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쇼크'..얼어붙은 고용 시장, 원인이 뭐기에?

송욱 기자 2018. 7. 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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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고용 쇼크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2~30만 명 정도였던 취업자 증가 숫자가 올해 2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뒤, 6월까지 다섯 달째 10만 명 안팎에 머물며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수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8개월 연속 10만 명대 이하를 기록한 이후 처음입니다.

'10년 만의 고용 쇼크'에 대해 정부는 제조업 불황과 함께 인구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뽑고 있는데요, 실제로 인구 감소가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또 올해 고용시장은 나아질 수 있을까요? 리포트+에서 알아봤습니다.

■ 제조업 취업자 수, 석 달 연속 감소…1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고용 쇼크'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0만 6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 6천 명 줄었는데, 석 달 연속 감소 추세입니다. 제조업 취업자 수가 크게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구조조정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에서 취업자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자동차나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 분야에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민 경기를 반영하는 도·소매 업계와 숙박·음식업 취업자도 지난해 6월보다 3만 1천 명 줄며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그나마 청년 실업률은 1.4%P 떨어졌는데요. 이는 공무원 채용 시험이 끝나면서 20만 명 규모의 '공시생'들이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 영향입니다. 고용 부진이 심각한 제조업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산업부는 업계와 함께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자동차, 조선, 섬유, 가전 업종은 하반기에도 고용이 위축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 고용 쇼크, 인구 변화로만 분석할 수 없는 이유는?

일자리는 나라가 커지면 늘어납니다. 인구가 늘고 경제도 성장하면 일자리는 따라서 느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같이 특수한 경우를 빼면 매년 못해도 2~30만 명씩은 일자리가 늘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10만 명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인구든, 경제든, 아님 두 부분 모두 문제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제조업 구조조정 등으로 경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인구 쪽도 사람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변화가 생겼다고 주장합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15살에서 64살 사이의 '생산가능 인구'가 작년부터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 할 사람이 줄어드니까 일자리도 예전만큼은 안 늘어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6월 15일, 통계청이 '5월 고용 동향'을 발표했을 때도 청와대 측은 "취업자 수가 예상보다 조금 부진한 상황"이라며 "구조적으로 보면 생산가능 인구가 작년에 비해 7만∼8만 명 줄었고, 조선업이 3년째 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데다 자동차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아 취업자가 감소했다"고 진단했습니다.

통계청도 어제(11일) 6월 고용 동향을 발표하면서 인구구조 변화 분석 자료를 함께 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추계인구 감소에 따른 15~64살 취업자 수 변동은 지난해 5천 명 감소에 이어 올해는 3만 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하지만, 인구 변동만으로 최근 고용 상황을 안이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이미 장기적으로 이어져 온 부분인 데다가, 연령별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정부의 설명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은퇴할 것이라는 60살 이상은 25만 명 넘게 취업자가 늘었고, 반대로 40대와 20대 초반은 그만큼 취업자 수가 줄었는데 이는 정부의 설명과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 한국은행, "올해 취업자 수 전망 30만 명 → 18만 명"

한국은행은 오늘(12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수가 18만 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치는 지난 1월 30만 명에서 4월 26만 명으로 낮아졌고, 다시 18만 명으로 조정됐습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고용 사정이 나을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예상했지만, 올해 예상치 18만 명은 지난해 취업자 수 연간 증가 폭(32만 명)에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이런 고용 쇼크와 관련해 김동연 부총리는 오늘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고용지표 부진은 국민 삶과 직결된 만큼, 우리 경제에서 매우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부총리는 고용문제가 이같이 부진한 것은 생산가능 인구 감소, 주력산업 고용 창출력 저하 등 '구조적 요인'과 투자위축, 도소매 업황 부진 등 '경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김 부총리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고용부 진에 최저임금 영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일부 업종과 55∼64세 등 일부 연령층의 고용 부진에 최저임금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업종과 연령층에 영향이 있는지는 조금 더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수장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부작용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안으로는 경기 부진과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고,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내우외환'의 상황. 경제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송욱 기자songx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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