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르포]"최저임금 인상 환영, 만원까지 올렸어야"..시장 민심 달랐다 왜?

이승환 기자 2018. 7. 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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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발표 후 첫 평일 영업..알바생 안써 최저임금 영향 없어
대폭 인상으로 소비 활성화 기대.."기대 접었다"는 반응도
강남구 논현동 A시장.2018.07.16.© News1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최저임금 올릴 거면 아예 1만원까지 올려야지. 서민들 지갑 좀 두둑해지게. 그래야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낼 것 아니냐."

서울 강남구 논현동 A시장 상인 김모씨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소상공인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불복종'을 선언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동네식당이나 치킨집, 편의점 등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반면 시장은 상인들은 본인이 사장이자 종업원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비용이 늘어나지 않는 구조다.

서울 강남 한복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장은 한산했다. 손님을 맞은 매장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손님이 없으니, '흥정'도 없었다. 손부채를 부치는 중년의 여성 무리가 "불경기는 불경기네"라고 혀를 찼다. 16일 오후 1시쯤 강남구 논현동 A시장 상인들은 자포자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난 주말 '내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 결정 후 첫 평일 영업일 풍경이다.

◇ "소득 늘어야 소비 늘지"…'최저임금 더 높이라'는 상인들 정육점 상인 김창호씨(52)는 "내년 최저임금을 더 올려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몸소 체득한 '시장(市場)'의 논리라고 한다. 김씨는 "손님들도 형편이 어려우니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라며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목표로 제시한 '최저임금 1만원'도 성에 차지 않아하는 이가 있었다. "하루빨리 1만 2000원까지 확 올려야 했다. 그래야 물건을 사든가 할 것 아니냐." 과일매장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다소 언성을 높였다.

손님을 맞지 못한 A시장 상인들.2018.07.16© News1이승환 기자

술 냄새가 훅 풍겼다. 비속어를 거리낌 없이 쓸 정도 흥분한 상태였다. 이 남성은 "어차피 손님 한 명 안 올 텐데 낮술 한잔 한다고 무슨 탈이 나겠냐"며 씩씩댔다.

상당수 상인은 주로 혼자 일하거나 가족과 매장을 운영한다. 아르바이트생 등을 고용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지급 부담이 없는 셈이다. 명절 같은 성수기에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 매장 규모가 조금 큰 상인들은 최저임금을 주고 직원을 '한 명' 정도 고용한다.

고춧가루 판매상인 유모씨(57)도 "진작 최저임금을 이렇게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유씨가 고용한 백발의 남성이 매장 안에서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인 채 붉은색 고춧가루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 남성은 하루 12시간씩 일한다고 한다. 유씨는 "최저임금이든 뭐든 사람이 최소한 먹고사는 데 걱정은 없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겠지만 전혀 아깝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어 매출이 증가하면 직원을 더 고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최저임금 인상은 상생의 길" vs "그런다고 시장 오지 않아"

반찬가게 상인 김영락씨(67)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상생'이란 단어를 여러 차례 썼다. 직원도 사장도 상생하는 길 말이다. 김씨는 "직원들 입에 풀칠 해주는 것도 사장의 역할"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냉소적이고 반발하는 상인도 적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 활성화 같은 소리 하지 마라. 이 꼴은 보고도 그런 말을 해." 동료 상인과 식사를 하던 조모씨(70대·여)가 격하게 반응했다.

"손님 자체 발길이 끊긴 지 오래인데 무슨 소비를 기대해." 건어물 가게를 하는 조씨는 오전 매장 개시 후 매출이 전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발 부탁'이라며 기자 손을 붙잡고 말했다. "'나라님들' 여기 좀 오게 해주세요. 현실 좀 보고 정신 차리게."

과일가게 상인 김모씨(45·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서민들 소득이 늘어난다고 한들, 그들이 시장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매장을 가겠지요. 최저임금 인상과 우리는 상관이 없어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27 남북 정상 회담 때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씨 매장 벽에 걸린 사진이다. "저희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비가 늘어 저렇게 웃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김씨의 말이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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