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주 교수 "블록체인, 만능기술은 아니다"

‘제8회 블록체인 테크비즈 컨퍼런스’서 강연..."긴호흡으로 봐야"

컴퓨팅입력 :2018/07/11 19:17    수정: 2018/07/12 09:37

“블록체인은 유망한 기술이다. 하지만 해킹이 불가능하거나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만능 기술은 아니다. 한계도 있고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도 많다. 긴 호흡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봐야 한다.”

정보보호의 날을 맞아 양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제8회 블록체인 테크비즈 컨퍼런스’에서 고려대 김승주 교수는 기조강연을 맡아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4차 산업혁명시대, 블록체인 보안을 담다’를 주제로 블록체인 보안 이슈를 발굴하고, 주요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300명이 넘는 블록체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보보호의 날을 맞아 양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제8회 블록체인 테크비즈 컨퍼런스’에서 고려대학교 김승주 교수는 기조강연을 맡았다.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블록체인’을 주제로 블록체인의 기술적 문제는 무엇인지, 왜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에 중요한지 등을 발표했다.

■ “블록체인은 ‘합의 기술’과 ‘평판도 조작 문제’ 같이 작동해야”

그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특징은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영구히 저장되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블록에 개개인의 거래내역이 기록돼 있고, 이 블록들을 체인으로 연결하면 연결된 블록에 기록된 내용은 위변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블록체인은 합의기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에는 인터넷 투표와 비슷한 메커니즘이 돌아간다”며 “만약, 각각의 장부에 갖고 있는 데이터의 내용이 다를 경우에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장부 뒤에 서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투표하는 행위는 블록 뒤에 줄을 서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다수의 합의가 모인 가장 긴 블록을 유효한 장부로 인정해주게 된다. 즉, 51%만 동의를 하게 되면 그 블록체인은 옳은 장부로 인정받는다.

김 교수는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평판도가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인터넷상의 모든 투표 문제는 평판도 조작 문제에 취약하다”며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수의 가짜 ID를 이용해 옳지 않은 블록에 줄을 서 가장 긴 체인을 의도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판도 조작을 막기 위해 캡차(CAPTCHA) 코드 등의 기술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블록체인 가장 어려운 건 탈중앙화, 확장성, 보안”

그는 블록체인을 해킹을 막아주고, 무엇이든지 가능하게 하는 만능 기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블록체인의 트릴레마로 탈중앙화, 확장성, 보안을 꼽았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중앙에 은행을 없애고 싶어서 만들었는데, 데스크톱 PC 하나당 한 표를 사용하는 게 당시의 규칙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장부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되면서 그래픽 카드 쓰던 걸 전용 칩을 쓰는 등 장비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장부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고, 전문적인 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로 올해 초에 나온 한 논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경우 상위 4명의 전문꾼이, 이더리움의 경우 상위 3명의 전문꾼들이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또 “대규모 그래픽 카드를 보유하면 빠른 속도로 장부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대규모 채굴 장비의 81%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탈중앙화를 목표로 만들었는데, 또다시 소수의 집단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확장성이다. 그는 확장성과 합의는 반비례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속도는 느려지게 되는데, 전통적인 중앙 집중형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에서는 단순히 더 많은 서버를 추가하면 됐지만, 탈중앙화된 블록체인에서는 쉽지 않다”며 “개별 사용자의 PC를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메커니즘으로는 오프 체인 스테이트 채널, DB 샤딩 등의 방법이 있다. 오프체인 방식은 모든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에 올리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빈번한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최종적인 거래 내용만 블록체인에 기록해 속도를 올린다. 이더리움의 라이덴 네트워크나, 비트코인의 라이트닝 프로토콜이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블록체인에는 인센티브 디자인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에 최종 거래만 기록하게 되면 장부를 만드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는데, 그럼 인센티브도 줄어들기 때문에 실제로 블록체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래 중개 시스템도 나라별로 법이 달라 적법성의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보안의 문제가 있다. ‘51%의 공격’이라 불리는 보안 문제는 비트코인을 만들 때부터 제기된 문제다. 합의하는 장부가 51%가 넘으면 그 블록체인은 옳은 장부라고 인정하기 때문에, 충분한 컴퓨팅 파워만 가지고 있다면 슈퍼컴퓨터를 모두 가동시켜 장부를 만들어내 진짜 옳은 장부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사용자 수가 충분히 많아 내성이 있지만, 신생 코인들은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이용한 전문 채굴꾼들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에너지 문제, 익명성 문제, 거래소 투명성 문제 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블록체인을 제대로 설계하려면 암호전문가, P2P전문가, 게임이론 전문가 등 3명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인센티브를 매개로 돌아가는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게임이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는 거품이 끼어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거품이 빠지면 기술이 없어지는게 아닌, 제 위치를 찾아갈 것이라 전망했다.

■ 4차산업혁명 연료는 데이터…"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담는 그릇"

김 교수는 4차산업혁명에서 블록체인이 중요한 이유는 “데이터를 담아놓는 그릇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는 4차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연료인데, 이 모든 데이터를 지금은 각각의 기업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가둬놓고 있다”며 “이런 정보들을 블록체인에 올려놔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블록체인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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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라이버시 보호의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존 블록체인의 특징 일부를 파괴하는 단점이 있는데, 이는 미래에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지금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는 거품이 끼어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거품이 빠지면 기술이 없어지는 게 아닌, 제 위치를 찾아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블록체인은 유망한 기술이지만 기술적 난제와 프라이버시 보호와 같은 윤리적 문제가 남아있어 그걸 다 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고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단기간이 아닌 긴 호흡으로 사업을 지원해준다면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블록체인에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