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붙박이 1군' LG 윤진호 "수비 자신..위기 즐긴다"

윤세호 2018. 7. 1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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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내야수 윤진호 | LG 트윈스 제공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화려하게 빛나지는 않아도 팀에 반드시 필요한 임무를 맡아 수행한다. 경기 후반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가 중요할 때나 주전 내야수의 체력관리가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출전한다. 민첩하면서도 안정된 수비력으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다. LG 내야수 윤진호(32)의 얘기다.

윤진호에게 올시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되고 있다. 2009년 LG 육성선수로 프로 무대를 밟은 그가 처음으로 전반기 내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미 61경기를 소화하며 한 시즌 최다 1군 경기 출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3루수와 2루수, 그리고 유격수까지 골고루 나서며 내야진의 만능키 역할을 하고 있다.

윤진호는 “계속 1군에 있어서 좋다. 류중일 감독께서 수비를 중요시 하시기 때문에 내게 기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실수 없이 수비하도록 신경 쓰고 있다. 좋게 봐주셔서 영광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고참 회식을 했는데 감독님이 직접 ‘타석에 많이 못 나가도 신경 쓰지 마라. 나는 수비 잘 하는 선수를 좋아하니까 수비만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하셨다. 그 때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다. 이후 더 열심히 수비 훈련을 했다”고 돌아봤다.

낯선 자리는 아니다. 윤진호는 프로 커리어 내내 경기 중·후반 내야수비가 필요할 때마다 급히 투입되곤 했다. 정규시즌에선 역할이 크지 않을지 몰라도 수비가 중요한 포스트시즌이 되면 윤진호가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다. 윤진호는 “나도 어렸을 때는 주전이라는 꿈을 갖고 야구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팀이 내게 바라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때부터 생각을 바꿨다. 수비를 더 중요시했다. 수비를 신경 쓰면서 나만의 루틴과 자신감을 유지하는 법 등이 생겼다”고 말했다.

준비과정부터 다른 주전선수들과 다르다. 윤진호는 “점수차와 타순 등 경기 상황을 열심히 본다. 빠르면 6~7회에도 나가기 때문에 그 전에 캐치볼부터 핸들링, 스텝 등 나만의 워밍업 동작을 하면서 몸을 푼다. 박종호 수비코치께서 사인을 주시면 바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수비 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펑고를 많이 받는다. 펑고 외에 타격훈련하는 선수의 타구도 받는다. 주전 선수들은 실전에서 타구를 많이 받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살아 있는 타구를 받을 기회가 적기 때문에 타격훈련하는 선수의 타구라도 받아야 실전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 만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수비 위치에 따른 이론도 정립했다. 윤진호는 “개인적으로 포지션마다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르다. 3루수의 경우 일단 타구를 잡는데 중점을 둔다. 타구만 빠르게 잡아내면 아웃카운트를 만들 수 있다. 유격수는 타자에 맞춰야 한다. 수비범위가 넓은 자리기 때문에 타구 방향 등에 신경 써서 가장 확률 높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2루수는 비교적 여유가 있다. 먼저 급해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2루수를 할 때는 마음에 여유를 갖자고 스스로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주위에서 어느 자리가 가장 편하냐고 물어보는데 이제는 다 비슷하다. 한 포지션에 집착하고 싶지도 않다. 한 경기라도 더 나갈 수 있다면 어느 포지션이든 상관 없다. 1루도 맡겨주시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미소지었다.

입단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기회를 끝까지 살리기 위해서 호수비로 팀에 공헌하는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윤진호는 “올시즌 모든 경기가 내게는 중요하고 의미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호수비를 했을 때였던 것 같다. 롯데전에서 이대호 선배의 타구를 몸으로 막은 것과 SK전에서 플라이볼을 고의낙구로 더블플레이 만든 게 기억난다. 고의낙구 더블플레이는 예전부터 내가 해야하는 플레이라고 생각해왔다. 공이 뜨는 순간 한 번 해보자고 다짐했는데 생각한대로 됐다”며 “항상 한국시리즈 같은 큰 무대에서 다이빙 캐치로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드는 꿈을 꾼다. 팀이 내게 원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끝까지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야구도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야수는 시속 150㎞가 넘는 타구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야 실수 없이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다. 윤진호는 “내 역할은 우리 팀의 승리를 지키는 일이다. 몸을 날려서라도 우리 팀의 리드를 지킬 것이다. 위기도 즐기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더라”며 “옛날에는 두려움도 있었다. 이제는 좋은 생각만 한다. 꾸준히 훈련하기 때문에 실전에서는 내 몸이 반응하는대로 움직이면 된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있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강조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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