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레이스였던 동네 맞나..서울상권 '공실 공포'

정순우 입력 2018. 7. 11. 17:51 수정 2018. 7.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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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자영업자 폐업 현장

◆ 현장경기 긴급진단 ◆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경복아파트 사거리 근처 대도로변 상가 골목에 빌딩 1층 전체가 공실인 상태로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승환 기자]
11일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 이색적인 느낌의 식당, 술집이 많아 저녁이면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핫플레이스'지만 대낮의 풍경은 황량했다. 골목 초입 식당은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그나마 붐볐지만 골목 안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곳곳에 '임대 문의'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대형 매장으로 쓰였던 2층 건물이 통째로 비어 있는 곳도 있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주스 전문점이 있던 자리에는 '뽑기방'이 들어섰다.

경리단길 상권이 이처럼 쪼그라들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수경기 침체의 결과다. 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경리단길은 급격한 임대료 인상으로 기존 임차인들이 지역을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공실 급증의 트리거로 작용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초부터 지난해 초까지 2년간 경리단길 상권 임대료 상승률은 10.16%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1.21%)은 물론 서울 평균(1.73%)과 비교해도 엄청나다. 이태원동 H공인 관계자는 "임대료가 워낙 많이 올라서 장사가 정말 잘되는 맛집이 아니면 2년을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는 얼어붙은 지 오래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열심히 일하고도 적자를 보는 곳이 줄줄이 폐업에 나서면서 서울 주요 상권은 최근 '공실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압구정 로데오거리 상황도 비슷하거나 더 심각하다. 가로수길의 경우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대형 상가건물에 투자하면서 최근 2~3년 사이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기존 건물주들의 임대수익률은 대체로 3% 전후였는데 사모펀드들이 7% 이상 수익률을 원하면서 임대료가 급등했다. 로데오거리는 임대료가 높은 상황에서 대체재로 가로수길이 부각되며 이미 10여 년 전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최근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고 있지만 아직 상권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2.9%에서 올해 1분기 3.7%로 0.8%포인트 높아졌다. 강남은 3.4%에서 4.7%로 1.3%포인트 올라 서울 평균을 앞질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고 있는 데다 양질의 임차인 중 하나로 꼽히던 은행 지점마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6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SC·씨티) 지점 수는 2015년 말 4311개에서 올 1분기 3855개로 줄었다. 모바일뱅킹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도 지점 수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은행은 기본 면적이 크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서는 폐점 후 후속 임차인을 찾기 어렵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임대료 상승과 내수경기 침체로 상가 공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향후 최저임금 인상 등 악재가 쌓여 있다"며 "입지가 매우 좋은 일부를 제외한 지역의 건물주들은 임차인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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