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 통역에 졸속 면접.. 난민 불인정 결정 부당"

박진영 입력 2018. 7. 16. 18:12 수정 2018. 7. 1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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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이 급증하고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외국인의 사법 접근성 보장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사법부에 이와 관련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난민 면접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난민 신청자의 손을 들어준 항소심 판결이 처음 나오는가 하면, 수원지법이 통역·번역인에 대한 인증제를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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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통역인 참여 조서마다 문제" / 항소심서 통역 관련 첫 승소 판결 / 수원지법, 내년부터 자체 인증시험 / 진술 왜곡 방지 전문 통역인 육성

난민 신청이 급증하고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외국인의 사법 접근성 보장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사법부에 이와 관련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난민 면접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난민 신청자의 손을 들어준 항소심 판결이 처음 나오는가 하면, 수원지법이 통역·번역인에 대한 인증제를 도입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판사 박형남)는 지난달 27일 수단인 A(27)씨가 옛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취소하고 A씨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주시 일도1동 제주이주민센터에서 주최한 인권 상담 프로그램에 참가한 예멘인들이 상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뉴시스
재판부는 “원고가 하지 않은 진술이 면접 조서에 기재되거나 왜곡돼 기재되는 등 면접 절차가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진행돼 이 사건 처분에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이 사건 처분은 난민 신청 사유의 존부를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취지의 판결은 지난해 10월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에 이어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2017년 11월27일자 1·6면 참조>

재판부는 특히 아랍어 통역인 B씨가 참여해 작성된 A씨 등 여러 난민 신청자의 면접 조서상 유사한 문제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장기간 체류하며 돈을 벌기 위해 난민 신청을 했다’가 대표적이다. 인종·종교 등에 따른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건너와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이 했다고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말이다.

재판부도 “난민 신청자가 난민 신청 사유와 모순되게 진술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유독 B씨가 통역한 난민 면접 조서에 그런 기재가 많다는 건 B씨의 통역 내용이나 방식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꼬집었다.

A씨는 앞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2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는데, 피의자 신문 당시에는 “본국에서 정부를 비판해 경찰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아 난민 신청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한편, 수원지법은 내년부터 자체적으로 마련한 인증 시험을 통과한 사람 중 통역·번역인을 선정하는 ‘통역·번역인 인증 제도’를 전국 법원에서 처음 도입한다. 이는 제대로 된 사법 통역인의 선발, 교육 등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자료사진
외국인의 사법 접근성 강화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대법원 산하 자문 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에 통역 인증제 등 외국인의 원활한 변론 환경 조성을 2차 안건으로 부의했다.

수원지법은 다음 달 1일까지 통역·번역인 후보자를 모집해 늦어도 오는 9월 안에는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과 연계해 필기와 구술로 구성된 인증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사법 통역 수요가 많은 중국어·영어·일어·베트남어 등 약 10개 언어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수원지법은 또 인증 시험을 통과하면 인증서를 주고 정기적인 보수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인증 유효 기간은 외국인 사건 전담 재판부의 판사들 위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 중이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관내 거주 외국인 비율이 높은데다 외국인 사건 수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인증을 받은 통역·번역인에 대해서는 우수통역인상 시상, 1일 명예법관 위촉 등을 통해 처우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법원이 노력하고 있다니 반갑다”면서도 “법원의 통지서, 판결문 등이 한국어로만 돼 있어 외국인 당사자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재판 단계에 임할 수 없는데, 통역뿐 아니라 번역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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