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교] 오줌싸'개'의 개과천선

2018. 7. 15. 07: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동물사랑학교
다른 언어 쓰는 우리, 공부가 필요해
이상행동 보이는 동물 탓하기 전에
사회화 훈련하며 동물 마음 읽어보세요

[한겨레]

한 개가 매트에 오줌을 싸서 반려인에게 꾸중을 듣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아이코! 이게 뭐야? 침실매트에 오줌을 싸다니! 달봉이, 이 말썽꾸러기!”

혼나지 않으려고 고르고 고른 자리였는데, 나 때문에 식구들은 또 화가 났다. 도대체 어디에다 오줌을 싸야 안 혼나는 걸까? 오줌을 싸지 말라는 건가? 소리 지르는 아빠에게서 엉덩이를 몇 대 맞고 나니 눈물이 쏙 났다.

“안 되겠어요. 어제는 비싼 가죽 소파를 물어뜯어 망가뜨리고, 오늘은 침실에 오줌을 싸고. 이 말썽꾸러기 난 더는 못 참겠어요! 어디 시골집에나 가져다줘야 하겠어요.” 엄마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안 돼요! 달봉이는 유일한 내 친구란 말이에요.” 세희가 내 편을 들며 엄마의 가랑이를 잡고 버둥거렸다.

그렇게 한차례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시무룩하게 거실 구석에 있었는데, 잠시 후 아빠가 나를 들어 이동 가방에 넣었다. ‘설마! 나를 어디에다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 안 돼요! 멍멍!’ 울며 낑낑거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아빠는 나를 차에 태워 한참을 달렸다.

그러다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여러 동물 냄새가 훅 끼쳐왔다. 나는 겁에 질려 아빠에게 소리쳤다. “나를 버리지 마세요! 이제 오줌 절대 안 쌀게요! 낑낑!” 이동 가방 안에서 한 번 더 발버둥을 치는데 갑자기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이 손을 쑥 넣어 나를 빼내고서는 내 몸의 이곳저곳 만져댔다.

“동물유치원에 들어오려면, 예방접종과 구충 등 건강관리를 완벽히 해야 해요.” 동물유치원? 그곳이 엄마가 나를 가져다 버린다던 그 시골인가? “시골엔 개를 잡아먹는 사람들도 있대요. 버리지 말아요! 제발~!” 낑낑대며 사정을 하는데 흰 가운의 선생님 옆에 편안히 앉아있던 보더콜리 한 마리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안심해. 동물유치원은 너를 버리는 곳이 아니야.”

“버리는 곳이 아니라고? 그럼 뭐 하는 곳인데?”

“이곳은 사람과 함께 살 때 필요한 예절을 가르쳐주는 곳이야. 너희 아빠는 너에게 좋은 교육을 해주려고 데려오신 거야.”

“교육? 사람과 함께 하는 예절? 오줌 싸고 혼나지 않는 법 이런 거 말하는 거야?”

“그래. 맞아.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은 우리 개들이 사는 법과 달라. 오줌 싸는 방법도, 집안에서 어울려 사는 법도 사람의 문화에 맞춰야 함께 행복할 수 있지.” 보더콜리 샤인이가 친절하게 알려 줬지만 나는 더 아리송했다.

”하지만, 나한테 오줌 싸는 것이 나쁜 거라고 하는 것 같았는 걸. 그게 아니라 오줌 싸는 방법이 있는 거라고?” 내가 의심스러워 다시 물었다.

“아! 그건 사실 너의 잘못이 아니라 너희 가족이 너한테 말하는 법을 잘 몰라서 그런 건데…. 너희 식구들도 유치원에서 그 공부를 하게 될 거야.” 우리 식구들도 나에게 말하는 법을 배운다고? 신기해하던 중간에 샤인이가 가리켰다.

“저기 봐! 너희 아빠가 강아지 훈련법을 배우러 교실로 들어가시네.” 아빠는 나를 보더콜리 샤인이와 함께 놀이터 같은 공간에 놔두고는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

“걱정하지 마. 이제 더는 혼나지 않아도 돼. 단, 아빠가 노력하는 만큼 너도 열심히 배워야 해.”

한 개가 반려인이 던진 원반을 잡으려 뛰어오르고 있다. 충분한 산책과 놀이는 개들의 문제행동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그리고 얼마 후, 놀이터로 들어온 훈련사 선생님은 정말 친절했다. 어떻게 하라고 하는지 알아듣기 쉬웠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내가 잘 따라 하자 엄청 칭찬하며 맛있는 간식도 주셨다.

“보세요! 달봉이는 정말 영리한 아이예요. 오늘이 첫날인데 벌써 ‘앉아’를 익혔네요!“

“그렇군요. 아무래도 저희 식구가 혼내고 때린 것이 제일 잘못이었던 듯합니다. 이렇게 칭찬하니 금방 알아듣는 데요.” 아빠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네. 제때에 정확히. 일정한 언어로 칭찬하셔야 해요. 가족들이 모두 함께 일관성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때로는 실수하더라도 그냥 놔두세요. 절대 체벌을 하시거나 혼내시면 안 돼요. 강아지가 겁을 먹고 무슨 지시를 했는지 오히려 더 못 알아들어요. 잘했을 때만 제대로 칭찬하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성공하기 쉬워요. 강아지들은 사랑받고 싶어서 항상 주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간절히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지요.”

“네. 저는 우리 달봉이가 이렇게 영리한 줄도 모르고 버릴 뻔했네요. 수의사 선생님 말씀 듣길 잘했어요. 시골에 데려다준다고 하니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 주시고 이곳을 소개해 주셨거든요.”

집에 돌아온 뒤에도 아빠는 엄마와 세희에게도 오늘 배운 것들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었다. 그러자 엄마와 세희는 미안하다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 후로도 우리 가족은 한동안 동물유치원에 다녔다. 첫날 했던 ‘앉아’ 이후로 동물유치원에서는 여러 가지를 배웠다. 내가 곧잘 따라 하자 ‘엎드려’ ‘기다려’ 등 그다음의 것들도 배울 수 있었다. 훈련사의 조언에 따라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훈련했다.

야외에 산책을 나간 개들이 신나게 뛰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제 나는 어디에 오줌을 싸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내가 ‘강아지 화장실’이란 곳에 오줌을 싸자 엄마가 무척 칭찬하며 맛있는 간식을 줘서 ‘아하’하고 알 수 있었다. 엄마, 아빠, 세희는 그날 너무 좋아서 나를 안고 폭풍 칭찬을 했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다 한 달? 아니 두 달? 요샌 참 이상하다. 예전처럼 뭘 물어뜯거나 짖어대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예전에는 너무 많이 짖는다고 이것저것 물어 망가뜨린다고 밤낮 혼났는데…. 샤인이 말로는 산책을 많이 해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렇다고 했다. 유치원에서 배운 여러 가지 훈련도 나한테는 마치 놀이 같았다. 배운 것을 세희와 함께하고 나면 식구들은 나에게 맛난 간식과 칭찬을 준다. 기분이 좋아져서 밤에 잠도 잘 온다.

앞으로는 유치원에서 우리 식구 외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법, 어린이들이 귀찮게 해도 물지 않고 참는 법도 가르쳐준다고 했다. 아참! 며칠 있으면 우리 동물유치원에서 ‘퍼피 파티’가 열린다고 한다. 퍼피 파티는 나처럼 한참 사회화가 필요한 4개월령 이전의 강아지들이 모여 함께 노는 파티다. 신나게 놀면서 여러 강아지와 익숙해지고 나면 나는 더는 다른 강아지들을 무서워하지 않을 거라나? 어제는 공원에 가서 놀다 ‘원반 물어오기’를 성공했다. 옆에서 부러워하며 박수를 치는 사람들에게 아빠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달봉이는 우리 가족의 보물이에요! 정말 영리하답니다.” 말썽꾸러기가 아니라 보물이라니 정말 행복하다. 멍멍!

_____
강아지를 이해하고 훈련하기

강아지를 준비 없이 데려오게 되면 난감한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사람은 소리 언어로 주로 이야기하지만 개는 몸짓 언어로 이야기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 주고받다 보면 오해가 쌓이고 개는 도무지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개의 몸짓 언어를 이해하고 실력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동물유치원 등에서 이루어지는 퍼피클래스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클래스 참여가 어렵다면, 가까운 동물병원에 가서 상담하거나 개를 훈련하는 방법에 대해 잘 나와 있는 책을 구매하여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_____
개의 평생을 좌우하는 시기에 필요한 사회화

사회화란 반려견이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개, 사람, 환경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발달 과정입니다. 사회화 시기는 반려견의 일생에서 가장 배움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간으로 미래의 모든 배움에 대한 기본을 형성하고 문제행동 예방이 가능합니다. 보통 1차 사회화 시기인 2~8주, 2차 사회화 시기인 8~16주로 나뉩니다. 1차 사회화 시기에는 형제, 자매, 어미 개로부터 개의 보디랭귀지와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며 사람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익숙해집니다. 2차 사회화 시기는 어미로부터 떨어져 새로운 가정에 가게 되는 가장 좋은 시기이며 퍼피클래스(사회화 교육)를 진행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2차 사회화 시기가 지나가면 새로운 자극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되므로 2차 사회화 시기 전에 반드시 다양한 강아지, 사람, 환경에 노출해야 합니다.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오늘의 추천 뉴스]
[▶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