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4캔 '만원의 행복' 끝나나.. 소비자 부글부글

최규민 기자 입력 2018. 7. 13. 03:09 수정 2018. 7. 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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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정부, 국산·수입산에 용량 기준으로 동일한 세금 부과 검토

"수입 맥주 값싸게 마시는 것도 이제 끝인가요."

"맛없는 국산 맥주 가격을 내려야지 왜 수입 제품 가격을 올려요."

정부가 맥주에 매기는 주세(酒稅) 개편안을 검토하자 '4캔에 1만원' 하는 수입 맥주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맛없는 국산 맥주 대신 수입 맥주 잘 마시고 있는데 왜 건드리나" "샤워하고 소파에 앉아 한 캔 따 먹는 소소한 즐거움이 이제 사라지는 것 아닌가" 등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맥주의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從價稅) 방식을 용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從量稅)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외국 업체들이 수입 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적게 내는 종가세 부과 방식의 맹점을 악용, 국산 맥주가 역(逆)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에 따라 주세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3년 5%에도 미치지 못하던 수입 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배 이상으로(16.7%) 치솟았다.

국산·수입 맥주 '기울어진 운동장'

수입 맥주 유통사들이 주세법의 맹점을 이용해 '가격 후려치기' 전술로 '꼼수'를 썼다고 국내 맥주업체들은 주장한다. 국산 맥주는 원재료비에 판매관리비·마케팅비·이윤 등을 포함한 가격을 과세표준액으로 한다. 가격이 정해지면 유통 과정에서 가격을 그 이하로 내리는 것은 어렵다.

반면 맥주 등 수입 주류는 수입회사가 신고한 수입가격에, 이에 비례한 관세(0~30%)를 붙인 금액을 과세표준액으로 하고 여기에 주세(72%) 등이 붙는다. 수입사가 현지 판매가격과 상관없이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덜 내고 파격적인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업체는 현지보다 가격을 싸게 신고해 1만원에 8~9캔씩 묶어 파는 '가격 후려치기'로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쓴다"고 했다. 저가 정책으로 국내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편의점에서 292엔(2860원)에 팔리는 아사히맥주(500mL)가 한국 편의점에서 2500원에 팔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가 최대 2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최근 오비맥주는 카스를 해외에서 만들어 '역수입'해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국내 공장에서 만든 500mL 카스는 2700원이었지만, 수입 카스는 2365원이다.

파격 할인 맥주 사라질 수도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은 국산·수입 맥주 구분없이 리터(L)당 840~860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종량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종량제로 바꾸면 1692원인 국산 맥주 500mL 한 캔의 출고 가격이 1481원으로 낮아진다. 반면 수입가격 560원짜리 미국산 맥주의 출고 가격은 이전 1192원에서 1223원으로 오른다. 이 경우 500mL 한 캔에 1000원 초반대에 팔리는 저가(低價) 수입 맥주는 종전보다 출고 가격이 크게 오른다. 저가 수입 맥주 중 하나인 윌리안 브로이 바이젠의 L당 평균 주세액은 749원인데, 만약 L당 850원의 종량세가 적용되면 이 맥주에 붙는 주세가 13.6% 오르는 식이다.

반면 고가 수입 맥주 가격은 오히려 내려갈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맥주의 L당 평균 주세액은 영국 제품이 1835원, 아일랜드 제품이 1307원, 일본 제품이 1009원이었다. 이를 L당 850원을 부과하는 종량세 방식으로 가정해 계산하면, 영국산 맥주는 54%, 아일랜드산과 일본산은 각각 35%, 16% 정도 주세가 줄어든다. 종량세를 도입하면 고가의 국산 수제 맥주도 세금이 싸져 가격이 내릴 전망이다.

정부는 주세개편안을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포함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종가세·종량세 종가세(從價稅)는 제조 원가나 수입가 등 가격을 기준으로, 종량세(從量稅)는 주류 용량이나 부피, 알코올 농도 등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정부는 외국 업체들이 수입 맥주 가격을 낮게 신고하면 세금을 적게 내는 현행 종가세의 맹점을 개선하기 위해 용량을 기준으로 한 종량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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