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왔어요"…광장으로 나온 성소수자들

14일 서울광장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열려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퀴어라운드' 내걸어
도심 4km 수만명 퍼레이드도…"당당하고 즐겁게"
美대사관, EU대표부, 인권위 등 각국 정부기관도 참여
기독교 단체 등 동성애 반대 맞불 집회도
  • 등록 2018-07-14 오후 7:12:23

    수정 2018-07-14 오후 8:41:40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 최대 행사인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엄마와 함께 왔어요. 더 이상 숨어있지 않을래요”

대학생 나정상(가명·21·여)씨는 14일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서울시청 앞 광장을 찾았다. 성(性)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나씨의 어머니는 “처음에 (내 딸이) ‘고백’을 했을 때 내 딸이 왜 이렇게 됐나하고 걱정이 앞섰다”며 “하지만 잘못된 것은 성소수자인 내 딸이 아니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타인들이더라. 흔한 축제에 놀러가듯 오늘도 즐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나씨 모녀는 제일 먼저 서울광장 행사장 한 쪽에 위치한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스를 찾아 향후 정기모임을 위한 참가 신청과 함께 후원을 약속했다. 성 중립 화장실 개설을 위한 서명란에도 나란히 이름을 적었다.

“어디에나 성소수자는 있다”…수만 인파 몰려

지난 2000년 50여 명의 참여자로 시작한 퀴어(Queer)축제는 올해로 19회를 맞이했다. 관심과 참여도 매년 높아지면서 지난해에는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올해 더욱 많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날 퍼레이드 일정까지 마친 후 누적 추산 인원을 밝힐 예정이다.

행사 참여부스도 늘어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학성소주자모임연대(QUV), 주한 미국대사관과 유럽연합(EU)대표부 등 이날 105개의 부스가 참여했다. 올해로 2회째 참여한 인권위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세상 어디에나 무지개는 뜹니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14일 서울시청광장에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행사 부스 앞 즉석 앙케트판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주최 측은 올해 들어 공식 행사 명칭을 ‘서울퀴어문화축제’로 변경하면서 ‘퀴어라운드(Queeround)’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우리 주변(around)에는 항상 성소수자(Queer)가 있다”는 뜻이다.

이날 축제 행사장은 내외국인 성소수자(LGBTQI: Lesbian·Gay·Bisexual·Transgender·Queer·Intersex)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과 관광객들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서울광장의 공식 최대수용인원은 1만 명이다.

행사장 앞쪽에 마련된 무대에는 초대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무대 뒤편에는 남녀 구분 표시가 없는 성 중립 화장실도 있었다.

이날 오후 5시쯤부터 서울광장을 출발해 종로와 명동 일대 구간 4km를 행진하는 ‘서울퀴어퍼레이드’ 참여를 위해 ‘할리퀸’과 같은 각종 영화 혹은 만화 캐릭터로 코스프레 하거나 독특한 의상과 가면을 착용한 참가자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인어공주’ 차림을 한 강모(30·남)씨는 “퍼레이드 때 선두에 서서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고 싶다”면서 “당당하게 즐기는 모습을 널리 보여주면서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14일 오후 성(性)소수자 축제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에서 종각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퀴어퍼레이드에는 서강대와 카이스트(KAIST) 등 대학 총학생회 깃발들도 들렸다. 카이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며 서강대는 올해가 처음이다.

강범석 서강대 총학생회장은 “학내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있지만, 앞서 중앙운영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퍼레이드 참여가 결정돼 총학생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진(39·남)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지난 긴 시간동안 성소수자들은 ‘지워진 존재’로 살아왔다”며 “성소수자들도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알리는 ‘사회 가시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퀴어축제와 퍼레이드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퍼레이드 때 버스 탑승객들과 행인들이 손을 흔들며 환호해주거나 행진에 합류하는 등 갈수록 사람들의 호응이 조금씩 늘고 있다”며 “사람은 모두가 즐겁기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 축제 역시 남녀노소 모두 본인의 판단 아래 와서 즐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단체 등 동성애 반대 맞불 집회도

한편 이날 서울광장 주변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들도 이어졌다. 경찰은 무력 충돌 등의 사태에 대비해 서울광장 둘레에 폴리스라인 펜스로 설치하고 양측의 접촉을 차단했다. 경찰은 이날 약 15개 중대(1000여 명) 경력을 배치했으며 서울시 역시 소속 공무원 1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이날 퀴어축제 공식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보다 이른 시각 한 보수단체는 서울광장 바로 앞 도로에서 단체 한복 차림으로 북을 치며 ‘동성애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14일 오후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광장 인근에서 퀴어축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한성총회와 샬롬선교회 등 전통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들도 “Homosexuality is sin! Return to Jesus”(동성애는 죄악이다. 예수에게 돌아가라)는 현수막과 확성기를 들었다.

양 측 집회 공간 사이를 지나던 시민 박모(41)씨는 “동성애를 제도권 안으로 인정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며 “동성애를 반대하는 게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은 행사장에서 성소수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지려고 하자 경찰의 제지를 받고 퇴장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정적 시선에 대해 강 위원장은 “누구나 의지와 신념이 있지만 이를 타인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 안 된다”며 “내 자신의 생각이 존중받아야 한다면 다른 이들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시작한 성(性)소수자 축제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외국인들이 참가해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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