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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컨닝페이퍼] 황홀한 키스 꿈꾸게하는 오스트리아 황실용 `젝트`

입력 : 
2018-07-12 04:05:02
수정 : 
2018-07-12 11: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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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더 키스 젝트 브뤼
'키스는 두 입술, 두 정신, 두 영혼이 하나가 되어 둘을 성스럽게 만든다'는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달콤한 첫사랑의 키스를 잊어버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련한 향수로, 콩닥거리는 심장소리로, 괜스레 볼이 발그레해지는 추억으로, 그리고 모태 솔로들에게는 황홀한 미지의 꿈으로 남아 있는 키스! 이 키스를 소재로 한 명화를 라벨로 채택한 오스트리아산 '클림트 더 키스 젝트 브뤼'라는 스파클링 와인이 있다. 오스트리아 하면 빈이 떠오르고 빈 하면 음악과 왈츠, 미술 작품들이 저절로 연상되는데 이 나라 출신의 상징주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1862~1918)의 명화 '더 키스'(1907~1908)라는 작품을, 2012년에 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와인 라벨로 삼은 것이다. 이 작품은 꽃이 흩뿌려진 작은 초원 위에서 연인이 황금빛 아우라에 둘러싸여 주변과 격리된 채 꼬옥 껴안고 키스를 하는 장면인데 남자는 얼굴이 보이지 않고 여자의 행복한 얼굴만 보인다.

화가 자신과 그의 평생의 동반자였던 에밀리 플뢰게를 모델로 그렸다는 설도 있다. 이 와인을 만드는 회사는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슐룸베르거(Schlumberger)다. 이 회사가 유명한 이유는 첫째, 설립자가 실제 샴페인 회사에서 수석 양조가를 역임해 오스트리아 최초로 정통 샴페인 제조 방식으로 샴페인을 만드는 회사라는 것이다. 독일인 창업자(Robert Schlumberger·1814~1879)는 오늘날 샴페인의 수도라고 일컬어지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 랭스로 가서 지금도 10대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일 정도로 유명한 샴페인 회사에 입사했다. 거기서 최고 책임 양조가 자리에까지 오른 후 빈 출신 여인과 라인강 보트 여행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결혼을 하고 오스트리아에 정착하면서 28세 때인 1842년에 회사를 설립해 샴페인을 만든 것이다.

둘째는 1862년 런던 국제 무역박람회에서 영국 여왕에게 이 샴페인이 제공돼 유명해지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1862~1918) 황실의 공식 샴페인이 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유럽연합(EU) 규정에 의해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샴페인으로 부르지 못하고 독일어로 젝트라고 부르지만 당시만 해도 샴페인이라고 불렸다. 셋째는 19세기 중반 무렵 오스트리아 최초로 프랑스 보르도에서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묘목을 도입해 이것으로 비발포성 와인(Still Wine)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샴페인은 지금은 오스트리아에서 제일 좋은 포도원에서 수확한 웰치리슬링(원어로는 벨슈리슬링·Welschriesling), 피노 블랑, 샤르도네 세 가지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다. 웰치리슬링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독일의 리슬링과는 다른 품종으로 이탈리아 북부 지방이 원산지로서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헝가리, 체코, 크로아티아 등 중부 유럽에서 주로 재배되는 화이트 품종이다. 이 품종으로는 풍부한 산도를 지닌, 청사과와 레몬 향이 나는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거나 트로켄 베렌 아우스레제(TBA)라는 곰팡이(보트리티스 시네레아)로 인해 건포도화된 포도로 이국적인 과일 향과 꿀 향이 나는 달콤한 귀부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피노 블랑은 레드 와인 품종인 피노 누아의 변형 품종으로 알려져 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바이스부루군더(Weissburgunder) 혹은 클레브너(Klevener)라고도 불리는데 유럽 전역에서 재배되는 국제품종이다.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영할 때는 사과나 복숭아, 살구 같은 햇과일의 향과 꽃 향이 많이 나고 날카로운 산미를 주는 반면 시간이 흐르면 빵과 너트류의 향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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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들 품종에 샤르도네가 블렌딩된 이 와인은 잘 익은 사과 향,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향, 미네랄 느낌과 함께 섬세하고 우아한 버블이 잘 어우러진, 신선하고 상쾌한 기분 좋은 산미를 선사한다. 18개월의 병 속 2차 발효를 통해 생성된 빵과 너트류 같은 가벼운 효모 향도 즐길 수 있다. 특히 훈제 연어나 참치, 해산물 구이, 장작 숯불 통닭 같은 흰살 육류 요리 등과 완벽한 매칭을 이룬다. 당연히 달콤한 디저트나 신선한 채소 샐러드도 어울린다. 하지만 투명한 병 속에서 클림트의 작품처럼 황금빛으로 빛나는 이 젝트와 사랑하는 연인만 있다면 뭐 굳이 안주가 필요할까? 이 기회에 샴페인이지만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 오스트리아 최초, 최고의 황실 젝트로 사랑을 고백해 보거나 연인과 함께 추억의 사랑 길을 되짚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더구나 황실 샴페인인데도 가성비까지 받쳐주기에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와인으로도 최고다. 카바, 크레망, 샴페인, 스푸만테, 프란치아코르타, 프로세코, 신대륙의 스파클링 와인들을 이미 마셔봤다면 이제 이 젝트로 스파클링 와인의 세계를 완전 정복해보자.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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