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바지 의인' 아내 "또 자해.. 터널 지나 또 터널입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8. 7. 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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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자해, 3주 전 제주에서도
자책과 울분으로 보낸 참사 이후 4년
가족도 절망..치료 골든타임 놓쳤나
자해소동 의미는 '도움요청 신호'
치료 가능..3년이상 전문가 도움 절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형숙('파란바지 의인' 김동수 씨 부인), 정운선(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 당시에 다른 생존자들을 구했던 파란 바지의 의인. 여러분 다들 기억하시죠? 바로 제주도에 사는 김동수 씨 얘기인데요. 기울어지면서 침몰하던 배 위에서 단원고 학생 20여 명의 목숨을 구했던, 말 그대로 의인입니다. 그때 파란 바지를 입고 구조 활동을 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혀서 그때부터 '파란 바지의 의인'이라고 불려왔던 분인데요. 그런데 지난 금요일 이 김동수 씨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자해를 해서 병원으로 옮겨지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만 김동수 씨가 자해를 시도한 게 벌써 네 번째입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얻은 게 원인이라고 하는데. 아니, 큰 박수를 받던 세월호의 의인, 세월호의 영웅이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된 건지 가족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동수 씨의 아내세요. 김형숙 씨 직접 연결을 해 보죠. 아내분, 나와 계십니까?

◆ 김형숙>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남편 곁에서 간병하고 계시다고요?

◆ 김형숙> 네. 서울에서 입원해 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올라왔습니다.

◇ 김현정> 상태가 어떠세요, 김동수 씨?


◆ 김형숙> 아직은 자해한 부위를 수술한 상태라 힘들어하기는 하죠. 이번은 복부에 상처가 깊게 나다 보니까, 아무래도 좀 힘들어하긴 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사실은 심각한 부상이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지금 말씀 들어보니 초동조치가 빨라서 그나마 이 정도 상태인 것 같아요.

◆ 김형숙> 네, 제가 청와대 간다는 걸 인지해서 서울에 있는 지인들에게 조금 미리 연락을 가달라고 해서. 제가 청와대 쪽으로도 연락을 해 놨었거든요.

◇ 김현정>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주시해 주십시오.' 이렇게?

◆ 김형숙> 네.

◇ 김현정>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아내분이 하게 되셨던 거예요?

◆ 김형숙> 남편이 핸드폰을 두고 갔는데요. 저에게 미리 사전 문자를 미리 예약해 놨는데. 정말 천만다행으로 어쨌든 비행기나 버스가 많이 지연되다 보니까 도착하기 전에 저에게 먼저 문자가 와버린 거죠.

◇ 김현정> 예약 전송 버튼을 누르고 갔는데. 그 음성메시지가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 김형숙> 저한테 메시지는 '사랑하는 각시 미안하다. 내가 청와대에 갔다가 내려가겠다.' 이렇게 하고 그리고 또 녹음이 바로 있더라고요, 한 50초 정도. 그래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다시는 나와 같은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그동안 자기가 국가기관이나 이렇게 자꾸 요구를 해서 힘들게 했다면 그것을 용서해 달라. 이제는 다 내려놓고 싶다.' 그런 내용이었어요.

◇ 김현정> 사실상의 유서까지 남겨놓고 서울로 떠난 남편.... 그런데 '내가 왜 그런 일을 당하고 이렇게 고통 받아야 되나' 불만이야 가질 수 있겠습니다만, 자해까지 하는 건 사실은 차원이 다른 상당히 극단적인 행동인데요. 남편이 지금 자해를 시도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 김형숙> 네, 맞습니다. 실제로 알려진 것만 해도 4번이고 사실은 또 이번 사고 있기 전에 3주 전에도 기사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런 경우도 있었고요.

◇ 김현정> 4번으로 저는 지금 알고 있었는데. 그거 말고도 또 몸을 상하게 한 적이, 자해 시도한 적이 더 있어요?

◆ 김형숙> 네. 여기 올라오기 전에 3주 전에 그런 사고가 있어서. 그래서 제주도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거거든요.

◇ 김현정> 서울 올라오기 전에, 3주 전에. 그러니까 저는 잘 이해는 안 가요. 왜 이렇게 계속 스스로 해하려고 시도하는 건가?

◆ 김형숙> 세월호 참사 후에 지금까지 계속 어쨌든 자신의 고통을 계속 호소했고요. 하루하루가 힘들고 하다 보니까 '국가에서 왜 나를 외면하지'라는 이런 생각을 계속 많이 했었던 것 같고 그리고 첫 번째 지난번 청문회장 같은 경우는 방청석에 앉아있으면서 계속 답답하잖아요. 자기 마음속에 앞에 있는 증인들은 계속 변명만 하고 하니까. 그러면 본인은 그 사람을 해하면 자기가 범죄자가 되기 때문에 답답하니까 자기 몸에다 그렇게 했다고 얘기를 하는 거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구조 책임자 아니셨잖아요, 김동수 씨. 그냥 배에 탄 승객 중에 1명이었던 거 아닙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죄책감을 이렇게까지 심하게 느끼시는 걸까요?

◆ 김형숙> 그러니까 우선은 그날의 영상이 하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거죠. 내가 그때 조금 더 침착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같은 거. 그때 (해경이) 그 객실문 안에 아무도 없다고 했을 때 그 말을 믿지 말고 내가 한 번 더 문을 열어볼 거라는 후회. 그날 또 가장 결정적인 게 본인이 구조하고 나와서 그곳에 있는 해경에게 배 안에 200-300명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거기에서 (해경) 자신들이 모두 구조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을 때, 자기가 그 말을 고스란히 믿었던 걸 가장 후회하는 거죠.

◇ 김현정> 거기서 믿고 물러났던 거. '내가 왜 물러났던가. 1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도록 더 다그치고 옆에 서 있었어야 했는데 내가 왜 그냥 왔지' 이런 죄책감?

◆ 김형숙> 그렇죠. 그날 '아저씨 좀 기다려 주세요.' 나왔을 때 창문 두드리는 (학생들) 모습.

◇ 김현정> 어떻게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당사자만의 죄책감이 있는데다가.

◆ 김형숙> 그렇죠.

◇ 김현정> 이 세상에 대한 울분, 분노. 이런 게 섞이면서 김동수 씨 자신도 감당 못 할 상황이 돼버린 거군요?

◆ 김형숙>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이 트라우마를 많은 분들이 호소하면서 그 당시 생존자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정신 치료가 계속 진행이 됐던 걸로 저는 알고 있었거든요. 정신 치료 안 받으셨어요?

◆ 김형숙> 그러니까 남편이 의연해서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안산에 희생자 트라우마 센터가 있어서 처음에는 서울로 비행기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치료를 받고, 거기 상담이나 프로그램도 참여를 했어요. 그런데 갔다 왔다 하는 경비도 본인이 해야 되고. 그리고 아무래도 거기는 또 유가족 분들이 많기 때문에, 본인이 자꾸 유가족들 앞에서 죄인이라는 느낌 있잖아요.

◇ 김현정> 그리고 제주로 돌아왔는데 돌아오고 나니까 치료 받기는 더 어려워졌고?

◆ 김형숙> 그렇죠. 도내 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이게 '내가 치료가 된다'라는 믿음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김동수 씨 하면 이미 의인으로 워낙 유명한, 파란 바지 의인으로 워낙 유명한 분이라 국민 중에는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고.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미 의상자로 지정을 했습니다. 올 1월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기도 했고, 생계도 유지하실 수 있게 어떤 대책도 마련을 해 드렸고. 그러다 보니까 '정말 상황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국가가 해 줄 만큼 도움을 드린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도 있어요. 관련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 보셨겠지만 청와대 앞에 와서 이렇게 항의하시는 모습을 보고 안 좋게 보시는 여론도 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 (사진=권민철 기자)

◆ 김형숙> 맞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 이야기를 듣는 분들에게 (남편이) 무엇을 바라고 한 것처럼 비칠까봐 조심스럽기는 한데요. 설마 남편이 (세월호 참사가 있던) 그날 내가 이걸 구조를 하면 내가 뭘 얻을 수 있고 이런 걸 계획해서 한 건 아니잖아요.

◇ 김현정> 당연히 아니죠.

◆ 김형숙> 그런데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훈장 같은 경우도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 훈장 받으면 되게 자랑스러운 거잖아요. 그걸 받을 일도 사실 없고. 그런데 사실은 정말 훈장을 받는 한 순간뿐이지 실제 남편에게 내가 아프고 힘들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어떤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 처음에 남편이 훈장을 거부하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내가 이걸 받아서 뭔 의미가 있냐. 나는 이렇게 몸과 마음이 힘든데 이 훈장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 그런데 가족들이 좋아하니까 받기는 했는데 그것도 남편에게는 큰 의미가 없던 것 같아요. 실질적인 치료나 지원을 좀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세월호 사건 이후로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진 상태가 되면서 가족들 삶도 많이 변했겠는데요?

◆ 김형숙> 처음에는 저와 딸들도 아빠가 그랬으니까 자랑스러워하고 시댁이나 친정 식구들도 자랑스러워했는데. 이게 트라우마도 골든타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게 빨리 남편을 치료했어야 되는데 이게 눈으로 막 보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도 일한다고 방치해 버리고. 첫 번째 자해 이후에는 남편이 전혀 180도로 달라져버렸잖아요.

◇ 김현정> 그렇게 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닌가. 그 생각이 이제 와서 후회로 드시는 거군요.

◆ 김형숙> 이제는 저희가 책임을 지기에는... 저도 그전까지는 자신 있었거든요. 딸이랑 저도 '이보다 나쁜 일은 앞으로 우리에게 없을 거야,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그러면서 서로 위로하고 또 사람들 응원에 힘입어서 힘을 얻고 이랬는데 4년을 돌아서 다시 제자리에 온 것 같은 절망감 있잖아요. 내가 이 터널만 지나면 이제 좀 빛을 보겠지 했는데 또 다른 터널과 큰 산이 앞에 놓여 있으니까. 저도 사실은 벗어나고 싶은 생각입니다...

◇ 김현정> 그러게요.

◆ 김형숙>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도와달라는 게 금전적인 걸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나마 남편이 가장 편하게 치료 받을 수 있는 공간...

◇ 김현정> 알겠습니다. 물론 정부에서 아무것도 안 해 드린 상태는 아니에요. 의상자 선정 또 훈장도 드리고 보상금도 있기는 했습니다만, 이분이 이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나. 이런 고민들을 지금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힘내시고요. 얼른 완쾌되시기 바라겠습니다.

◆ 김형숙>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파란 바지의 의인. '네 번째 자해 시도다'라고 이렇게 알려졌었는데 알고 보니까 네 번 이상의 자해 시도가 있었군요. 어떻게 된 사정인지 가족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습니다. 트라우마란 게 이렇게까지 진행될 수 있는 걸까요. 어떻게 이분을 사회가 해 드릴 수 있는 걸까요? 전문가 얘기 좀 들어보겠습니다.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입니다. 정 교수님, 나와 계세요?

◇ 김현정> 고맙습니다. 파란 바지의 의인. 네 번째 자해 시도다. 이렇게 알려졌었는데 알고 보니까 네 번 이상의 자해 시도가 있었군요. 어떻게 된 사정인지 가족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봤습니다. 트라우마란 게 이렇게까지 진행될 수 있는 걸까요. 어떻게 이분을 사회가 해 드릴 수 있는 걸까요? 전문가 얘기 좀 들어보겠습니다.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입니다. 정 교우님, 나와 계세요?

◆ 정운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청취자 양** 님도 "아니, 이분이 왜 이렇게까지 되신 건가요? 보상이 부족했던 겁니까?" 이런 분도 계시고 "정말 이해가 안 간다." 라고 09** 님도 그러시고. 많이들 아파하시면서 동시에 궁금해하시는 게 트라우마라는 게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자해 시도를 5번, 지금 말씀하신 게 5번이 넘는다고 하시는데 이렇게까지도 갈 수 있느냐? 치료를 아예 안 받은 것도 아닌데? 이런 질문들을 주세요.

◆ 정운선> 트라우마는 평생도 갈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이런 식으로 극단적으로까지?

◆ 정운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요.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질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자해도 굉장히 많이 행하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겪지 못한 인생에서 예상하지 못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경험이 트라우마거든요. 그런데 그 트라우마를 겪고 나면 그 일이 끝났는데도 마치 뇌는 그 사건을 다시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반복해서,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걸리면 자기가 원하지 않는 팝업창이 계속 뜨잖아요. 그런 것처럼 재경험이 들고 잠이 쉽게 들지 못하는 늘 긴장돼 있는 상태. 자해를 할 때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각. 감정 기복이 크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충동적이고 이런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치료를 해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아도 어떤 사람은 그게 조금 해결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해결이 안 되고 계속해서 자해 시도하고 평생을 그렇게 앓는 분들도 계시는 거예요?

◆ 정운선> 네. 그럴 수도 있는데요. 그런데 치료를 받으면 많은 분들이 회복은 되시는데 그런데 계속되시는 분들도 한 20%는 있거든요. 그런데 특히 양심적이고 다른 분에 대한 측은지심이 많은 분들이 이런 위험이 높습니다. 제가 의인 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그 많은 분들을 구하신 걸 보면 그런 생각이라고 들거든요. 그러면 자신이 구한 사람을 생각하기보다는 구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릴 확률이 높고요. 또한 지금 자신이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자책감이 높아서 이런 분들의 분노가 안으로 향하면 자해라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파란 바지 의인 김동수 씨의 시간은 어떻게 보면 세월호 사고 그 순간에 멈춰버린 거네요.

◆ 정운선> 네, 맞습니다. 프리즈(Freeze)라는 상태라고 설명도 하는데요.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순간에 계속 머물러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런 증상을 잘 모르니까 왜 극복하지 못하냐, 앞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하는데 본인은 그게 혼자 힘으로는 잘 안 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세월호 다른 생존자들이 저는 걱정이 돼요. 김동수 씨는 아주 극단적인 형태의, 청와대 앞에서 자해를 한다든지 이렇게 되면서 뉴스 보도가 되니까 이분이 정말 마음고생을 아직도 하고 있구나. 이렇게 알고 있는데 다른 생존자분들, 학생들 이런 분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혹시 얘기를 전해 듣는 게 있으세요?

◆ 정운선> 사실 저는 단원고에서 남은 아이들, 가지 않은 아이들, 선생님들 이런 분을 치료를 했는데요. 세월호에서 생존한 단원고의 75명의 아이들 옆에는 사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전문의가 2년 동안 상주하면서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들을 아이들과 부모님과 선생님과 함께해 줬죠. 그래서 다행히도 그 아이들을 저희가 잃는 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아이들은 지금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동수 님의 경우에는 그런 적극적이고 아주 핵심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요. 또한 우리 사회 통념상 성인 남자들의 경우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극복해야 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아직도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태라고 볼 수 있고요. 자해라는 것을 저희가 문제 행동이라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라고 봐야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말씀 듣고 보니까 아까 아내분도 그러셨어요. 처음에는 몸의 상처를 치료하느라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상담을 받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지는 않았다. 그래서 트라우마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닌가라고, 그분은 일반인이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럴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성인 남성. 그것도 생존자다 보니까?

◆ 정운선> 그런 부분이 있지만 사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동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도 많이 치료를 하는데요. 굉장히 우울한 아이들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물론 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보통 3년 정도는 투자를 해야 된다고 말씀을 드리거든요. 그러니까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를 투자하면 안 되는 일은 없고요. 전문가가 옆에서 도와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니라 외상 후 성장 상태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전문가의 어떤 도움이 필요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지금 많은 분들이 이분이 선행을 베푼 후에 국가가 해 준 게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문자 주는데요. 지금 아까 잠깐 설명은 드렸죠. 의상자로 선정이 됐고 올해 초에는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도에서 주선을 해서 이분이 힐링을 하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숲길 지킴이로 숲길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또 마련을 해 줬고요. 보상금으로는 1억 원 정도를 받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뭐 아무것도 안 해 줬다. 이건 아닌 것 같지만 이 정신적인 트라우마라는 게 또 물질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큰 거네요.

◆ 정운선> 맞습니다. 오히려 그러한 분들은 자기 스스로를 치료하려고 하면서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면서 알코올 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충동 조절이 더 안 되거든요. 더 망가지고 가족들은 왜 이러나. 더 이해가 안 되고 그러면 가족들 전체가 삶이 고통스러워지는 쪽으로 점점 빠지게 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래요. 트라우마가 어떻게 이 정도까지 갈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셔서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전문가와 함께 진단을 해 봤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정운선> 네. 안녕히 계십시오.

◇ 김현정>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였습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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