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생활습관은 '지피지기'만 기억하면 됩니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8. 7. 16. 18:16 수정 2018. 7. 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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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치매 명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

2017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다. 하루에 새롭게 생기는 치매 환자의 수는 약 120명이다(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그러다 보니 치매 예방 및 관리법을 많은 사람이 궁금해한다. ‘어떻게 하면 치매에 안 걸릴까?’ ‘이미 부모님이 깜빡깜빡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아질까?’ 등이다. 치매 예방법과 관리법은 일맥상통한다. 치매 명의이자, 국내 최초로 치매 클리닉을 개설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에게 치매 예방 및 관리법에 대해 들었다.

치매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이동영 교수는 "​65세 이후 치매가 많이 발병하는데, 이미 40대부터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Q. 치매는 정확히 무엇입니까?

A.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인지 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종류에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혈관성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70% 이상이 알츠하이머성 치매입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세포에 들러붙은 불량 단백질(베타아밀로이드)이 독성물질을 내뿜어 뇌신경 세포를 파괴해 생깁니다. 치매가 심할수록 베타아밀로이드도 많이 쌓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치매는 나이가 들어서 나타나지만, 젊고 건강했을 때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A. 치매는 하루아침에 ‘짠’ 하고 생기지 않습니다. 시기에 따른 단계가 있습니다.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이 쌓이고 있지만 증상은 없는 무증상 단계,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 혼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치매입니다. 무증상 단계에서 경도인지장애, 치매로 발전한다고 보면 됩니다.

Q. 단계별 특징이 다 다른가요?

A. 무증상 단계는 말 그대로 증상이 없습니다. 경도인지장애가 되면 기억력에 문제가 생깁니다. 주로 최근 기억부터 문제가 됩니다. 딸이 어머니에게 이틀 전에 전화를 했는데, 어머니가 딸에게 ‘너 요즘 왜 이렇게 전화를 안 하냐’는 식입니다. 마트에 다녀왔는데 어디 갔다 왔는지 기억을 못하기도 합니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이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약속이나 행동을 한두 번 까먹는다고 해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모를 꼼꼼히 하는 등 습관으로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증상이 더 심해져 치매가 되면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도와줘야 가능합니다. 기억력 저하, 이상 행동, 성격 변화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Q. 3단계로 구분했을 때, 각각 기간은 어느 정도입니까?

A. 사람마다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따져보자면 무증상 단계는 15~20년 정도 걸립니다. 그러다 경도인지장애 증상은 5년 정도 지속됩니다. 이후 치매로 넘어갑니다. 65세 이후 치매가 많이 발병하는데, 이미 40대부터 베타아밀로이드가 쌓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치매는 평소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건강할 때부터 잘 관리해야 치매에 걸리지 않습니다.

Q. 치매가 되기 전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A. 아밀로이드를 확인하는 PET(뇌 양전자단층촬영) 영상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 한계가 있습니다. 비용이 많이 비싸고, 방사선 노출 때문에 반복적인 촬영이 어려우며, 대학병원처럼 장비가 있는 큰 병원에 가야지만 검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혈액 검사로 아밀로이드 축적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습니다. 아직 의료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를 적용하게 되면 무증상 단계부터 자신이 치매 위험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으로, 현재는 임상에 적용 가능한 키트를 개발 중입니다.

이동영 교수는 치매 예방·관리법으로 '지피지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뇌혈관 건강을 지키고, 편식이나 과식을 피하고, 운동을 지속하고, 기쁘게 살자는 뜻이다.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Q. 평소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치매 예방 및 관리법은 매우 다양한데,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습니까?

A. 환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피지기’입니다. 먼저 ‘지’는 뇌혈관을 지키자는 말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병은 치료로 관리해야 합니다. 금연도 필수입니다. 혈관은 전신에 있기 때문에, 혈관 질환이 있으면 뇌혈관에도 문제가 잘 생기고 치매 위험도 높아집니다. 혈관이 건강해야 베타아밀로이드 배출도 잘 됩니다. 혈관만 잘 지키면 치매 예방 및 관리의 절반은 다 했다고 보면 됩니다. ‘피’. 과음, 과식, 편식을 피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잘 안 지켜지는 게 편식입니다. 무슨 과일이 좋다, 무슨 버섯이 좋다며 그 것만 먹어도 편식입니다. 음식 하나만으로 병이 좋아지거나 낫지 않습니다. 다른 영양분도 충분히 공급되어야 합니다. 고기가 나쁘다고 생각해 거의 먹지 않는 노인 환자도 많은데, 단백질 섭취는 중요합니다. 음식은 골고루, 적게, 자주 먹으면 됩니다. 다시 나오는 ‘지’는 지속하자는 뜻입니다. 지속하면 좋은 대표 습관이 운동입니다. 시간 내서 헬스장에 가고, 마라톤을 하면 좋겠죠.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운동은 조금 다릅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면 모를까, 중장년층에게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하라고 하면 잘 못 지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시간만 걸으라고 합니다. 생활 속에서 걸어 다니는 시간이 한 시간이면 됩니다. 출퇴근하면서 조금 걷거나,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식입니다. 이후 여력이 되면 강도를 높이거나,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운동은 밥 먹듯이 죽을 때 까지 지속해야 하는 습관입니다. 마지막 ‘기’는 기쁘게란 뜻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가 위축됩니다. 뭘 해도 기쁘고 즐겁게 하면 됩니다.

Q. 이미 치매가 발병한 사람은 가족 관리가 중요합니다. 치매 환자 가족이 알아두면 좋은 관리법을 알려주십시오.

A. 치매 환자를 교정하려나, 다그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마트에 다녀왔는데 ‘안 다녀왔어’라고 말하는 환자는 자신이 정말 다녀오지 않았다고 여겨서 그렇습니다. 굳이 ‘다녀왔는데 왜 그러냐’고 화내거나, 교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감정만 상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뿐입니다. 자꾸만 요일을 묻거나, 이름을 묻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환자가 이 행동을 즐거워한다면 상관이 없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인지 능력에 자극을 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무작정 요일이나 이름을 맞추라고 하면 환자도 흥미가 없고 주변 사람도 답답하게 됩니다. ‘지피지기’에 맞춰 생각하면 좋습니다.

이동영 교수는?

이동영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 치매클리닉 교수로, 치매 및 기억장애가 주요 진료 분야다. 서울대병원에 국내 최초의 치매클리닉이 개설되는데 크게 기여했고, 2007년부터 약 10년 동안 서울시광역치매센터 센터장을 맡아 사회적 차원에서의 치매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혈액을 통해 아밀로이드 축적을 알아볼 수 있는 치매 조기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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