는 ‘어린이집 도착 후 아이들이 다 내렸다’고 판단하고 차 안을 둘러보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53조(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 등의 의무)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후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6년 7월 무더위 속에 유치원생이 갇혔던 통학버스. [사진 광주지방경찰청]

교육당국은 2016년 7월 광주에서 일어난 유치원 통학버스 사고 이후 “통학차량 관련자(운영자, 운전자, 동승자 등)와 어린이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상 변화가 없는 상태다.
당시 교육부는 어린이 통학버스 ‘운영자’와 ‘운전자’에게만 안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한 현행 도로교통법 개정을 관계 부처와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탑승하는 ‘인솔 교사’는 도로교통법상 안전교육 이수 의무가 없다. 아이들의 안전을 가장 신경써야 할 인솔 교사가 교육 대상자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 등이 차량 뒷좌석에 경보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아직 계류 중이다. 어린이나 승객의 하차 여부는 우선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확인해야 할 사항이고 이 같은 장치를 장착하는 것이 국제 기준과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난주 한국소비자원 위해분석 팀장은 “차량 갇힘 사고를 대비, 아이들이 비상시 차량 앞쪽으로 이동해 경적을 울리게 하는 교육 등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와 동승자가 차에서 내리기 전 내부를 꼼꼼히 살피려는 안전의식”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ㆍ동두천=김호ㆍ최모란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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