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 술' 이서원, 면죄부 받을까

정시내 2018. 7.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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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여성연예인을 성추행하고 흉기로 협박한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서원.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범행 당시 만취한 상태였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배우 이서원이 감형을 위해 ‘심신 미약’을 주장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서원은 12일 서울 동부지법 형사9단독 정혜원 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했다. 이서원은 지난 4월 8일 여배우 A씨의 집에서 A씨에게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또한 이서원은 A씨가 친구 B씨를 부른 다음 이들이 남성 지인을 부르려 하자 주방 흉기를 B씨 목에 들이대며 협박한 혐의(특수협박)도 받고 있다.

검찰 측은 “양손으로 피해자를 껴안고 침대에 눕힌 후 강제로 추행하고,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한 이에게 욕설하며 흉기를 휘두르고 피해자를 협박한 사실로 기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서원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귓불에서 DNA가 검출됐기 때문에 객관적인 범죄사실은 인정한다. 변명할 수 없고, 잘못을 인정하며 용서를 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들 진술로 보더라도 피고인은 당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수차례 잠이 들었고, ‘물고기가 공격한다’는 등 말을 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면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강조했다.

◇심신미약 주장 ‘국민 공분 키워’

이서원 측 ‘심신 미약’ 주장에 누리꾼들은 일제히 비판을 퍼부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성추행·협박 심신미약 주장’ 논란, 국민 공분만 키운 꼴이고 국민 비호감만 적립한 꼴”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법 위에 술’이라 주장한 꼴이고 소름 돋는 웃음이 정신박약 꼴이다”라고 비꼬았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또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음주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는 심신미약으로 인정하면 감형요소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 온 ‘주취감형 폐지를 건의합니다’는 의견에는 총 21만6000여 명이 서명했다. 이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현행법상 주취감형이라는 규정은 없지만, 때에 따라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로 인한 감경규정이나 작량감경 규정을 적용해 음주를 이유로 형을 감경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사항에 관한 규정이어서 그 규정 자체를 삭제하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이서원의 범죄는 성추행을 한 것도 모자라 칼을 들고 협박까지 한 ‘강력범죄’이라면서 ‘술김에 실수’라고 치부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주취 범죄에 대해 더 강력한 법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주취감형이 아니라 오히려 강력한 처벌로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레이저 눈빛→미소 ‘계속되는 태도 논란’

이서원은 재판에 참석하면서 옅은 미소를 보였다. 지난 5월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당시와 취재진을 노려보던 태도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 같은 모습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웃음이 나올 상황이냐’며 ‘죄의식이 결여된 것 같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앞서 이서원은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보도되기 전까지 태연한 모습으로 KBS2 ‘뮤직뱅크’의 MC를 하고 SNS에 글을 올리는 등 아무 일이 없다는 듯 활동해 논란이 됐다. 그는 사건이 알려진 후 거센 질타를 받자 그제야 SNS 계정을 삭제했다. 뻔뻔한 모습으로 대중을 우롱했다는 것에 비난 세례가 쏟아졌다.

이서원은 재판을 받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판사님에게 진실하고 철저한 조사를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사과에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중들은 미소를 지으며 법원에 출두하는 모습과 ‘심신 미약’을 앞세워 감형을 요구하는 것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서원 측은 “만취한 상황에서 추행이나 협박을 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법원이 이서원의 ‘심신 미약’ 카드를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서원의 다음 재판 기일은 오는 9월 6일 오후 5시로 정해졌다.

정시내 (jss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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