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탈진·열사병..앞으로 보름 한반도는 '가마솥'
수도권·강원 폭염특보..서울 10일 연속 33도 이상 예보
북태평양·티베트 고기압 동시에 뜨거운 바람 불어넣어..1994년 기록적 폭염 재현될수도
장마가 평년보다 이르게 마무리되고 이례적인 고기압대의 움직임 등 이번 여름 한반도를 둘러싼 기상환경이 1994년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지난달 26일 시작해 지난 11일까지 16일 만에 끝났다. 직전 30년이 기준인 평년 평균 30일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수준이다.
여기에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데워져 동쪽으로 이동하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티베트 고기압'도 가마솥 날씨를 부추기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와 형태 모두 이례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티베트 고기압은 장마가 끝난 7월 말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는 평년보다 무척 빠르다"며 "티베트 고기압에서 불어오는 고온건조한 공기는 일반적으로 중국 남동부로 이동하지만 올해는 중국 북동부 쪽으로 움직여 한반도 북부에 더운 공기를 불어넣고 있어 더위가 한층 더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더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압계 하층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이 동시에 작용해 뜨거운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이번 무더위가 1994년 여름 폭염에 근접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1994년도 장마가 7월 중순에 끝났고 티베트 고기압이 기승을 부렸다"며 "예단할 수 없지만 현재 기온이 올라갈 유인은 많은 데 비해 내려갈 유인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은 서울 38.4도 등 전국 각지에서 지역별 낮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등 한반도가 불볕더위에 휩싸인 해였다.
이를 뒷받침하듯 월요일인 16일은 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됐고, 최고기온이 경신되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서울 34도, 강릉 36도, 대전 35도, 광주 36도, 대구 37도, 부산 32도 등 대부분 지역에서 30도 중반을 기록했다.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는 최고 35.5도까지 측정됐다. 올해 최고기온도 갈아치웠다. 이날 경북 영천(신령)과 삼척의 AWS에는 각각 38.3도, 37.7도가 기록돼 전날 삼척의 37.6도를 넘었다.
더위는 열흘, 보름 뒤까지 계속되고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을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고 강한 일사가 더해지고 비 소식도 없다"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등 매우 덥겠다"고 말했다.
각종 폭염 피해도 속출했다. 일주일 새 일사·열사병 등 온열환자가 3배 넘게 증가했고 전국 곳곳에서 가축이 폐사하고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이어졌다. 온열 환자 급증이 첫 번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 8~14일) 집계된 온열 질환자는 180명으로 직전 주(52명)의 3.5배로 늘었다. 특히 토요일인 지난 14일 하루에 35명의 환자가 나왔다.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경남에서는 지난 12일 오후 7시께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서 밭일을 하던 80대 여성이 열사병으로 숨졌고 지난 14일 밤 8시께 청주시 북이면 한 공사 현장에서도 60대 용접공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류영욱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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