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옛 이름 ‘실론’ 홍차의 나라…‘매혹의 맛’ 향신료 더한 새우·참치·랍스터”

정유미 기자·사진 박민규 디지털영상팀장·영상 배동미 기자

마니샤 구나세이카라 스리랑카 대사가 소개한 ‘홍차와 4가지 전통 음식’

마니샤 구나세이카라 주한 스리랑카 대사가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허브와 향신료로 가득한 스리랑카 전통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마니샤 구나세이카라 주한 스리랑카 대사가 서울 성북동 대사관저에서 허브와 향신료로 가득한 스리랑카 전통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고온 다습하고 일교차 커
명품 차 생산 완벽한 조건
진하게 우려도 쓴맛 안 나

계피·고수·정향·마늘·후추…
모든 음식에 갖가지 향신료
집집마다 커리나무 한 그루

손으로 식사, 요르단과 같아
오후엔 티타임, 8시 이후 저녁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8)“옛 이름 ‘실론’ 홍차의 나라…‘매혹의 맛’ 향신료 더한 새우·참치·랍스터”

스리랑카는 ‘실론티’의 나라다. 대륙의 끝자락 진초록의 드넓은 차밭을 가진 홍차의 본고장이다. 에메랄드빛 인도양에 둘러싸인 스리랑카는 한때 동서양 실크로드의 교차로였다. 바다를 항해하던 상인들이 허브와 향신료가 넘쳐나는 스리랑카에 머물며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음식과 문화를 나눴다. 마니샤 구나세이카라 주한 스리랑카 대사가 소개한 스리랑카 전통 음식은 ‘참치 커틀릿’ ‘스트링 호퍼스’ ‘양고기 카레’ ‘와타라판’ 4가지다. 대사를 만난 곳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스리랑카 대사관저다.

홍차를 찻잔에 따르고 있는 마니샤 구나세이카라 주한 스리랑카 대사.

홍차를 찻잔에 따르고 있는 마니샤 구나세이카라 주한 스리랑카 대사.

마니샤 구나세이카라 주한 스리랑카 대사가 소개한 스리랑카의 다양한 전통차

마니샤 구나세이카라 주한 스리랑카 대사가 소개한 스리랑카의 다양한 전통차

“스리랑카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홍차의 나라입니다. 1860년쯤부터 차밭을 일구었으니 벌써 150년이 넘었네요. 산 정상, 산자락, 산 아래에서 자라는 실론티의 색과 맛은 모두 다릅니다. 브랜드와 포장까지 다채롭지요.” 구나세이카라 대사는 “1972년까지 스리랑카의 이름이 실론(Ceylon)이었다”며 “열대몬순 기후를 가진 스리랑카는 고온 다습하고 일교차가 커 세계적인 명품 차를 생산하는 데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찻잎으로 만드는 실론티는 짙은 색상과 깊은 풍미로 유명하다. 아무리 진해도 쓴맛이 나지 않고 특유의 향은 오래 남는다. 대사가 직접 내려준 홍차는 듣던 대로 순하고 감미로웠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매일 오후 4~5시쯤 홍차를 나누며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아요. 집으로 손님을 초대해 티파티를 열기도 하는데, 달달한 전통 다과를 곁들인답니다.” 홍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바삭한 ‘코키스’, 약과같이 생긴 ‘케운’, 참깨강정 같은 ‘탈라굴리’를 차례로 집어들었다. 맛과 모양이 한국의 전통 과자와 닮았는데, 명절에 주로 먹는 점도 비슷했다.

문득 왜 푹푹 찌는 날씨에 뜨거운 홍차를 하루에도 수차례 즐기는지 궁금했다. 대사는 “콜롬비아와 브라질도 무덥지만 커피의 원산지가 아니냐”면서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해변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홍차를 즐기는 것만큼 낭만적인 일도 없다”고 했다.

스리랑카의 주식인 쌀로 만든 호퍼스와 반찬류인 삼발.

스리랑카의 주식인 쌀로 만든 호퍼스와 반찬류인 삼발.

대사와 다이닝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애피타이저인 ‘참치 커틀릿’을 맛보았다. 참치와 감자에 커리잎 등 갖가지 향신료를 넣고 버무린 뒤 계란과 빵가루를 묻혀 튀겨냈는데, 한국의 ‘동그랑땡’을 일본의 ‘고로케’처럼 빚은 듯했다. 맛은? 약간 매콤했다. 대사는 “전통 과일 음료인 ‘우드애플’을 마시면 매운맛이 싹 가신다”며 “스리랑카는 저녁을 보통 8시 이후에 먹기 때문에 늦은 오후 출출할 때 홍차와 간식으로 즐긴다”고 말했다.

“스리랑카는 인도양에 안긴 섬나라이기 때문에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납니다. 새우와 참치는 기본이고, 큼지막한 랍스터와 크랩이 꽤 유명하지요.” 메인 요리인 ‘스트링 호퍼스(String hoppers)’는 고수를 얹은 새우볶음, 커리잎을 넣은 삼발(Sambal·여러 가지 향신료로 만든 소스)과 한 접시에 나왔다. 호퍼스는 쌀로 만든 일종의 팬케이크인데, 한국의 밥 같은 스리랑카 주식이다. 쌀국수처럼 생긴 스트링 호퍼스를 칼로 썰어 매콤한 새우를 얹은 뒤 한입에 넣었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어요. 여러 종류의 카레와 반찬을 섞어 먹기에는 포크보다 훨씬 낫지요. 스리랑카는 열대 섬나라여서 바다와 강, 폭포와 비 등 수량이 풍부해요. 식사 전후 손을 깨끗이 씻을 수 있어 위생적이랍니다.”

양고기를 곁들인 스리랑카식 카레라이스.

양고기를 곁들인 스리랑카식 카레라이스.

대사가 스리랑카 전통 음식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황동(Brass)으로 만든 1인용 밥상에 찰흙 그릇을 놓고 모든 음식을 담아 낮은 자세로 식사한다. 손을 사용하지만 요르단처럼 여러 사람이 커다란 접시에 담긴 음식을 같이 먹지는 않는다. 바나나잎에 밥과 반찬을 조금씩 담아 각자 손으로 맛있게 비벼 먹는다. 면요리는 드물다. 집집마다 마당에 커리나무를 심어 거의 모든 음식에 건강에 좋은 커리잎을 수시로 넣는다….

“스리랑카의 전통 쌀은 붉은색입니다. 특별한 날 귀한 손님을 초대하거나 파티를 할 때 몸에 좋은 약재를 넣고 밥을 짓지요. 밥이 노란 것은 천연 향신료인 강황 때문입니다.”

또 다른 메인 요리인 스리랑카식 ‘카레라이스’는 걸쭉하지 않았다. 밥 옆에 양고기 카레, 감자볶음, 캐슈마루, 처트니(Chutney·과일과 채소에 각종 향신료를 넣은 반찬)가 제각각 담겨져 한 접시에 나왔다. 차지지 않은 밥알을 잘 모아 입안에 털어넣었다. 약품 냄새가 강한 클로브(Clove·정향)라는 허브 때문에 한 숟가락도 삼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대사를 따라 밥과 반찬을 따로 먹지 않고 비빔밥처럼 쓱쓱 비벼 먹었다. 양고기는 쫄깃했고, 감자볶음은 매콤했다. 코코넛 밀크를 듬뿍 넣은 견과류 캐슈마루는 딱딱하지 않았고, 암바렐라 처트니는 달콤했다. 섞어 먹으니 강하던 향신료 맛은 온데간데없고 간도 딱 맞았다. 스리랑카의 모든 음식에는 계피, 고수, 정향, 커리잎, 고추, 마늘, 후추 등 갖가지 재료들이 숨어 있었다. 왜 스리랑카를 ‘향신료의 섬’으로 부르는지 수긍이 갔다.

스리랑카 국민의 70%가 불교를 믿는다. 혹시 사찰에서 유래한 음식이 없는지 묻자 대사는 “스리랑카는 다양한 문화를 가진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국가”라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네덜란드, 참깨강정 같은 다과는 인도와 말레이반도, 절임류는 포르투갈, 홍차는 영국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영국과 네덜란드,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스리랑카의 역사가 단숨에 읽혔다.

계피와 커리잎 등 스리랑카 향신료.

계피와 커리잎 등 스리랑카 향신료.

후식인 이슬람식 ‘와타라판’은 푸딩 같았다. 코코넛 밀크를 듬뿍 넣어서인지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했다. 스리랑카 대사관 마노자 반다라 상무관 부인에게 “엄마가 내준 밥상처럼 정성이 가득하다”고 하자 “한국의 ‘아빠’ ‘엄마’ ‘아버지’ 발음과 의미가 스리랑카와 똑같다”면서 “명절날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세뱃돈과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한국과 같다”고 미소지었다.

“스리랑카 지도를 보면 진주 모양입니다. 인도대륙 남쪽 끝 진주 목걸이의 펜던트에 해당하지요. 아시아 최대 보석 산지인 라트나푸라 지역은 블루 사파이어가 유명합니다. 매혹적인 보석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스리랑카는 소설 <신드바드의 모험>에서 “강 속에 다이아몬드, 계곡에는 진주가 가득하다”고 나온다.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고 묘사했다. 요즘 핫 키워드인 ‘뜻밖의 경험’을 뜻하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는 스리랑카 고대 페르시아 이름인 세렌딥(Serendib)에서 유래했다.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스리랑카는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선물을 전해주는 신비한 보물섬 같았다.

국내 맛집은 딱히…제대로 즐기려면직항 타고 ‘푸드트립’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8)“옛 이름 ‘실론’ 홍차의 나라…‘매혹의 맛’ 향신료 더한 새우·참치·랍스터”

■ 스리랑카는

스리랑카는 ‘인도양의 진주’로 불리는 인도 남쪽 끝에 위치한 열대 섬 국가다. 지도 모양이 대륙의 눈물방울 같아서 ‘인도양의 눈물’로 불리기도 한다. 스리랑카는 길이 350㎞, 폭 180㎞의 섬으로, 면적이 대한민국의 3분의 2에 불과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호지역이 8개나 된다. 국립공원도 15개가 있다.

스리랑카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실론티 수출국이다. 누와라 엘리야, 우바, 루후나 등 고원지대에서 생산한 홍차는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영국인 사업가 립톤은 19세기 중반 무렵 스리랑카에서 홍차를 재배했고, 미국에 수출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 ‘립톤’을 키워냈다. 스리랑카는 동서 바다 실크로드의 교차로였다. 유럽과 중국을 오가던 아랍 상인들은 계피의 원산지인 스리랑카에 머물렀고 다양한 향신료의 매력에 빠졌다. 스리랑카는 보석의 섬으로도 불린다. 블루 사파이어와 루비 등이 유명하다.

■ 한국 내 스리랑카 식당

한국에서 스리랑카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은 아쉽게도 없다. 하지만 스리랑카 전통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홍차를 즐길 수는 있다. 스리랑카 대사관이 추천한 곳은 4군데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랑카 수입식품’(www.lankafood.co.kr)은 한국에서는 쉽게 구입할 수 없는 스리랑카의 각종 향신료와 카레 가루 등 80여 가지 상품을 살 수 있다. ‘믈레즈나’(www.mlesnateas.co.kr)는 전 세계 60여개국 홍차 애호가들을 30년 넘게 사로잡고 있는 명품 브랜드다. 온라인을 통해 스리랑카 전통차를 구입할 수 있는데, 고급스러운 포장으로도 소문나 있다. ‘아크바’(www.akbar.kr)는 스리랑카 향기를 고스란히 담은 전통 홍차와 허브차를 취급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온라인이나 경기 부천 중동에 있는 아크바 티룸(032-328-3743)에 가면 차를 맛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베질루르’(02-517-5797)는 스리랑카 홍차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카페이자 홍차 전문점이다.

■ 명소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명소는 고대도시 ‘시기리야(Sigiriya)’. 암벽 높이 200m를 자랑하는 이곳은 고대 카사파왕이 부왕을 죽이고 왕좌에 오른 뒤 후환이 두려워 바위산 정상에 세운 도시다. 캔디(Kandy)에 있는 ‘불치사(The Temple of Tooth Relic)’는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신 사원이다.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열리는 ‘에살라 페라헤라 불교축제’가 유명하다.

수상스포츠를 만끽하기에도 좋다. 파도를 즐기는 서퍼라면 스리랑카 동부 해변에 있는 서핑 포인트로 알려진 ‘아루감베이(Arugambay)’를 꼭 찾아야 한다. 스리랑카 남부에 있는 ‘미리사(Mirissa)’는 고래관광으로 유명하다. 고래를 만날 수 있는 시기는 10월에서 4월 사이. 흰긴수염고래, 향유고래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스리랑카 남부의 항구도시 갈레에는 유럽 열강이 지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갈레 요새(Galle Fort)’가 있다. 1633년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건설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아름다운 인도양의 일몰을 볼 수 있는 멋진 장소다.

■ 스리랑카에 가려면

한국에서 스리랑카까지 대한항공이 월·수·토 주 3회 직항편을 운항한다. 경유편은 스리랑카항공과 캐세이패시픽 등이 있다. 직항편을 타면 인천에서 콜롬보까지 8시간가량 걸린다. 화폐는 스리랑카 루피(LKR)가 기본이다. 한국에서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루피로 바꾸면 된다. 일년 내내 열대성 여름 날씨로 연평균 기온은 27~28도다. 스리랑카 시간은 한국보다 3시간30분 느리다. 전압은 230~240V로 220V 전자제품을 쓰려면 별도의 보조 플러그가 필요하다. 스리랑카를 여행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최대 3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다.



Today`s HOT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장학금 요구 시위하는 파라과이 학생들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케냐 의료 종사자들의 임금체불 시위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2024 파리 올림픽 D-100 솔로몬제도 총선 실시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