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언론사들 왜 평양지국 설치 서두르나?

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입력 2018. 7. 12. 10:18 수정 2018. 7. 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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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대기자 

JTBC 권석천 보도국장 등 8명이 지난 9일 평양을 방문했는데 오늘(12일) 돌아온다. JTBC는 남북언론 교류와 평양지국 개설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서 KBS와 연합뉴스 등 여러 언론들이 평양지국 설립을 내세우며 북한방문을 추진해왔지만 JTBC가 가장 먼저 티켓을 받은 것이다.

오늘 [Why 뉴스]에서는 '남측 언론사들 왜 평양지국 설치 서두르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평양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공영방송도 있고 국가기간통신사도 있는데 어떻게 JTBC가 가장 먼저 방북하게 된 것인가?

= 무엇보다 북한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북한대사관에는 남측 언론사들의 제안서가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JTBC가 가장 먼저 선택됐다. 이유는 신뢰의 문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TBC는 지난 5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총선을 앞둔 지난 2016년 4월 7일 , 중국 닝보 소재 북한식당에서 일하던 지배인과 종업원 13명이 귀순한 문제를 다뤘다. 기획탈북 의혹을 집중제기 했는데 북한에서는 이들의 송환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북측 민화협 관계자를 접촉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북한이 JTBC에 초청장을 보낸 것은 탈북 여종업원 방송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일 남북고위급회담 당시 북한 조평통 리선권 위원장이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라고 특정 언론사를 거론하며 호감을 나타낸 적도 있다.

통일부가 밝힌 JTBC의 방문목적은 '남북 언론교류' 협의와 '평양지국 개설' 논의 등이다. JTBC 방북단은 북측 민화협과 방송 관계자들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곧 JTBC 평양지국이 설치되는 거냐?

= 그렇게 빨리? JTBC 방북단 일행이 돌아와야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 수 있겠지만 평양지국 설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JTBC 관계자도 "지국 설치는 말도 안 된다. 희망사항일 따름"이라면서 "아마 신청 사유에는 그렇게 썼겠지만 기대하고 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북간 지국 설치문제는 당국간 협의도 필요하고 아직 남북상호간 풀어야 할 것들이 많다.

정부 핵심당국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면서 "지금 AP나 이런데도 평양에 상주하는 게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해외언론이 거의 간첩처럼 체제에 위협이 된다. 늘 감시해야 한다. JTBC가 방북해도 이렇다할 성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

- 다른 언론사들도 평양지국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 않나?

=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연합뉴스와 KBS다.

연합뉴스는 '평양지국 1호의 주인공은 연합뉴스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의 평양지국 개설 작업은 '투트랙'으로 이뤄지고 있다. 베이징 채널을 통해 2007년의 제안 내용 등을 포함한 공식 제안서를 연합뉴스 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조선중앙통신에 보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통일전선부에도 같은 내용의 제안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도 '남북교류협력단'을 다시 만들어 북한과 끊어졌던 관계 등을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북한과 드라마 '사육신'을 공동제작한 경험이 있고 다큐멘터리도 제작했었다.

CBS에서도 TF를 구성해서 북한과의 교류협력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CBS는 금강산 통일 콘서트 '통해야'를 여러차례 개최했지만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중단됐다.

MBC와 SBS, 매일경제 등도 평양지국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한 핵심당국자는 "언론사 8곳이 평양지국 설치를 신청해 놓은 걸로 안다."고말했다.

평양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 공영언론들로서는 충격적이지 않나?

= 그렇다. JTBC의 방북이 알려진 뒤 KBS나 MBC,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SBS나 다른 언론사에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연합뉴스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강기석 이사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 언론교류 작업을 선도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왔던 연합뉴스나 KBS 등 공영언론 관계자들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뉴스가 충격적인 것은,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길에 가장 핵심적인 과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남북 언론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일개' 사영언론이 맡게 됐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강 이사장은 "지난 시절 북한 관련 보도에 있어 조중동 보다 더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코 덜 했다고 할 수도 없는 공영언론(KBS만은 조중동 보다 더 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에 대해 북한이 치를 떠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다."면서 "통일부가 선뜻 JTBC의 방북을 승인해 준 것도 그런 북측 심사를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고 풀이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연합뉴스와 KBS 등이 북한관련 적대적인 보도를 쏟아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공영방송 핵심관계자도 "속이 쓰리다"고 말했다.

- 언론사들은 왜 평양지국 설치를 서두르는 거냐?

= 무엇보다도 선점효과 때문일 것이다.

특히 방송사들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경쟁구도다. 지상파 3개사 4개 체널에 종편이 4개 채널이다. 보도PP가 두 개 채널이 있으니까 시청률 경쟁이 전쟁 수준이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북한관련 소식을 누가 제대로 독점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JTBC가 북한 주요인사들과의 인터뷰를 독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기도 한다. 연합뉴스가 '평양지국 1호'를 주장하는 것도 그런 효과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JTBC는 북측과 공동프로그램 제작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JTBC관계자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와 스페셜 다큐로 북한의 맛집과 유명관광지를 촬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S는 보도뿐만 아니라 예능과 드라마, 다큐멘터리 제작 등 대규모 콘텐츠 교류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있다. 과거 북측과 공동 제작한 경험을 살려 네트워크를 복원해 큰 그림의 사업 구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매일경제는 방북이 성사되면 △북한 내 매경지사 설립 및 인터뷰 취재 △매경 평양비지니스 포럼 △세계지식포럼 내 북한세션, 북VIP 및 경제계인사 초청 △남북마라톤 및 골프대회 등을 북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도 북한 문화재 취재와 한반도평화심포지엄 등을 준비하고 있다.

MBC와 SBS도 다양한 콘텐츠 제작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언론사 교류가 남북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그렇다. 그동안 언론사들이 해왔던 반북대결 방식의 보도에서 벗어나 사실대로 보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북한전문기자는 "분단국가 언론 사명중 하나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고 그럴려면 지사나 지국을 설치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일용 통일언론연구소 설립 추진단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언론이 교류할 때는 정보를 직접 접하고 확인할 수 있어서 북에 대한 추측 보도나 왜곡된 기사가 적었다"며 "직접 취재가 남북관계 개선에 중요한 전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통일외교안보 구상에도 '남측 언론사들의 평양지국 개설과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의 서울지국 개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남북문화교류협력특별전담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는데 '언론교류'도 포함돼 있다.

다만 그동안 반북대결구도 형성에 앞장섰던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기석 이사장은 "(MBC 포함) 공영언론들이 과거에 대한 어설픈 반성이나 진정성 없는 다짐만으로 쉽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대단한 오산"이라면서 "겉모습이 아니라 말 그대로 뼈를 갈아 끼우고 정신상태를 바꾸는(환골탈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를 했다.

평양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 평양에 이미 여러나라 언론사 지국이 있지 않나?

= 현재 평양지국을 운용하고 있는 언론사는 중국의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일본의 교도통신 미국의 AP통신과 프랑스의 AFP통신 등이다.

AP통신의 영상부문 계열사인 은 2006년부터 서방언론사 중 처음으로 평양지국을 설치했지만 영상만을 송출해왔다.

평양에는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프랑스 언론사는 있지만 한국 언론사는 없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참가국 중 우리만 유일하게 북한에 지국을 개설하지 못하고 있다.

- 지국을 둔 언론사들의 특파원이 상주하고 있나?

= 재일 조총련계 '조선신보'나 중국과 러시아는 특파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방언론사들은 특파원이 상주하지는 않는 형식이다.

태영호 전 북한 영국 공사가 쓴 책에 평양지국 설치 과정이 자세하게 나와있는데 "난제는 기자 상주문제였다. 북한에서 절대로 허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는 대목이 있다. 태영호 전 공사는 " 관계자에게 기자 상주를 조건으로 내세우면 지국 개설이 어려워진다. 시작은 조선 직원이영상을 찍어 전송하는 방식으로 하자. 이렇게 몇년 운영해 본 후 서로 신뢰가 쌓이면 그때 다시 기자 상주 문제를 상주해보자."라고 제의해서 평양지국 설립을 허가 받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일본의 '교도통신'도 2006년 9월 평양에 지국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지만 상주기자를 두고 있지는 않다. 교도통신은 평양지국장을 베이징의 중국총국장이 겸하며, 평양에 현지 직원을 두고 필요에 따라 북에 입국해 취재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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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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