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호엔 정말 금괴 200톤이 실려있을까?..'150조 보물선'의 의문점들

이현우 입력 2018. 7. 18. 10:11 수정 2018. 7. 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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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량 6000톤인 작은 군함에 금화 200톤 적재 가능?
당시 경제난을 해소할 수 있는 재정을 왜 전쟁터로?

신일그룹이 17일 공개한 돈스코이호의 모습.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장갑순양함으로 현재가치 150조원 상당의 200톤(t) 규모 금화를 싣고있던 보물선이라 알려졌으며 일제강점기 때부터 수차례 인양시도가 있었다.(사진=신일그룹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 자침된 것으로 알려진 제정러시아 시대 장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Dmitrii Donskoi)'호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주식시장과 가상화폐시장이 동시에 들썩이고 있다.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주체인 신일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코스닥기업 제일제강은 돈스코이호 발견을 발표한 17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신일그룹이 암호화폐공개(ICO)를 진행 중인 가상화폐인 신일골드코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돈스코이호 발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이 배가 단순히 러일전쟁 당시 침몰한 전함일 뿐만 아니라 침몰 전 200톤(t) 규모의 금화를 보유한 보물선이었다는 소문 때문이다. 신일그룹 측에서는 돈스코이호 자체의 역사적 가치만 10조원에 이르며, 이 배가 보유한 금화 200톤의 현재가치는 150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신일그룹이 최대주주인 기업 제일제강은 17일 주가가 30% 상승한 4160원으로 마감됐고, 신일그룹이 ICO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에 대한 문의도 빗발쳤다. 수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

1883년 진수돼 1885년 취역했던 제정러시아의 장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의 취역당시 모습. 배수량 6000톤급 함선으로 범선이 증기선으로 교체되는 시점에 취역해 돛대가 달려있는 것이 특징이다.(사진=위키피디아)

이 돈스코이호의 정식 명칭은 '드미트리 돈스코이'로 배의 이름인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1380년, 러시아를 지배하고 있던 몽골군을 물리치고 러시아 독립의 기틀을 마련한 모스크바 대공국의 대공,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돈스코이의 이름을 따서 붙어진 이름이다. 이 배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대한해협 앞바다에서 치러진 '쓰시마 해전'에 참전했던 장갑순양함으로, 이 전투에서 러시아 해군이 참패하면서 큰 손상을 입은 채 블라디보스톡으로 도주하다가 일본군의 손에 함선이 넘어갈 것을 염려한 러시아 승조원들에 의해 자침된 것으로 알려진 배다. 당시 러시아 승조원들은 울릉도에서 일본 해군에게 항복했다.

이후 일본과 러시아에서 이 배에 막대한 양의 금괴가 실려있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1916년, 일본이 최초로 탐사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해방 이후에는 1981년 도진실업이 다시 탐사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1999년에는 동아건설이 탐사에 나서 실체를 확인했다고 발표,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침몰 보물선에서 인양된 보물들과 관련한 과거 사례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소장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침몰 보물선은 1999년 핀란드 해역 일대에서 발견된 '프라우 마리아(Vrouw Maria)'호로 1771년, 러시아제국의 통치자 예카테리나 2세가 주문해 구입한 렘브란트, 얀 반 호옌 등 유명 화가들의 미술품 27점과 각종 수백점에 이르는 고급 도자기들을 싣고 가다가 가라앉은 배다. 보물들의 가치는 약 1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양 작업이 예상됐지만, 이 보물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러시아와 네덜란드가 계속 분쟁 중이라 여전히 인양을 못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전시된 신안보물선 모습. 1976년 발견된 신안 보물선은 막대한 양의 청자와 중국 동전, 각종 적재 물품이 발견돼 국내 해양고고학의 막을 연 보물선으로 불린다.(사진=연합뉴스)

이보다 앞서 1988년 미국에서는 1857년 21톤의 막대한 양의 캘리포니아산 금괴를 운송하다가 허리케인을 만나 침몰한 '센트럴 아메리카'호에서 4억달러 상당의 금괴와 금화가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투자자를 모아 보물선 찾기에 나섰던 토미 톰슨이란 인물이 금괴 수익을 가지고 도주, 2012년 체포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그는 투자금 1270만달러와 수익금을 전혀 분배하지 않아 법적 소송에 휘말리자 잠적, 2년만에 체포됐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수많은 수출용 청자를 싣고 가던 침몰선이 발견, 명품 청자들이 대거 발견되면서 해양고고학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시작됐다. 이 배에는 막대한 양의 청자 뿐만 아니라 중국의 옛 동전 800만개, 금속공예품, 향신료 등이 함께 발견돼 화제가 됐었다. 돈스코이호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침몰 보물선 인양 사례들과 이에 따른 기대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신일그룹이 17일 공개한 돈스코이호의 모습(사진=신일그룹 홈페이지)

하지만 돈스코이호에 정말로 그렇게 많은 양의 금화가 실렸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단 당시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1880년 기공한 제정러시아 해군의 장갑순양함으로 배수량 5976톤의 증기·범선 혼용함이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배라 사관후보생들의 훈련함으로 이용되다가 러일전쟁 발발 이후 급히 출전함으로 편성, 쓰시마 해전에 참가했었다고 한다. 다른 화물이 전혀 없었으면 몰라도 전투에 참전 중인 무장함선은 식량과 포탄 적재가 우선이므로 금화를 200톤이나 싣고 과연 전투에 참전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재정 악화로 민심 이반이 심화되고 있던 제정러시아에서 자국 재정의 상당량을 차지할 수 있는 금괴 200톤을 수병들에게 나눠줄 임금이라며 전선으로 출전하는 전함 1척에 실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현재 국내 금시세가 그램(g) 당 4만5000원 내외에서 움직이는 것을 고려하면 금화가 아닌 단순 금괴라도 200톤의 가치는 9조원에 달한다. '세계 금 협회(World Gold Council)'가 추산한 2016년 기준 한국의 금 보유량이 104톤 정도임을 고려하면, 200톤의 금은 엄청난 양이기 때문에 만약에 필치 못할 사정으로 금을 국외 유출시키기 위해 함선에 실었다고 해도, 대규모의 호위함대로 지키려 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돈스코이호와 관련, 내외신 기자회견을 오는 25일~26일께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보물의 유무 여부 등 세부사항은 추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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