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25시]3선은 많고 자리는 없고..野 상임위원장전쟁 '진행형'

김미영 2018. 7. 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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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16일 의총서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
'6개월 이력 위원장'에 재선들도 도전장.. "상도의 없어"
전반기 신사협정 깨져 '서로 불신'.."다음 기약 못하는데"
21대 총선 전 예결위원장 두고 김광림 vs 황영철 '말 달라'
한국당 의원총회(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16일 우여곡절 끝에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인선을 마무리지었다. 특히 한국당은 대부분의 상임위를 ‘나눠먹기’식으로 위원장 배분을 했다. 상임위원장을 할 수 있는 3선 의원이 당 몫의 상임위원장 자리보다 훨씬 많은 데다, 차기 총선에서의 생환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느 때보다 치열했던 쟁탈전을 거친 결과다.

◇ 전반기 맺었던 신사협정 지켜지지 않자… ‘암묵적 룰’ 사라져

상임위원장은 중진 반열인 3선이 맡아온 게 국회 관례였다. 단, 같은 3선 의원들이 동일한 상임위원장을 희망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나이를 따져 배분해온 데 비해 한국당은 경선을 치러 결정해왔다. 하지만 잇단 선거 패배에 계파갈등까지 더해져 당이 휘청이는 상황에서 경선보다는 내부 조율을 통해 원만하게 상임위원장을 조정하겠다는 게 당초 김성태 원내대표의 구상이었다.

조정은 간단치 않았다. 후반기 한국당 몫 상임위원장은 7곳뿐이지만, 이번에 위원장 자리를 바라는 3선 의원들만 두자릿수가 훌쩍 넘었던 까닭이다.

전반기에 위원장을 지낸 의원들이 후반기에 또다시 위원장직에 도전한 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위원장직에 올랐던 의원은 다시 위원장을 맡지 않는 게 그간의 관례였지만 6개월에서 1년 이하로 ‘짧게’ 상임위원장을 지낸 의원들, 한시적으로 운영된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의원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수도권 한 3선 의원은 “6개월씩이라도 해놓고서 또 하겠다고 나오는 건 정말이지 상도의가 없는 것”이라고 했고, 한 3선 의원실 관계자는 “누구더러는 특위 위원장 1년 했으니 빠지라고 하고, 본인은 6개월만 했으니 위원장 신청해도 된다고 한다. 이럴 거면 알아서들 다 빠졌어야 한다”고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 당시 맺었던 합의가 어그러진 게 또 하나의 원인이다. 예컨대 법제사법위원장의 경우 한국당에선 전반기 2년을 권성동, 여상규 의원이 1년씩 나눠 맡고 후반기는 홍일표 의원이 2년 모두 맡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이 탈당 및 복당을 하는 과정에서 권성동 의원이 ‘버티기’에 들어가고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 의원처럼 아예 전반기에 위원장을 맡지 못하거나, 정무위원장이었던 김용태 의원처럼 6개월여 밖에 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의원들간 맺었던 신사협정이 깨진 전례가 생기면서, 후반기 위원장직을 1년씩 나눠맡기로 큰 틀의 합의를 본 의원들도 서로 먼저 직에 오르겠다며 기싸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이 판국에 어떻게 다음 기약하나…염치도 내던졌다”

재선 의원들이 내민 도전장도 변수가 됐다. 법사위원장에 주광덕 의원, 환경노동위원장에 이장우 의원이 후보로 나섰다.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우리 당에서도 계파나 선수에 관계없이 능력을 중심으로 상임위 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3선 의원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실제로 재선들도 뛰어들자 김 원내대표는 ‘경선’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성태 원내지도부에 대한 항의성 표시였다고 본다”면서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먹히지 않으니 사전정지 작업이 안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한국당은 16일 의원총회에서 법사위, 환노위원장을 놓고 경선을 벌여 여상규 의원, 김학용 의원을 선출했다. 다만 내부갈등을 우려해 경선과정도 비공개, 경선 결과 득표수도 비공개에 부쳤다.

나머지 상임위원장직은 앞선 주말 동안의 교통정리로 나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은 홍일표 의원이 2년 임기 중 전반기 1년을 먼저 한 뒤 이종구 의원이 뒤이어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명수·김세연 의원, 국토교통위원장은 박순자·홍문표 의원, 외교통일위원장은 강석호·윤상현 의원 순으로 맡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또다시 문제가 남았다. ‘노른자위’ 자리인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직을 놓고 안상수 의원이 올해 말까지 6개월, 이후엔 황영철 의원이 맡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반박이 나왔기 때문이다. 김광림 의원 측은 “내년 1월엔 김광림, 황영철 의원이 경선이 아닌 새로운 원내대표의 조정을 거치거나 의원간 합의로 후임 예결위원장을 선출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황 의원 측은 “그렇게 결정할 바엔 당장 경선하자고 했다. 사실과 다르다”고 못박았다. 21대 총선 직전 해의 예결위원장직이 지역구에 ‘예산선물’을 내려보내는 데에 얼마나 요긴한지를 아는 당 관계자들은 누구 편을 들지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합의 내용을 명문화해 공개 발표하지 않은 까닭에 갈등의 빌미가 살아있는 셈이다.

다른 3선 의원실 관계자는 “21대에 우리 당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다음을 어떻게 기약하겠나”라며 “이번에 꼭 상임위원장을 맡아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관례고 염치고 내던진 것”이라고 혀를 찼다.

김미영 (bomna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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