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호환성 대 화웨이 가성비 '5G 통신장비' 복잡해진 셈법
[경향신문] ㆍ이통사, 구입 비용만 20조 넘을 듯
ㆍ화웨이, 보안 논란 속 가격 ‘매력적’
ㆍ삼성, 적기 공급 약속 나서 ‘변수로’
내년 3월 ‘세계 최초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기지국, 중계기 등 통신장비 업체 선정에 고심 중이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보안 논란이 있지만 가성비가 최고인 중국의 화웨이 장비를 쓸지 계산기를 두드려왔다. 그러다 삼성전자가 지난 13일 “3.5㎓ 대역에서 최고 5G 장비를 공급하겠다”며 장비 실물을 공개하자 이통사들의 막판 셈법이 복잡해졌다.
5G의 저주파수 대역인 3.5㎓는 데이터 전송량이 적지만, 도달거리가 길고 속도도 빠르다. 반면 고주파 28㎓는 도달거리가 비교적 짧지만, 대용량 전송에 유리하다. 화웨이는 3.5㎓에 집중했지만, 삼성전자는 28㎓ 대역 중심이어서 그동안 적기에 3.5㎓ 장비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일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통 3사가 5G 장비에 쏟아붓는 돈은 모두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모바일 중심의 5G 상용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제공하게 되는 만큼 통신장비 업계에도 한국 시장은 중요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장비 회사가 ‘작은 시장’인 한국을 중시하는 것은 세계 최초 5G라는 타이틀도 있지만 한국 시장 성과로 유럽·미국 시장을 노크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무선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가 28%, 에릭슨이 27%, 노키아가 23%다. 삼성전자는 3%로 5위 수준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이 가능하려면 통신망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핵심은 통신장비다. 기지국, 교환기 등은 글로벌 업체들이 주로 만든다. 에릭슨, 노키아가 장악해온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4G 롱텀에볼루션(LTE) 시기 유럽 시장에서 최저가 입찰을 통해 성장했다. 이들은 통신장비 설치 때는 물론 유지·보수를 통해서도 막대한 수익을 남긴다. 그동안 국내 이통사들은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 장비를 써왔다. 4G에서 LG유플러스가 처음 화웨이를 선택했다. 당시 보안 논란에 LG유플러스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 근처에는 화웨이 장비를 쓴 기지국을 두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도입했다. 화웨이 장비는 20~3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가격만 고려할 수는 없다. 통신업계에서 장비는 ‘설계도’다. 설계도가 노출되면 보안이 생명인 통신업에 치명타가 된다. 국산 장비가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은 그동안 ‘세계 최초 통신 서비스’만 자랑하고 통신장비 산업은 키우지 못했다.
늦어도 8월에는 장비 선정을 해야 하는 이통사들은 삼성전자가 일정을 맞출 수 있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적기’에 공급을 약속한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화웨이를 ‘무리해서’ 쓸 가능성은 낮아진 모양새가 됐다. 또한 5G 초기에는 4G와 동시에 서비스해야 하기 때문에 호환이 중요하다. 4G에서 삼성전자 장비를 쓰는 지역은 5G에서도 삼성 장비를 쓸 가능성이 높다. 4G 시장에서 삼성 장비는 30% 정도로 알려졌다.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17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5G 장비 관련 협의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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