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설조스님 단식 27일째, 급격 쇠약.."아직 괜찮다"

안채원 2018. 7. 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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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총국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설조스님(87)의 단식장임을 알리는 안내푯말과 조계종의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들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과 불국사 주지, 법보신문 사장 등을 역임한 설조스님은 단식 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찰 여래사의 회주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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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첫 폭염경보..단식장엔 부채와 선풍기
자원봉사자 "토요일부터 스님 기력 급격히 쇠해"
"주치의 주2회 진찰..장기 등 이미 손상됐을 것"
"지금 버티시는 건 '정신력'으로밖에 설명 안 돼"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에 마련된 단식장에서 좌정해 있는 설조스님(87). 설조스님은 이날로 단식 27일째를 맞았다. 2018.07.16. newkid@newsis.com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 우정총국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설조스님(87)의 단식장임을 알리는 안내푯말과 조계종의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들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단식 시작 27일째였다.

점심 식사를 막 마친 자원봉사자와 스님들은 단식장 안팎에 모여있었다. 한 손에는 부채를, 다른 한 손에는 생수 한 병을 든 채였다. 몇 그루의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이 그나마 폭염 속 숨통을 틔웠다.

무더운 날씨를 증명하듯 스님의 단식장에도 선풍기 두 대가 자리했다. 16일 한 신자가 가져다준 것이라고 했다. 선풍기 방향은 단식장 바깥을 향해 있었다. 불자는 "스님이 바람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방문객이 계속 방문하는 내부의 열기를 밖으로 빼기 위해 선풍기 날이 밖을 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건강을 묻는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으로 휴지 곽을 찾았다. 스님은 "어제 냉풍기 바람을 잠시 쐤더니 감기가 든 것 같다"면서도 "아직 괜찮다"고 했다.

더위에도 스님을 찾아오는 방문객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자원봉사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한 신자는 먼발치에서 손을 모으고 단식장을 향해 가볍게 허리를 숙이다 순간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깨가 한참 들썩였다.

단식 첫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는 자원봉사자 조윤주(47·여)씨는 "지난 토요일부터 스님의 기력이 급격히 쇠하신 것 같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조씨는 "주치의 보살님이 주 2회쯤 진찰을 보러 오는데 육안으로는 괜찮아 보일지라도 장기 등은 이미 손상이 됐을 거라고 들었다"며 "지금 버티시는 건 '정신력'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옆에 마련된 설조스님 단식장 내 선풍기가 바깥 쪽을 향해고 있다. 2018.07.16. newkid@newsis.com

이제 주변에서는 스님에게 단식 중단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조씨는 "이제는 스님의 뜻을 오롯이 받드는 것이 그분을 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이렇게 스님이 꼿꼿하게 계시듯 우리도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스님의 단식을 지지하며 조계종 개혁을 염원하는 이들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에 따르면 초기 10명 남짓 모였던 '불교개혁을 위한 촛불법회'에 지난 14일에는 500여명이 모였다. 촛불법회는 오는 19일과 21일, 조계사 앞에서 열린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과 불국사 주지, 법보신문 사장 등을 역임한 설조스님은 단식 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찰 여래사의 회주로 있었다. 스님은 지난해부터 전임 자승 총무원장과 현 총무원장인 설정스님 등에 대해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20일 조계종 정상화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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