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현장+] "치우세요" "싫은데요"..여름철, 공원마다 반려견 '배설물'과의 전쟁

김경호 2018. 7. 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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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마다 눈에 띄는 반려견 배설물 / ‘독립운동가 묘역’에서도 배설물이 눈에 띄어 / 밟힌 흔적도 / 냄새나는 배설물로 골머리 / 풀숲이나 나무 귀퉁이에 쌓여 / 아침마다 보행로에 방치돼 / 밤에는 배설물 쉽게 밟을 수도 / 목줄 풀린 반려견이 잔디밭을 뛰어다녀 / 여름철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 / 목줄 풀린 반려견은 짖거나 묘역을 뛰어다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치우지 않은 반려견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반려견이 풀숲이나 나무 귀퉁이에서 배변을 본 후 방치해 공원은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왼쪽) 지난달 23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는 시민들이 치킨이나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른쪽)


“치우지도 않고 그냥 가면 어떡하나요? 아직도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배설물 치우기 귀찮으면 키우지 말든가. 뻔히 알 텐데, 그렇죠? 은근슬쩍 눈치 보다가 그냥 간다니깐요. 밤이 되면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녀요.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잖아요.”

펄펄 끓어오르면서 지난 16일에는 전국이 올해 최고 기온이 하루 만에 새로 작성됐다. 현충원에 설치된 AWS가 측정한 서울의 최고 기온은 35.5도를 가리키며 그야말로 '가마솥더위'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민들은 야외 활동을 접고 냉방이 잘되는 실내 공간에서 찾아 더위를 피했다. 찜통더위와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찾아오면서 많은 시민은 늦은 밤 한강공원이나 인근 공원을 찾아 열기를 식히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보행로에는 치우지 않은 반려견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주말인 지난 15일 오후 한강공원을 찾았다. 서울시민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휴식공간인 한강공원은 발 디딜 틈 없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더위를 피해 밤 늦은 시각에 공원을 산책하는 반려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더위를 피해 시원한 밤 산책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공원은 그야말로 반려견 배설물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배설물 탓에 반려인과 시민들과 갈등은 끊이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다. 일부 반려인 때문에 전체가 눈총을 받는 셈이다.

공원 조금만 걸어도 반려견의 배설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만난 인근 한 주민은 “바람 쐬려 가끔 오지만, 방치된 애완견 배설물이 눈에 띌 때마다 불쾌하죠. 좋겠어요? 반려견 키우는 주인들이 문제죠”라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치우지 않은 반려견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반려견이 풀숲이나 나무 귀퉁이에서 배변을 본 후 방치해 공원은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왼쪽) 지난 15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한 시민이 반려견 배설물을 밟을 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다. (오른쪽)


반려견이 풀숲이나 나무 귀퉁이에서 배변을 본 후 방치해 공원은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시민은 “키우는 만큼 신경을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혀를 찼다.

한강 이촌 공원에서는 부모와 함께 공원 잔디밭을 뛰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는 잔디밭이 깨끗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반려견 배설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배설물을 본 부모들은 돗자리를 이곳저곳으로 옮기며 눈살을 찌푸렸다.

가족과 함께 이촌 공원을 찾은 이모씨는 “일부 반려인이 문제다. 아이들이 맨발로 뛰는 곳에 배설물이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상한다”라고 했다.

서울 한강공원과 경의선 숲길공원, 주택가 인근 공원 등 시민들이 몰리는 곳마다 반려견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는 시민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는 한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밤늦은 시각에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더위를 피해 늦은 시간 때를 이용해 공원을 산책하는 반려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11개 한강공원의 연간 방문객은 7,000만 명. 한강사업본부는 6~9월 사이를 성수기로 분류하지만, 단속 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여의도·뚝섬·반포 등지 단속전담 인원은 20명에 불과해 실효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이 ‘독립운동가 묘역’ 활보…눈에 띄는 배설물

‘독립운동가 묘역’ 효창공원도 배설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잠시 눈치를 보다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배설물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현장 적발이 쉽지 않아 단속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효창공원은 애국선열의 묘소임에도 불구하고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청에서 관리 하고 있다.

효창공원 임정요인의 묘역 입구에는 배설물을 밟고 지나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묘역 입구 인근 소나무에는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경우 최고 5만 원의 과태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임정요인의 묘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으로 활약한 임정 주석 이동녕, 군무부장 조성환, 비서부장 차리석 선생이 잠들어 있다.


문화재 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사적 공원’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사적 330호인 효창공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용산구청이 ‘근린공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애국선열의 묘소임에도 ‘공원’ 성격이 강해 국가적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효창공원을 둘러보았다. 효창공원을 걷다 보면 심심찮게 목격되는 부분이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이 활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연예인 키우던 반려견에 물려 사망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반려견 목줄이 지켜지는 듯했으나 달라지지 않았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밟고 지나다닌 흔적도 있었다. 묘역 인근마다 크기가 다른 배설물이 쉽게 눈에 띄었다. 어른 엄지만 한 크기 정도 됐다. 검은색 배설물은 오래돼 바싹 마른 것도 있었다. 며칠 정도 돼 보이는 것도 곳곳에서 보였다.

효창공원에는 ‘공원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올 때 목줄을 착용시키고 배설물을 수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치우지 않은 반려견 배설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반려견이 풀숲이나 나무 귀퉁이에서 배변을 본 후 방치해 공원은 배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왼쪽)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휴일을 즐기는 시민들 앞쪽에 방치된 반려견 배설물이 놓여있다.(오른쪽)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에서 한 반려견이 목줄이 풀린 채 풀숲을 뛰어다니고 있다.


효창공원 임정요인의 묘역 입구 인근 소나무에는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경우 최고 5만원의 과태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묘역 입구에는 배설물을 밟고 지나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현수막 앞에 보란 듯이 배설물이 놓여 있는 곳도 있었다. 공원을 찾은 한 시민은 “여름철만 되면 효창공원은 술판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풀숲이나 산책로에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새삼스럽지 않다”고 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견주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반려견과 함께 외출 시 안전조치를 하지 않으면 1차 20만원, 2차 30만원, 3차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하게 돼 있다. 과태료 규정은 강화됐지만, 현장 적발 쉽지 않아 한계가 드러내고 있다.

구청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현장 적발이 쉽지 않다. 현장 지도·계도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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