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트럼프 뒤에 섰던 한국당·홍준표 '이 줄이 아니네~'

국기연 2018. 7. 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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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표가 이끌었던 자유한국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에 줄을 섰다가 6.13 지방 선거에서 참패를 맛보았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에 반대하는 ‘반북’ 노선을 취했고, 트럼프 대통령을 우군으로 여겼으나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손을 맞잡음으로써 한국당이 정체성의 혼란에 빠졌다고 WP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까지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군사력 증강을 지지하며 진보적인 정치 노선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었다. 그의 이런 노선은 한국의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한국당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견지해온 입장과 딱 들어맞았다. WP는 “한국의 보수층에 트럼프가 동맹인 것처럼 여겨졌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는 WP와 인터뷰에서 6.13 지방 선거 전날 싱가포르에서 김정은-트럼프 회담이 개최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미국 정부가 한국의 좌파 정부를 지원할 것으로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거친 발언으로 ‘홍트럼프’라는 별명을 얻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WP는 홍 전 대표가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홍 전 대표는 “트럼프는 비즈니스 거래를 하듯이 외교를 하는 사람으로 드러났고, 자신의 말을 지키지도 않는다”고 혹평했다.

WP는 “한국에서 우파 정치 세력은 오랫동안 대북 적대 정책, 한·미 군사 동맹 지지 노선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나 이제 미국의 지도자가 김 위원장과 만났을 뿐 아니라 그를 칭찬하고, 주한 미군 철수 검토 입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사태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우파는 전면적인 정체성 위기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관계자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보수 정당과 우파의 위기는 지방 선거 결과와 여론 조사에 그대로 투영됐다. 이 신문은 “자유한국당은 17개 광역 단체장 선거 중 2곳에서만 승리하는 참패를 당했다”고 전했다. WP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70%에 달하는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거에 보수당을 지지했던 한국인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데탕트를 모색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위기를 맞았다. 대표적인 친박 세력인 대한애국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트럼프를 ‘구세주’로 여겼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도와주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친박 집회에서 성조기가 사라졌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서석구 변호사는 이 신문에 “우리 보수 세력은 독재자 김정은을 비판해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런 김정은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느냐”고 반문했다.

WP는 “한국의 보수 정당이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젊은층의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여론 조사를 보면 젊은층은 문 대통령과 대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드러난 기무사의 계엄령 추진 사건도 보수 정당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정치 노선은 이제 한국 일반 국민 및 미국 지도부와 유리돼 있고, 이 당의 진로 역시 불투명하다고 이 신문이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층 인사들은 대북 대화가 곧 실패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현재의 노선을 고수해야 지지층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더욱이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도 이 신문에 북한과의 대화가 실패하면 보수층의 행운이 되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한국에서 보수주의가 절대로 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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