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50원'이 부담스러운 경제 수장, 한은 '압박'

박병률 기자 입력 2018. 7. 16. 18:04 수정 2018. 7. 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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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조찬회동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간부와 함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만났다. 경제당국 수장이 간부들을 대동하고 중앙은행을 찾은 것은 9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김 부총리가 통화당국에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협조요청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김 부총리는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를 방문해 이 총재와 비공개 조찬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는 고형권 1차관과 김용진 2차관, 이찬우 차관보, 황건일 국제경제관리관이 참석했다. 한은에서는 윤면식 부총재와 허진호·유상대·정규일 부총재보 등이 동행했다.

9년 전인 2009년 2월 갓 취임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간부들과 함께 한은 이성태 총재를 만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경제당국과 중앙은행이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제스처로 해석됐다. 당시 자리는 기재부가 제안했다.

이날 회동장소와 참석자 규모도 기재부가 주도해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과 취업자 수 감소 등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기재부가 한은과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기재부는 조만간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김 부총리는 이 총재와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 부총리는 “취약계층 근로자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면서도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금년 일부 연령층, 업종 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고, 사업자 부담 능력을 고려할 때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와의 비공개 조찬에서도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최저임금 2020년 1만원 달성’에 대해 ‘신축적 인상’ ‘속도조절론’ 등을 강조하는 등 청와대와 입장차를 보여왔다.

이날 비공개 조찬에서 두 사람은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 고용부진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이고, 이에 재정·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다만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소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최근 발표한 ‘내년도 고용 전망’과 ‘최저임금 인상이 내년 고용 전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년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어느 정도 전제로 (고용 전망치를 발표) 했다”며 “내년 취업자 수 20만명대 증가 전망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으로 크게 바뀐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 12일 발표한 내년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는 24만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언론에 강하게 흘린 것은 사실상 한은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한은이 만지작거리는 금리 인상을 유보해달라는 의미다. 이날 김 부총리가 국가재정을 총괄하는 2차관을 이례적으로 대동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을 운용하는 만큼 한은도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유지해 달라는 시그널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부총리는 “거시운용 전반, 우리 경제 운용 전반에 대해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 거시경제 운용에 대해서도 통화·재정, 구조개혁 문제에 대해서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서 열린 마음으로 같이 온 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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