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와 알바생의 전쟁, 대기업만 신났다
[오마이뉴스 글:이희동, 편집:홍현진]
최저임금 갈등
내년도 최저임금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심각하다. 최저임금 동결 및 업종별 최저임금 차별화를 주장하는 경영계와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확대 개정안을 이유로 올해보다 43% 오른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힌다.
특히 올해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사용자위원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편의점주들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전국 7만 개 편의점 동시 휴점이라는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며 '최저임금 5% 이상의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편의점주들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대표 격으로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편의점은 서민들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자영업이며, 동시에 가장 쉽게 망할 수 있는 취약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금 당장은 내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라고 해도,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든지 내 자신 혹은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지 않은 이들은 위 문제가 갑과 을의 갈등이 아니라 약자간의 갈등임을 지적한다. 지금은 편의점주와 노동자가 갑과 을의 입장으로 싸우고 있지만 불안한 고용시장과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자영업자는 결국 현재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동전의 양면이다. 비록 편의점주들이 나서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자본의 욕망이 숨어있다.
1달 157만원을 버는 알바와 한달 순수익 200만원을 내는 편의점주 사이에 전쟁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할 일입니까? 왜 임금의 3배, 4배, 5배가 넘는 가맹비와 임대료, 갑질은 놔두고 최저임금만 때려잡는 것입니까? 정부가 이 싸움을 벌여 놓은 사이 웃게 된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뻔합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아무 부담도 질 필요가 없게 된 대기업과 가맹 본부입니다.
- 2018.07.13 정의당 보도자료 <이정미 대표,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 관련 메시지>
편의점의 등장과 도시
▲ 전상인, <편의점 사회학> |
ⓒ 민음사 |
편의점의 등장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90년대 이후 일단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난 이후 사람들은 위생과 청결 문제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편의점은 동네 구멍가게보다 깨끗했고 표준화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지방에서는 대기업의 체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얻었다.
편의점은 곧 도시화의 기준이 되었으며, 도시의 익명성을 더욱 강화시켰다. 기존의 구멍가게가 가지고 있는 지역의 공동체성이 편의점의 등장과 함께 옅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누구 집 아들, 딸이 아니라 유니폼을 입은 무감각하고 무표정한 종업원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편의점 특유의 장점으로 꼽는 것은 친밀한 인간관계가 아니라 무심한 대면이다. 따라서 "구멍가게는 동네 사람들이 모이고 소식을 전하는 안부를 묻는 사랑방이지만 편의점은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는 익명의 공간"으로 남아 있을 공산이 높다. 공동체를 만드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기에 편의점 문화는 너무나 '쿨'하다." - 110p
▲ 1992년 MBC 드라마 <질투>는 편의점이 대변하는 미학적 소비주의가 일반 대중에게 친숙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
ⓒ MBC |
"성공한 자본주의는 새로운 개척지로서 야간 시간에 주목했다. 자본주의 세계 체제 앞에 밤의 세계는 말하자면 마지막 미답 지대였던 것이다. 게다가 컴퓨터를 위시한 당시의 급속한 정보 통신 혁명은 밤의 지배 내지 통치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로써 밤 시간은 자본 축적의 새로운 원천이 되었다. 요컨대 1990년대는 '항상 깨어 있는 세계' 곧 '24시간 사회'가 도래한 결정적 시점이었다." - 94p
편의점이 만드는 소비형 인간
저자는 이와 같은 편의점으로 인한 변화가 과연 옳은 것인지 묻는다. 비록 편의점을 통해 도시에서의 삶은 더욱 편해진 듯하지만 그것이 과연 우리가 원했던 삶인지, 오히려 편의점을 통해 자본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는 편의점 덕분에 편리하게 물건을 산다고 하지만, 오히려 편의점 때문에 물건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편의점은 첨단의 포스 시스템을 통해 눈에 띄지 않게 그 사람과 세상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저장, 분류, 분석하는 '빅브라더'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우리의 소비패턴을 알고 있는, 우리의 사생활을 일일이 관찰하고 기억하는 권력 장치이다.
편의점은 소비를 통해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꾼다. 현재 편의점의 성장은 편의점의 푸드점화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적 약자들이 편의점을 많이 찾기 때문에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은 그 뒤에 숨어 있는 경제 양극화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사회 양극화로 인해 편의점이 성장한다는 인과관계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 편의점을 너무 가깝고 편리하게 여김에 따라 사회 구조적인 현실을 자각하거나 성찰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편의점은 일상적이고 획일화된 소비를 권장함으로써 사람들이 계급적 자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누구나 이용하는 편의점 안에서 누가 불평등을, 사회 혁명을 떠올리겠는가.
"'촛불 시위' 때마다 주변 편의점들이 엄청난 특수를 누리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촛불을 든 사람들은 정작 그러한 편의점의 배후가 거대 자본과 자본주의 세계 체제, 혹은 신자유주의라는 사실을 미처 상기하지 못한다.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분노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자들과 그런 세상을 치밀하게 지배하는 자들의 기막힌 공생 혹은 태연한 공전의 현장, 바로 그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편의점의 현주소이다." - 158p
▲ 촛불집회와 편의점 |
ⓒ 연합뉴스 |
"우리나라에서 편의점의 급성장 요인은 '프랜차이즈의 힘'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편의점의 양적 확산 이면에 존재하는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불안하고도 팽팽한 긴장감이다. 이는 편의점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에 전반적으로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다." - 46p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편의점이 대부분 거대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는 프랜차이즈형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편의점이 지역 공동체의 진정한 거점으로 자리 잡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개별 가맹점의 점주나 점원이 반드시 입점한 동네에 연고를 갖거나 밀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119p
""'마실' 가듯 추리닝 바지에 손을 찔러 넣고 슬슬 다녀올 수" 있는 곳이 편의점이다. 요컨대 편의점은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 상식과 문명이 있는 장소, 그리고 가깝고 부담 없는 이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편의점에 자주 들르고, 그곳에서 물건을 사는 일을 즐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64p
"오늘날 우리는 편의점에 의해 '소비하는 인간'으로 만들어지고 길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필요에 의해서 편의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편의점에 의해서 필요가 생기는 논리 구조인 것이다." -65p
"편의점이 지향하는 소비주의 혹은 소비의 심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일상을 소비로 탕진하면서 삶의 의미를 사소한 데서 찾게 만든다. 두말할 나위 없이 일상의 소비화, 그리고 그로 인한 일상의 진부화야말로 "소비 조작의 관료 사회"의 목표이자 특징이기 때문이다."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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