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내고 4분 무중력 상태서 '푸른 지구' 감상..우주 관광 성큼

시애틀·샌프란시스코(미국) | 박재현 기자 2018. 7. 1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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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민간 우주 산업, 어디까지 왔나

우주에서 금맥을 캐기 위한 민간 기업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우주여행과 우주개발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미국 시애틀에서 우주 기업인들이 대거 참가해 열린 ‘뉴 스페이스 2018’ 콘퍼런스에서 인간의 상업적 우주 비행을 우주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꼽았다. 인류는 이제 하늘의 달을 보듯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으로 위성 발사 비용이 줄어들면서 우주는 이제 다양한 서비스의 공간이 되고 있다. 지구를 스캔해 각종 정보와 이미지를 생산하고 분석하는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 눈앞에 다가온 우주여행 시대

아마존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6인용 캡슐 공개…내년 티켓 판매 스페이스X·버진갤럭틱도 추진 중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민간 우주개발 회사 블루오리진을 지난달 25일 방문했다. 시애틀 인근 켄트에 있는 본사와 공장에서 제작 중인 우주여행 캡슐에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이 캡슐은 ‘뉴 셰퍼드’라는 발사체(로켓)에 실려 지상으로부터 120~130㎞ 지점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승객 탑승공간이다. 6개의 좌석이 원형으로 배치돼 있었고, 비행기 의자를 뒤로 젖혀 놓은 듯 눕힌 상태였다. 아직 시트를 씌우지 않았지만 눈을 감고 있으면 5분 안에 잠들 것같이 편안했다. 특수 아크릴로 제작된 창은 외부를 조망하기 좋았다. 안내하던 홍보 담당자는 “캡슐이 지상으로 소프트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역추진 로켓을 장착했다”면서 “올 연말 또는 내년에는 유인 시험 비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오리진은 이 캡슐을 타는 우주 관광 티켓을 내년부터 일반인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지구 끝자락까지 올라가서 둥글고 푸른 지구의 모습을 구경한 뒤 지상으로 내려오는 상품이다. 지상 300㎞ 이상의 저궤도에 미치지 않는 준궤도 비행이기 때문에 우주비행사처럼 훈련을 받을 필요도 없다. 지상 100㎞까지 날아간 로켓과 분리된 캡슐은 자체 추진력으로 20~30㎞를 더 날아가고, 로켓은 수직하강한다. 탑승자를 태운 캡슐은 낙하산과 에어백, 역추진 로켓 등을 갖추고 지상으로 떨어진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모두 12분, 이 중 4분여를 무중력을 느낄 수 있는 우주 공간에 머문다. 우주 체험에는 3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지만, 대기자만 벌써 7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 셰퍼드 로켓은 2015년 11월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로켓 재사용의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로켓 재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여행 비용도 이전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로켓 발사 비용 자체가 이전에는 수백억원 소요됐기 때문이다. 뉴 셰퍼드는 2016년에는 로켓엔진을 4번째 재사용하면서 우주선에서의 비상 탈출 실험도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4월 8번째 발사에 성공하며 상업 우주여행 시대를 이끌고 있다. 주광혁 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연구부장은 “블루오리진이 진행하는 우주 관광 사업은 가장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수익 창출이 가능해져 블루오리진의 우주 개발 사업능력을 높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리처드 브랜스가 이끄는 우주기업 버진갤럭틱의 우주여행선 ‘스페이스십 투’. 비행기 양쪽에 실려 상공 15㎞에서 발사된 뒤 우주 공간을 다녀오게 된다. 버진갤럭틱 웹사이트

블루오리진만 우주 관광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테슬라를 이끈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재활용이 가능한 빅팰컨로켓(BFR)을 이용해 지상 300㎞ 지점에서 궤도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한 시간 동안 이동하는 관광 계획을 밝혔다. 스페이스X는 달까지 유인 우주선을 띄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리처드 브랜슨이 이끄는 버진그룹 산하의 우주기업 버진갤럭틱은 일반 비행기에 실려 상공 15㎞에서 발사된 후 지상 100㎞를 넘는 우주 공간에 다녀오는 우주 관광상품을 내놓았다. 비행시간은 25분. 가격은 1회당 25만달러다.

■ 소형 위성으로 지구를 스캔한다

로켓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 줄며 소형 위성 여러 대 쏘아 군집 운용 지도·기상·통신 등 정밀 서비스

기술 발전과 로켓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이 줄어들면서 소형 위성이 대거 발사되고 있다. 작은 로켓으로 소형 위성 발사만을 대행해 주는 민간 업체도 생겼다. 스페이스X에서 분리된 벡터스페이스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소형 위성 여러 대를 묶어 각종 우주 임무에 투입하는 ‘군집 위성(Satellite Constellation)’ 서비스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찾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는 소형 위성을 여러 개 쏘아 올려 군집 형태로 운용하는 대표적인 민간업체다. 지구 표면 전체를 스캐닝하듯 세밀하게 촬영한 뒤, 원하는 지역의 이미지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제공한다.

플래닛 랩스의 위성은 24시간마다 지구를 한 바퀴 회전하며 지구 상공을 계속 촬영한다. 플래닛 군집 위성의 주축은 ‘도브(Dove)’라는 이름의 소형 위성이다. 플래닛이 자체 개발한 큐브위성으로 길이 30㎝에 무게는 4㎏에 불과하지만, 해상도 3.7m에 달한다. 현재 지구상공 500㎞ 지점에 130여개가 궤도를 선회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4월 구글로부터 인수한 무게 100㎏, 길이 1m의 소형 위성 스카이샛 13대와 2015년 블랙브릿지라는 업체로부터 인수한 무게 150㎏의 위성 래피드아이 5대가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해상도는 각각 0.72m와 6.5m다.

플래닛 랩스의 인공위성들이 지상 기지에 하루 10테라바이트의 이미지 데이터를 송출한다.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법으로 이미지 속의 물체를 인식해, 고객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분석해서 알려주는 맞춤형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법 조업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박을 식별하거나 지형 변화에 따른 건축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이처럼 군집 위성을 이용해 정밀지도, 기상관측, 대기분석, 통신중계, 군사정찰 등의 서비스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등이 개발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4400개의 소형 위성 발사 계획을 신청하기도 했다. 미국의 벤처회사인 오비털마이크로시스템스는 길이 30㎝짜리 초소형 위성 40개를 띄워 지구에서 일어나는 급격한 날씨 변화를 감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시애틀·샌프란시스코(미국) |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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