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8배 규모의 '관사 부지'..외빈은 두 달에 한 번

오현석 입력 2018. 7. 14. 20:25 수정 2018. 7. 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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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지금 제 뒤에 보시는 화면, 서울 한남대교 북단 녹지에 자리 잡은 외교부 장관의 관사입니다.

부지가 축구장 8개 반을 합친 크기이고, 땅값만 800억 원 가까이 됩니다.

이 관사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요.

MBC가 18개 중앙부처 장관들과 17개 시도지사 관사 사용 실태를 전수 조사해봤습니다.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서울 시내와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층 저택.

건물 면적이 1천434제곱미터, 4백35평에 달하는 외교장관 관사입니다.

정부가 정한 '장관 관사 기준' 231제곱미터, 70평을 훌쩍 넘습니다.

[외교부 관계자] "규정이 1981년에 만들어진 거예요. 장관 공관 건물은 1970년도에 이미 10여 년 전에 지어진 거고요."

시설관리를 위해 공무원 9명이 상근하고, 인건비와 별도로 유지비만 매년 1억 원씩 나갑니다.

외교부는 외교장관 업무 특성상 주한 외교사절 등 외빈들을 초대해야 해서 대형 관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정말 그럴까.

지난 2년간 관사 사용 내역을 입수했습니다.

윤병세 전 장관 시절에는 1년간 16차례, 강경화 장관 재임 기간에는 26차례 행사가 열렸습니다.

손님 접대는 한 달에 한 두 번뿐.

그나마 주한 외교사절 등 외국인 손님이 온 행사는 각각 4차례와 5차례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국내 손님이었습니다.

[김중로/바른미래당 의원] "용도에도 안 맞고 그렇게 안 해도 임무 수행이 가능한데, 그 많은 세금과 인력 투입해도… 어떻게 공관에 5급부터 (공무원) 9명이 상근을 합니까."

세종시에 있는 10개 부처 장관들을 위해선 모두 아파트 전셋집 관사가 마련돼 있습니다.

전세 보증금만 23억 원.

하지만, 취재 결과 장관들 모두가 살고 있진 않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관사에 찾아가 봤습니다.

초인종 전원이 아예 나가 있습니다.

[경비원] "나는 한 번밖에 못 봤어요. 밤늦게 오시는가 모르겠는데…"

도종환 장관이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세종시로 출퇴근을 하는데도 연 200만 원 관리비를 내면서 빈집을 유지만 하고 있는 겁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장관님이 바뀌시면 또 관사를 써야 하시는 분이 생기잖아요. (관사를 반납하면) 그다음에 그 예산 따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무회의를 비롯해 장관 주요 일정이 서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다른 세종시 관사들도 비어 있는 날이 많습니다.

중앙 부처 장관들 관사도 문제지만, 더 큰 잡음이 나오는 곳은 지방자치 단체장들의 관사입니다.

설치도 단체장 마음대로고 시설 규모도 기준이 아예 없다 보니, 곳곳에서 '호화 관사'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도지사 관사 중 가장 규모가 큰 부산시장 관사.

그간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오거돈 신임 부산시장도 입주하기로 했습니다.

[부산시청 관계자] "2층의 일부, 방 2개 정도와 부엌 이 정도만 사용하시지 나머지는 회의장, 연회장 같은 업무 공간으로 쓰기 때문에…"

풍수지리에 따라 오룡산 기슭에 전통 한옥으로 지은 전남지사 관사와, 도청이 내려다보이는 충남지사 관사.

신임 전남지사와 충남지사는 당선된 뒤 이 관사들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호화 관사' 논란에, 유지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관사를 없애겠다는 건 아닙니다.

검토해보니 필요는 한 것 같다며 도청 근처에 다시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도청 관계자] "(광역단체장은) 계속 끊임없이 회의하고 사람 찾아오면 만나줘야 하고, 각 지역 민원 생긴 분들은 식사 한 번 대접하고… 이것만으로도(갈등이) 눈 녹듯이 녹는 경우가 참 많아요."

전임 시장이 없앤 관사를 부활시킨 곳도 있습니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라며 관사로 사용하던 아파트를 없앴는데, 이용섭 신임 시장이 "집이 멀어 출퇴근에 시간이 걸린다"며 아파트를 새로 빌렸습니다.

15분 걸리던 출근시간은, 이사 후 10분으로 5분이 줄었습니다.

[한정희/49세] "근무지가 멀다 그러면 모를까, 근처에 자기 집이 있는데 굳이 관사를 해야 될 필요가 있을까요?"

시도지사들의 관사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곽경근/73세] "문화도시니까 타지에서 손님도 많이 올 거 아니요? 외국에서 오는 손님, 대접해서 보내는 게 맞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김권준/24세] "솔직히 그 사람들한테 관사가 저는 왜 필요한지를 모르겠어요. 자기 집 살고 하는 건데 그걸 굳이 나라에서 해줘야 해나… 자기들 어차피 돈 많이 벌잖아요, 월급 벌고…"

오현석 기자 (ohs@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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