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사진 설전, 주먹질 시늉..막장까지 간 한국당 의총

김준영 입력 2018. 7. 13. 00:16 수정 2018. 7. 1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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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3 지방선거에서 궤멸 수준으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12일 당 미래를 논의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또다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12일 의총에서 마찰을 빚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심재철 의원. [연합뉴스]
한국당은 이날 오후 4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한국당 몫의 국회부의장 선출과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등 비대위원장 후보자 보고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논의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쟁으로만 흘렀다. 이 과정에서 김 대행이 폭발하면서 5시간의 의원총회 논의는 결국 김성태 사퇴론의 재부상으로 귀결됐다.


◇“누드사진 막아줬더니 이럴 수 있느냐”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대행은 마무리 발언에서 그동안 자신의 거취를 문제 삼았던 의원들을 대상으로 “더는 내 거취를 문제 삼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대행의 재신임을 강하게 주장해온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을 겨냥해 “우리 당 몫의 국회부의장이 돼 특활비를 6억원이나 받았으면서, 후배 의원들에게 밥 한번 사준 일이 있느냐”는 취지로 공격했다.

이어 과거 심 전 부의장이 2013년 국회 본회의에서 누드사진을 보다 논란을 빚었던 사건을 거론하며 “당시 당내에서 출당까지 거론됐지만 내가 막아주지 않았느냐”며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나한테 그럴 수 있느냐”고 고함을 쳤다고 한다. 심 전 부의장은 이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시 출당요구도 없었고 최고위원직도 계속했다. 당시 김 대행은 당직도 없었던 만큼 본인이 막아줬다 운운하는 건 허위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행이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내놓자 친박계 의원은 물론 복당파 의원들도 만류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였던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그만하라”며 단상에 나오자 김 대행도 주먹질하는 시늉을 하며 격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이어 같은 복당파인 권성동ㆍ황영철 의원도 말리려고 나섰지만 김 대행의 고성에 막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더는 못 봐주겠다”며 의총장을 뛰쳐나왔다.


◇일부 의원 “김성태 사퇴 요구 성명 낼 것”
의총장이 난장판으로 변하면서 김 대행에 반감을 가진 일부 의원들은 별도의 저녁 식사를 갖고 김 대행 책임론을 논의했다. 김 대행의 마무리 발언을 듣다 “도저히 못 듣겠다”며 뛰쳐나온 이장우 의원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 의원은 “김 대행이 격한 감정을 쏟아내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과 말을 했다”며 “저녁 자리엔 나를 포함해 8명이 모였으며 내일(13일) 김성태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성태 혁신 비대위 강행 의지
비대위 준비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는 오는 17일 전국위에서 의결될 것임을 재확인했다.

안 의원은 또 이날 추려진 5명의 후보군을 향후 의총에서 다시 추릴 것이냐는 질문에 “원래 당 대표 권한대행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의총에서 합의가 안 될 시에 김 대행의 뜻으로 비대위를 밀어붙일 수 있음을 시사한 말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 [페이스북 캡처]

김 대행도 의총 후 페이스북에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자기 정치에 함몰되어 당의 단합과 화합을 해치는 행위는 이제 중단돼야 한다”며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멀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우리는 더 죽어야 한다”고 썼다.

김 대행의 비대위 출범 강행과 일부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한국당 내홍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후보를 추렸지만, 의원들과 논의도 못 해봤다”며 “이 상태로 어찌어찌 17일 비대위원장을 확정하더라도 당 의원들이 비대위원장 말을 잘 따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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