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 빠진 아프간전, 미국 직접 대화 나설까

심윤지 기자 2018. 7. 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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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과의 직접 대화를 추진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 주도의 평화 협정을 강조해 온 미국으로선 중대한 전략 변경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자 장장 17년을 끌어온 아프간전에도 종지부가 찍힐지 관심이 쏠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9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카불에 있는 한 비행장으로 돌아와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은 수년째 교착상태에 빠져있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도 지난 2월 탈레반에 “조건 없는 평화협상”을 공식 제안하며 화해의 손짓을 내밀었지만 탈레반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내걸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2011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은 만큼 협상 파트너도 미국이 돼야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은 평화 협정은 아프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미 고위 관료들은 탈레반 근거지를 잇달아 방문하며 직접 협상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9일 아프간 카불을 깜짝 방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월 아프간 정부가 공식 제안한 “조건 없는 평화협상”을 지지하며 미군과 나토군의 철군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앨리스 웰스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차관보 대행도 지난주 아프간과 파키스탄 주요 관계자들과 만나 수일간 회담을 했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는 라마단(이슬람 단식기간) 종료일인 지난달 15일부터 3일간 이례적 휴전에 합의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존 니콜슨 주 아프간 미군 사령관의 역할이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처음 협상을 통한 종전을 추진했을 때만 해도 군 사령관들 사이에선 탈레반을 격파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미군은 정치적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탈레반의 승리를 막는 쪽으로 목표를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존 니콜슨 주아프가니스탄 미군 사령관(가운데). 로이터 연합뉴스.

이같은 태도 변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전이 오래 지속하는 데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빨리 끝을 보고싶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1~12일 나토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도 ‘사람들이 아프간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동의를 표하며 “아프간전은 너무 오래 지속됐다”고 말했다.

군사개입과 압박 위주의 아프간 전략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취임 전만 해도 아프간전 개입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에 넘겨줄 수 없다”며 아프간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 한때 8400명까지 줄어들어들었던 미군수를 1만5000명까지 늘렸다. 그러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미 국방부 산하 아프간 재건 특별감사관실 자료를 보면, 407개 행정구역 가운데 59곳을 탈레반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파병 직전(48곳)보다도 오히려 늘어났다.

미국은 이제 아프간 정부의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웰스 차관보 대행도 “이 시점에서 우리(미국)가 준비하지 못한 것은 아프간 정부의 배제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니 대통령도 “현재의 교착상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두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며 미국의 역할 확대를 긍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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