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손수호] "삼풍백화점의 기억..17분전 회장은 탈출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8. 7. 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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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동굴소년과 극명히 대비되는 사건
참사 막을 기회가 수없이 있었는데..
부실공사가 원인이지만 관리 감독도 문제
같은 문제들이 세월호 때 똑같이 재현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법무법인 현재 강남사무소)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에 관심을 모으는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실은 지난주에 우리가 태국 소년단 얘기하면서도 무사히 전원 구출될 거다, 구조될 거다, 이 얘기를 했었잖아요. 역시 전원 구조되었습니다.

◆ 손수호> 정말 다행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러면서 우리 청취자들께 약속드린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의 삼풍백화점 사건. 거기에도 생존자들이 있었다. 삼풍백화점 얘기도 한번 다뤄드리겠습니다 하셨죠?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오늘 가지고 오섰어요?

◆ 손수호> 네. 굉장히 많은 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바로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인데요. 태국 동굴 소년 사건과는 정반대죠.

◇ 김현정> 사실 태국의 소년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우리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큰 비극으로, 우리의 상처로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거 아닙니까?

◆ 손수호> 사람들의 탐욕과 무질서가 만들어낸 엄청난 비극인데요. 우리 역사상 최악의 건축물 붕괴 사고이고요. 또 한국전쟁 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안긴 단일 사건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 정말 많지만, 시간 관계상 한 주 분량으로 꽉 눌러 담았습니다.

◇ 김현정> 정말 이거를 다 풀자면 한 3주는 해야 될 거다. 손 변호사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한 주 분량으로 담아봤습니다. 우선 삼풍백화점.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진 거예요? 그냥 백화점 이렇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면서요.

◆ 손수호> 삼풍건설 그룹이 있었어요. 그룹 총수는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준 회장이었고요. 60년대에 중앙정보부 인맥으로 서울 강남에 있는 군사용지를 불하 받았어요. 이 땅이 개발되면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7-80년대 강남에서 건설 사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큰 돈을 벌었어요. 그래서 80년대 후반에 서울 서초구에 있는 외인 주택단지 철거 부지에 삼풍아파트를 지었고요. 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개념으로 바로 옆에 삼풍백화점을 지은 거죠.

◇ 김현정> 단지 상가 개념으로? 아파트 단지 상가개념으로? 그렇게 따지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 손수호> 그렇죠. 사실 붕괴되기 전 직접 이 백화점이나 아파트에 갔던 분도 많이 계실 거예요.

◇ 김현정> 많죠.

◆ 손수호> 그 분들이 지금 방송도 많이 듣고 계실 텐데요. 그 당시 규모가 단순히 큰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했다고 하는데요. 89년도 개장 당시 단일 매장으로는 전국 2위 규모였다고 합니다.

◇ 김현정> 이게 크기가 크냐 작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서 굉장히 고급스러운 것들을 많이 팔고 이미지 자체가 고급스러운 백화점이었어요. 저도 안에는 못 들어가봤는데 지나다니면서는 많이 봤었거든요.

◆ 손수호> 건물 안에 분수가 있을 정도였는데요. 신흥 부촌인 강남 고객을 노리면서 해외 고가 브랜드 제품을 많이 팔았대요. 그래서 심지어 쓰레기통 그리고 설거지 할 때 쓰는 수세미. 이런 것들도 비싼 수입품을 가져다 판다고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맞습니다. 그렇게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겁니다.

◆ 손수호> 이미지는 고급을 추구했지만, 건물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실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붕괴 전부터 위험 신호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걸 알면서도 무시했죠.

◇ 김현정> 어떤 신호들이 있었던 거죠?

◆ 손수호> 개점 직후부터 미세한 진동이 계속 느껴진 거예요. 그리고 또 붕괴 2년 전에는 삼풍문고라는 대형 서점을 유치했는데요. 서점이니까 당연히 책이 많잖아요. 무게가 굉장히 많이 나갑니다. 그 때문에 균열이 급속히 늘어났고요.

◇ 김현정> 서점 때문에?

◆ 손수호> 네. 서점을 1년 2개월 만에 철수시키기는 했는데 이미 건물 뼈대가 구부러진 상태가 됐습니다.

◇ 김현정> 이것부터가 문제인 거예요. 아니, 서점이 들어왔다고 해서 건물이 뼈대가 휘어지면 그게 정상입니까?

◆ 손수호> 잘못 지은 거죠.

◇ 김현정> 말도 안 되는 거죠.

◆ 손수호> 또 붕괴 두 달 전에는 5층에 있는 식당가 천장에 균열이 생기고 바닥이 서서히 내려앉기 시작했어요.

◇ 김현정> 두 달 전에?

◆ 손수호> 결국 5층을 폐쇄하고 토목공학자를 불러서 기본적인 검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건물 붕괴 위험이 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어요. 그런데도 경영진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거죠.

◇ 김현정>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그 상태에서 영업을 계속한 거예요.

◆ 손수호> 또 사고 전날에는 콘크리트 속에 박혀 있어야 되는 철근이 밖으로 뚫고 나왔습니다. 지붕으로 뚫고 나왔어요. 중대한 이상 신호죠. 또 5층 음식점 일부는 아예 내려앉았고요. 또 사고 당일 아침에는 5층 식당가에서 기둥과 상판 사이 무려 10cm 균열이 발견됐습니다.

◇ 김현정> 10cm가 틈이 벌어졌다는 거예요, 여러분.

◆ 손수호> 건물 붕괴가 시작된 거죠.

◇ 김현정> 말이 됩니까?

◆ 손수호> 천장에 크게 금이 가면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떨어지잖아요. 식당가에서 음식 시켜놓고 밥 먹는데 그 밥에 천장에서 떨어진 콘크리트가 막 들어가는 거예요.

◇ 김현정> 그 고급 식당에서.

◆ 손수호> 그렇게 되고서야 식당가를 폐쇄했습니다. 귀중품 매장 판매품을 1층으로 옮기고, 상품권 매장도 5층에서 1층으로 이동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식당가는 닫고 또 계속 영업을 했어요?

◆ 손수호> 네. 식당가만 폐쇄했을 뿐입니다.

◇ 김현정> 세상에, 붕괴에 대비한 조치를 취하기는 했습니까? 뭔가 조치를 취하기는 했어요?

◆ 손수호> 그렇게 보기 어려워요. 왜냐하면 당시 경영진은 사고 당일 오전에 천장이 가라앉고 물 쏟아지는 5층 식당가의 상황을 보고 나서야 감리회사에 연락을 합니다. 그리고 붕괴 5시간 전 5층에서 큰 소음이 들렸어요. 당연히 고객들이 신고를 했죠. 옥상 에어컨의 진동 때문에 균열이 더 커지면서 나는 소리란 걸 파악했습니다. 그런데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후부터 그냥 에어컨 가동을 중단시키고 말았습니다.

◇ 김현정> 여기서 또 기막힌 거죠. 균열 때문에 에어컨 소리가 너무 커서 에어컨 가동을 전면 중단할 정도가 되면 백화점을 폐쇄를 하고 손님들을 일단 내보내야지 에어컨 끄고 계속 영업했다는 거 아니에요.

◆ 손수호> 그날이 6월 29일인데요. 서울 지역 최고 기온이 섭씨 29도였어요. 에어컨 끄면 실내가 굉장히 덥죠. 그래서 그 때문에 쇼핑 그만두고 백화점을 떠나서 화를 피한 경우도 꽤 많았다고 합니다.

◇ 김현정> 그나마, 그나마 그게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 건가요, 지금.

◆ 손수호> 그래도 영업을 계속했어요. 대피 안 시키고. 붕괴 3시간 전인 오후 3시에는 감리사 직원이 도착해서 점검을 했습니다. 또 4시부터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는데, 감리회사 직원이 “점검했더니 건물 안전에 중대한 이상이 발생했다. 영업 중단하고 긴급히 보수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매장 폐쇄를 두고 혼란을 보였고요. 일부 경영진이 회장에게 고객 대피를 건의했지만, 이준 회장은 영업을 계속하면서 보수공사를 하자는 잘못된 결정을 내립니다.

◇ 김현정> 정말 어이없는 결정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겁니다.

◆ 손수호> 붕괴 1시간 전인 오후 5시. 4층 천장부터 내려앉기 시작했는데요. 그러자 고객들이 4층으로 가는 걸 막기는 했어요. 하지만 영업을 계속했는데요. 경영진도 대책회의를 계속합니다. 붕괴 17분 전인 오후 5시 40분. 당시 시설부장 이 모씨가 급하게 전화해서 “붕괴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했는데, 이 전화를 받은 이준 회장과 임원들은 회의를 중단하고 백화점에서 빠져나갑니다.

◇ 김현정> 이 상황. 붕괴 17분 전입니다. 자기들은 전화를 받고 백화점을 빠져나갑니다. 회의하다 말고 빠져나갑니다. 그러면서 고객들한테는 안내 방송했어요, 안 했어요?

◆ 손수호> 안 했죠.

◇ 김현정> 안 한 거죠.

◆ 손수호> 자기들만 빠져나간 건데요. 이때 심지어 지하 1층에는 이준 회장의 큰며느리가 있었어요. 그 큰며느리도 그냥 두고 나갔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는 17분 후에 백화점이 무너진 겁니다.

◆ 손수호> 그렇죠. 사고 발생 7분 전 건물에서 더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는데요. 이때서야 직원들이 모두들 긴급 대피하라고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이때 대피한 고객도 있지만 지하 식당가에 있던 사람들은 전혀 듣지 못했고요. 붕괴 직전에야 직원들이 비상벨을 울렸지만 너무 늦었어요. 그래서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 삼풍백화점이 무너져내렸습니다.

◇ 김현정> 저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이거 다 아는 내용이잖아요. 우리 많이 들었고. 그런데도 저는 지금 소름이 다시 쫙 끼칩니다. 그날의 그 기억이 저는 너무 생생해서 정말 지금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쳐요.

◆ 손수호> 삼풍백화점은 지상 5층 건물이었는데요. 건물 옥상에 있던 에어컨 실외기가 5층 위로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계속해서 아래층까지 무너졌는데. 불과 20초 만에 지하 4층까지 모두 붕괴됐습니다. 무려 1,500명의 사람이 그대로 매몰됐고요. 결국 500명 넘게 사망하는 참혹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20초 만에 지하 4층까지 다 와르르 무너지느냐? 그 과정은 여러분 들으셨죠. 벌써 몇 달 전부터 붕괴는 진행 중이었던 거예요. 마지막 순간이 20초였던 것뿐이지 붕괴가 처음부터 끝까지가 20초가 아니었던 겁니다. 정말로 어이없는 사고, 결국은 부실 공사가 원인인 거죠.

◆ 손수호>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그중 가장 중요하고 큰 게 바로 부실 공사죠. 애초 설계에 따르면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종합상가였어요. 그런데 완공 전에 이준 회장이 용도를 백화점으로 변경하고 4층이던 설계를 바꿔서 5층까지 올리라고 시공사에 요구했습니다.

◇ 김현정> 증축을 한 거예요.

◆ 손수호> 증축을 요구한거죠. 하지만 당시 시공사는 붕괴 위험성이 있다면서 거부했어요. 그러자 이준 회장은 최초 시공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고는 계열사인 삼풍건설산업에 시공을 맡겨 증축을 강행합니다.

◇ 김현정> 결국은 안 된다고 하는 데하고는 계약을 깼어요?

◆ 손수호> 네. 그리고는 계열사에게 맡긴 거죠. 게다가 삼풍백화점은 ‘무량판구조’로 설계되었는데, 사고 후 건축전문가들은 이런 구조는 애초에 고층을 견딜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내부 공간을 넓히겠다고 기둥을 제거했는데요. 남아 있는 기둥도 지름을 줄여서 32인치 기둥을 23인치로 시공하고요. 그렇게 하고도 몇몇 기둥은 또 4분의 1씩 잘라버렸습니다. 비용 아끼겠다면서 철근도 부적합한 걸 사용했고요. 사고 직후에는 국내외 많은 건축 전문가들이 “이렇게 큰 건물이 무너져내린 걸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그후 이런 부실 시공 사실이 드러나자 그게 아니라 “이렇게 엉망으로 건축된 건물이 6년이나 버틴 게 오히려 기적”이라고 입장을 바꿀 정도였죠.

◇ 김현정> 버틴 게 기적이다. 청취자 정광준 님 외 많은 분들이 세월호하고 똑같네요. 거기도 불법으로 배 증축한 거 아닙니까? 그게 문제가 됐던 거고 먼저 빠져나간 것도 똑같고. 어쩜 이렇게 똑같습니까? 두 번째 원인 뭡니까?

(사진=자료 사진)
◆ 손수호> 두 번째. 대책 없는 경영과 운영인데요. 경영진이 6년 동안 계속해서 건물 붕괴를 재촉한 셈이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대형서점 유치도 그렇죠. 또 처음에는 불법으로 증축된 5층에 무게가 상대적으로 적은 롤러스케이트장을 설치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게 백화점 이미지에 안 맞는다면서 대형음식점을 설치했는데 이것 역시 승인 없는 불법 용도 변경이었고요. 또 음식점에 냉장고, 조리시설, 바닥 온돌 난방시설을 설치했는데, 이 온돌 시설만 해도 건물 3개층, 건물 세 층 올린 무게라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거죠.

◇ 김현정> 어마어마하네요. 이 사람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 손수호> 옥상에 있었던 에어컨 냉각탑은 더 어이없는데요. 총 3개가 있었어요. 그런데 냉각탑 자체 무게만 36톤. 냉각수를 채우면 무려 87톤. 구조상 견딜 수 있는 무게의 4배. 이것 때문에 초기부터 진동이 생기고 물도 샜어요.

◇ 김현정> 아까 난방이요? 온돌시설에다가 에어컨에다가 이게 그러니까 문제되는 것들을 다 쟁여놨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부실하게 지어놓고.

◆ 손수호> 그런데도 허가가 나온 거죠.

◇ 김현정> 허가는 어떻게 받은 거예요, 도대체.

◆ 손수호> 이게 바로 세 번째 붕괴 원인. 바로 관리 감독인데요. 처음부터 준공 검사 없이 가사용 승인만 받고 개점했는데.

◇ 김현정> 준공검사가 안 떨어졌는데 백화점이 문을 열었어요?

◆ 손수호> 준공 승인 전까지 개점할 수 없는데요.

◇ 김현정> 안 되죠.

◆ 손수호> 심지어 4층, 5층은 공사도 끝나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개점했고요. 삼풍백화점이 정식으로 준공 승인 받은 건 개점 후 아홉 달이나 지난 후였어요. 심지어 붕괴 8개월 전인 94년 10월에는 기초 부분에 해당하는 지하 1층 구조 변경 공사를 했는데 이 때문에 11월에는 위법 건축물이라는 판정을 판정받았어요.

◇ 김현정> 어떻게 이렇게 법을 다 무시하고 운영을 할 수가 있습니까?

◆ 손수호> 그런데도 멀쩡히 계속 영업을 한 건데요.

◇ 김현정> 다 눈 감아준 거예요, 공무원들이?

◆ 손수호> 눈 감아준 거죠. 애초부터 그 자리에 들어설 수 없는 건물인데 공무원에게 뇌물 주고 부지 용도를 변경해서 공사 진행하게 된 건데요. 그러니 관리 감독이 제대로 진행됐을 리 없죠. 옆에 있던 삼풍아파트까지 연쇄 붕괴할 수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여러분. 제가 3주 분량이라고 말씀을 드렸죠. 여기서 좀 세세하게 들어가자면 정말 제 한숨이 땅이 꺼질 정도로 나올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정도만 해야 되는 이유입니다. 이렇게만 해도 속이 터집니다. 손 탐정의 마지막 한마디.

◆ 손수호> 지금은 달라졌을까.

◇ 김현정> 23년이나 지났거든요.

◆ 손수호> 이 사건 관련자들 재판, 처벌, 사후 이야기 굉장히 많아요. 또 중요하기도 하고요. 날을 따로 잡아서 대형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 사례만 모아서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삼풍 사고가 나자 전국에 있는 건물에 대한 안전평가가 실시됐어요. 그래서 전체 고층 건물의 약 15%가 개축이 필요하고 전체 건물의 80%가 크게 수리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거든요. 전체 중 2%만 안전하다는 거예요. 또 실제로 당산철교 비롯해서 여러 구조물들을 철거해서 다시 짓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설계하는 극한강도 설계법이 도입되고 중앙 119 구조본부도 창설됐어요.

◇ 김현정> 이걸 계기로 해서?

◆ 손수호> 네. 달라진 게 있긴 한 거예요.

◇ 김현정> 있긴 있네요, 진짜.

◆ 손수호> 하지만 당시 사고 현장을 취재한 언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삼풍백화점 당시의 언론 취재?

◆ 손수호> 당시에 워낙 큰 사건이다 보니 언론사들이 앞 다퉈 취재했잖아요.

◇ 김현정> 그랬죠.

◆ 손수호> 항공 취재 경쟁도 있었어요. 방송사마다 헬기로 촬영한 거죠. 그런데 그 진동으로 후속 붕괴 우려가 나왔어요. 건물이 무너진 잔해 상태였으니까요. 그리고 소음 때문에 구조대원이나 생존자의 목소리가 묻혀서 구조에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취재하는 사람들 소음 때문에?

◆ 손수호> 특히 헬기 소음.

◇ 김현정> 헬기 소음 때문에.

◆ 손수호> 네. 그리고 한 기자가 “지금 갇혀 있던 생환자가 밖으로 나오는데 눈이 부시기 때문에 시력을 잃을 수 있어서 담요로 감싼다”고 설명하면서 촬영을 했는데요. 그때 조명을 생환자 얼굴에 비치도 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 김현정> 기레기 같은 행동들을 많이 했군요.

◆ 손수호> 그 용어를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무튼 비좁은 공간에서 구조작업 진행 중인데 취재진이 들어와서 방해하거나 잠깐 쉬고 있던 지친 구조대원에게 마이크를 대고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고요. 또 심지어 목숨 걸고 구조하는 구조대원들에게 지금 생방송 중이니까 비켜달라고 말한 기자도 있었어요.

◇ 김현정> 진짜요?

◆ 손수호> 다 실화죠.

◇ 김현정> 지금은 없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23년 전이니까 이게 어떤 게 먼저인지 하긴 그때도 판단을 했었어야 되는 건데. 이런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반성해야 되고요. 고쳐야 되고요. 태국 동굴소년의 사건을 보면서 굉장히 질서 정연하게 다 구조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참 배울 게 많다라는 생각이 들고 23년 전에 이런 사건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해 참 마음 아프기도 하고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다는 걸 다짐하게 됩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네. 감사합니다.

(속기= 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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