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 되려 가입한 맘카페..협찬·공짜 안주면 진상 다반사"
직장 상사의 사소한 갑질이 싫어 워킹맘을 포기한 최씨가 갑질의 주체가 돼버린 계기는 맘카페 규모가 커지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회원 수가 1000명을 넘자 입소문이 나면서 같은 지역 아이 엄마와 예비 엄마들이 몰려들었다. 회원 수가 1만명을 훌쩍 넘어가자 지역 육아용품·이유식 업체는 물론 병원·식당·카페들에서 협찬이 붙기 시작했다. 최씨는 "카페 초기 멤버가 아는 언니라 구조를 알게 되고 홍보 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소개 명목으로 대가를 받기 시작했다"며 "돈보다 공짜로 제품 등을 협찬받는 사례가 많은데 이게 독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업체들도 자신들 이익을 위해 규모가 큰 맘카페 매니저 등 주요 회원들에게 홍보를 부탁했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카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상당수 다른 업체들에 대한 갑질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최씨는 "어느샌가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는 게 왠지 기분 상해 나도 모르게 트집부터 잡으려 하고 있었다"며 "맘카페 규모가 커질수록 내가 누구인지,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심리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씨처럼 카페 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엄마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카페 회원이라는 이유로 사업장에서 으름장을 놓고 괴롭힌다"는 자영업자들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원들이 올린 특정 식당이나 업체에 대한 불만의 글들은 '소비자가 왕'이라는 경직된 인식 속에 불매 운동으로 이어져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기도 한다. 최씨는 "지역 개발사업을 하는 시청이나 구청 등 행정기관까지 맘카페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여론 조성을 맡길 정도로 맘카페의 위세는 강력하다"고 전했다.
최근 최씨는 육아 생활의 탈출구였던 지역 맘카페 활동을 과감히 정리했다. 한 달 전 식당에서 겪은 일 때문이다. 두 아들은 물론 다른 손님들까지 있는 공공장소였지만 최씨는 식당 주인과의 강도 높은 실랑이를 주저하지 않았다. 애초에 식당 주인이 "애들을 신경 썼는데 그래도 음식이 매웠나보네요.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한 시점에 마무리됐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과에 미소로 넘겼던 과거의 최씨는 더 이상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가게 이름을 재차 묻고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중요성을 훈계하는 아내를 남편인 한 모씨(36)가 급기야 가게 밖으로 끌고 나왔다. "네가 뭔데 자꾸 이러냐. 나 퇴직하면 우리도 장사할 수 있다"는 남편의 일갈에 최씨는 '아차' 싶었고, 이후 맘카페 생활을 청산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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