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인디씨네] '박화영' 인간관계의 민낯, 이보다 현실적일 순 없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8. 7. 1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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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한줄평 : 김가희, 이 영화의 또 다른 수확.

“니들은 나 없었으면 어쩔 뻔 봤냐?”

영화 ‘박화영’ 공식포스터, 사진제공 명필름랩

이 평범한 문장 하나가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길 줄은 몰랐습니다. 친구들 안에 섞이고픈 18살 고등학생이 습관처럼 내뱉는 한 마디인데, 연민을 넘어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이렇게 사소한 것으로도 여러 질문을 던진다면, 그게 바로 ‘잘 만든 영화’ 아니겠어요? 영화 <박화영>(감독 이환)처럼요.

<박화영>은 가진 건 의리와 ‘집’밖에 없는 여고생 ‘박화영’(김가희)의 얘깁니다. 가출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집을 내어주며 그 무리 안으로 진입하려하지만, 자꾸만 튕겨나가며 쓰라림을 맛보는 과정이 99분간 이어지죠.

이 영화는 참으로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청소년 사이 욕설과 폭력은 물론이고 문란한 사생활까지 가득 담겨 있는데, 보는 이의 마음엔 불편함 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연민이 퍼지니까요. 마치 겉으론 센 척하지만 알고보면 여린 속을 지닌 사람을 마주한 것 같다고나 할까요.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심리에 카메라를 세심하게 가져다 대니, 이들이 폭주하는 이유가 이해되고 안타까운 마음까지 드는 거죠.

특히 그 중심엔 주인공 ‘박화영’이 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주류’에 편입하고 싶어 발버둥치지만, 세상은 참 쉽지 않습니다. 제 집 드나들듯 하는 친구들의 빨래를 도맡아 하고 매번 밥이며 술이며 갖다 받치는데도 그들은 화영을 이용만 할 뿐, 도무지 인격적으로 대해주지 않으니까요. 할 수만 있다면 뒷덜미를 잡고 스크린 밖으로 끌고나와 ‘정신차리라’고 하고 싶을 정돕니다.

제3자의 인생에 이렇게까지 울컥하는 이유는 또 있어요. <박화영>은 단순히 10대의 얘기가 아니라 이 사회 인간관계 혹은 사회생활을 축소해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관계 속 보이지 않는 서열을 충격적 화법으로 표현하죠. 청소년 얘기를 다룬 건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니, 대충 짐작이 가죠?

이 작품엔 잡아먹지 않으면 잡혀먹는 ‘사회’의 약육강식 법칙이 필름 속 어린 친구들 사이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요. 이환 감독은 불량청소년을 상투적으로 그리지 않고, 권력을 폭력처럼 쥐고 흔드는 자, 그에 붙어서 기생하는 자,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간사한 자, 헛똑똑이처럼 매번 이용만 당하는 자 등 저마다 다른 결로 표현해놓았는데, 이런 영리한 연출력 덕분에 영화 속 아이들의 세계가 마치 ‘작은 사회’처럼 느껴지게 되는거죠.

‘박화영’을 연기하기 위해 20㎏가까이 살을 찌운 김가희는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수확입니다. 덩치만 크고 약지 못한 ‘박화영’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죠. 그 중 영화 후반, 시그니처 대사를 하면서 씨익 웃는 장면은 애잔한 감성까지 건드려 잊을 수가 없게 해요. 그가 아니었다면 ‘박화영’은 재현될 수 없었을 거란 생각마저 들게하는 연기력입니다. 가히, 최고죠. 오는 19일 개봉.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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