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개는 가족"vs "소·돼지는?"..더 거세진 보신탕 찬반 논란
“개는 가족입니다. 반려동물을 먹어선 안 됩니다!”(개식용 반대 집회 참가자)
“소나 돼지, 닭은 먹어도 되고 개만 안 되나요?”(30대 직장인 김모씨)
‘가마솥 더위’가 정점을 찍은 17일 초복(初伏)날, 개 식용을 둘러싼 논란이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동물권 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 도살 금지법 제정 촉구 시위를 벌인 반면 서울 곳곳의 보신탕집에선 ‘초복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온라인에서도 관련 기사에 댓글이 수천개씩 달리는 등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17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최근 들어 개 식용 반대 목소리가 높아진 데에는 국내 반려견 인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주변에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다른 동물에 비해 일상에서 접하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친근감과 연민의 감정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과거 외국 단체가 개 식용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면 현재는 국내 단체에서 집회나 시위를 이끌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는 “2002년 처음 단체가 설립됐을 때와 비교해보면 개 식용 반대 관련 대중의 반응이 훨씬 우호적”이라며 “서구의 동물권 개념이 들어오고 채식주의자가 늘어나는 등 동물에 대한 이해가 다각도로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개고기에 대한 인기는 확연히 시들해지고 있다. 1996년 한 설문에서 ‘최고의 건강식품’ 1위(37%)로 꼽혔던 보신탕은 2015년 한국 갤럽 조사에서 3위(6%)로 내려앉았다. 2005년 528곳이었던 서울 시내 보신탕집이 2014년 329곳으로 37.7%가량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럼에도 ‘개고기 옹호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개고기 반대론에 대한 비판의식이 기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인이 개고기를 먹지는 않지만 ‘개고기 반대론’을 두고 소와 돼지, 닭 등을 거론하며 이중성을 꼬집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확하게는 개 식용을 옹호한다기보다 ‘개고기 반대론’을 반대하는 셈이다.
직장인 최모(25·여)씨는 “저는 개고기를 먹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먹는 것을 강하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개고기를 먹든 안 먹든 그건 개인의 자유고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요즘 20·30대들은 어렸을 때부터 ‘다름에 대한 존중’ 등 자유주의적 가치관을 배우게 된다”며 “민주주의 체제에서 여러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서 타인의 생각이나 기호에 대한 존중을 자연스레 체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5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서도 ‘개 식용 금지법’을 두고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20대에서 반대 목소리(56.7%)가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46.3%)과 비교해도 10%가량 높은 수치다. 개 식용에 우호적인 댓글에 추천이 많이 달린 기사를 보더라도 20∼30대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지금은 과도기…자연히 사라질 것”
반려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친구나 직장 동료에게 “보신탕집을 가자”는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가 된 지도 오래다. 직장인 박모(29)씨는 “개고기를 먹어보지 않았는데 살면서 먹어볼 기회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라며 “설렁탕이나 삼계탕 같은 것이 있는데 굳이 보신탕을 먹어야 하나란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먹지 말고 안아주세요” 청와대의 퍼스트 도그 ‘토리’가 초복인 17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아임 낫 푸드, 먹지 말고 안아 주세요’ 행사에서 사람 품에 안겨 있다. 토리는 경기 남양주시 폐가에서 구출된 뒤 2년간 새 주인을 기다리다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됐다(왼쪽 사진). 동물권단체 케어는 개 식용 종식과 유기견 입양 독려를 위해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 토리를 모델로 만든 인형 2018개를 선보였다. 뉴시스 |
이창수·김청윤 기자, 사진=하상윤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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