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르포] 초복 더위에 불과의 전쟁..학교급식 조리원들

2018. 7. 17. 14: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름철만 되면 땀띠를 달고 살죠. 차라리 사우나실에 들어가는 게 더 낫겠다 싶기도 해요."

전국이 불볕더위에 녹아내린 17일.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이 땀범벅이 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조리원들은 잠시라도 앉아서 더위를 식힐 짬조차 없었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지난달 말 조리원 2명이 탈진으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리 내내 불옆 지켜야..하루 샤워 두 번은 기본"
위생복·마스크·고무장화 '완전무장' "덥다 더워"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여름철만 되면 땀띠를 달고 살죠. 차라리 사우나실에 들어가는 게 더 낫겠다 싶기도 해요."

전국이 불볕더위에 녹아내린 17일.

이날 800명의 점심을 준비해야 하는 수원 원일초등학교 음식조리실 내부는 그야말로 '가마솥 안'과 다름없었다.

17일 원일초 음식조리실에 놓인 거대한 솥에서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다.

펄펄 끓는 물이 담긴 거대 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와 핫도그를 튀겨내려 뜨겁게 달궈진 기름 탓에 100평 가까이 되는 조리실 내부는 금세 열기로 가득 찼다. 조리실 한구석에 놓인 에어컨은 가스 유해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위해 창문을 열어둔 터라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이 땀범벅이 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조리원들은 잠시라도 앉아서 더위를 식힐 짬조차 없었다.

특히 불을 다루는 조리원들은 안전상 이유로 가슴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는 두꺼운 고무 앞치마를 덧입고 있어야 했다.

손에는 면장갑을 끼고 토시와 고무장갑을 덧댔다. 신발은 무릎까지 올라오는 고무장화다.

말 그대로 얼굴만 내놓고 '완전 무장'한 차림새인데 더위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170도에 이르는 기름 솥 바로 옆에서 핫도그를 튀겨내는 40대 조리원 얼굴은 금방 빨갛게 달아올랐다. 목덜미에는 빗줄기처럼 땀이 계속 흘러내렸다.

그는 뜰채를 이용해 갓 튀겨진 핫도그를 건져 올린 뒤 기름 속 찌꺼기를 제거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바닥청소용 물이 끓은 거대한 솥 옆에서 데친 오징어를 손질하는 조리원 2명의 옷도 비를 맞은 듯 축축했다.

얼굴을 비롯한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지 오래지만,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닦아낼 수도 없어 그냥 내버려 둬야 했다.

17일 원일초 급식 조리원이 점심 메뉴인 핫도그를 튀기고 있다.

이 학교에서 일하는 염세진 영양사는 "조리원들은 오전 조리가 끝나고 한번, 오후 식기류를 세척하고 나서 한번, 하루에 두 번 이상 샤워를 한다"라며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여름철이 특히 체력적으로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학 동안 천장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등 조리실 시설 개선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내년부터는 작업 환경이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초복을 맞아 영양 닭죽을 준비한 안양 지역의 한 초등학교 조리실 풍경도 원일초와 비슷했다.

한 조리원은 "조리 복장이 통풍이 잘 안 돼서 땀띠를 달고 산다"라면서 "땀을 많이 흘리시는 분들은 조리실 열기에 구토 증상과 현기증도 느낀다고 호소한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에서는 지난달 말 조리원 2명이 탈진으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혹서기에 뜨거운 음식을 조리하는 급식실 노동자들을 위해 각 시도교육청에 이들을 위한 안전지침을 마련하라고 요구 중이다.

you@yna.co.kr

☞ 유세윤, 신곡 '내 똥꼬는…' 방송불가 판정에 거리 시위
☞ 전재수 "김병준, 자신 출세위해 盧 전 대통령 언급 말길"
☞ 113년 전 울릉 앞바다서 침몰한 러시아배 발견
☞ 재개발예정 주택에 가보니…60대 남성 미라가 거실에
☞ 폭우로 흘러간 가스통 수백개 어쩌나?…바다로도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